북한판 위챗페이 ‘울림 2.0’ 출시… “QR코드로 간편결제”

'전성'은 일종의 '앱카드' 형태...소식통 "일부 돈주와 간부들만 활용"

스마트카드용조작체계 ‘울림'(2016). /사진=조선의오늘 홈페이지 캡처

북한이 모바일용 전자결제체제 ‘울림 1.0’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울림 2.0’을 지난달 출시한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등록 가능한 현금카드의 범위를 대폭 늘어나고 QR코드를 이용한 오프라인 간편결제 기능이 추가됐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3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올해 10월 울림 2.0이 출시됐다”며 “기존 울림 1.0은 국가 중앙기관 이상 현금카드만 가입이 가능했는데 2.0은 지방 무역 카드, 국가 체계에 승인 등록된 무역 기관 발급 카드 등도 등록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기존 시스템에서는 전성카드(조선중앙은행 발급), 나래카드(조선무역은행 발급)만 등록 가능했으나 새로운 버전에서는 다양한 카드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북한에는 코려카드(고려은행), 금길카드(대성은행), 선봉카드(황금의삼각주은행) 등 20여 종의 카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전자결제 시스템에 등록 가능한 카드의 범위를 늘린 것은 주민들이 보유하고 있는 외화를 예치시키기 위한 차원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 소식통은 “울림과 전성카드 모두 전자 상점에서 이용 가능하고 손전화, 집 전화, 전기료 등 료금(요금) 지불 이송(송금)도 된다”면서 “전성카드든 다른 카드든 등록 가입된 사람에게 돈 이송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최근 북한이 주민들에게 간편 결제 수단으로 인기가 많던 전화돈을 이용한 송금을 금지하고 은행 이용을 이용하도록 유도한 것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본지는 지난달 21일 전화돈 매매금지 소식을 전하면서 북한 당국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고 국가 무역 은행들이나 주요 지방은행들에 발행한 체크 카드와 연동해 사용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보도한 바 있다.

간편결제, 전자카드 이용 등을 명목으로 주민들의 외화를 흡수해 관리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셈이다.

다만 주민들은 이런 당국의 의도를 간파하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울림을) 평양, 지방 간부, 돈주(錢主), 무역쟁이, 돈데꼬(환전상)들만 주로 사용한다”며 “하지만 이들도 국가가 돈량(돈의 규모), 류통(유통) 관계, 수입 대 지출을 다 감시한다는 것에 조금씩 불만을 품고 있다”고 전했다.

울림을 사용해 송금이나 결제 등을 하면 자금 흐름이 전부 국가에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해 주민들이 사용을 꺼린다는 이야기이다.

2009년 화폐개혁 이후 뿌리 깊게 박힌 당국에 대한 불신이 여전히 크게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다.

북한 최신 스마트폰 평양2425. / 사진=데일리NK
‘울림 2.0’, QR코드 이용한 오프라인 결제 가능

또한 ‘울림 2.0’에는 QR코드를 이용한 오프라인 간편결제 기능도 추가됐다.

기존 ‘울림 1.0’은 몇몇 북한 내 인트라넷 사이트나 스마트폰 앱 스토어(자료봉사 등)에 한정돼 활용됐다. 편의성을 높여 사용자를 확보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소식통은 “생년월일이나 주소 같은 사용자 정보와 카드를 ‘울림 2.0’에 등록하면 QR코드가 생성된다”면서 “이후 상점에 가서 생성된 QR코드를 보여주면 결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앱에 개인정보와 카드번호 등을 입력하면 고유의 QR코드가 생성되고 이를 이용해 오프라인에서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중국의 대표적인 간편결제 수단인 위챗페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보인다. 위챗페이는 앱에 연결된 계좌나 미리 충전해둔 돈을 QR코드를 이용해 간편하게 온·오프라인에서 결제할 수 있다.

그는 “돈은 전성카드에 넣어둬도 되고 울림에 옮겨 놓아도 된다”며 “중국 웨이신(위챗)과 같이 카드의 현금으로 본인의 요금을 충전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북한 전성카드. /사진=서광홈페이지 캡처
‘전성전자지불체계’는 ‘울림 2.0’ 내부 기능?

한편, 북한 선전매체가 최근 공개한 ‘전성’ 전자지불체계는 ‘울림2.0’에 전성카드를 등록해 사용하는 방식으로 보인다.

북한 선전매체 아리랑메아리는 지난 21일 북한 중앙은행과 평양정보기술국이 휴대전화를 이용한 ‘전성전자지불체계’를 개발했으며 상점에서 이용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소식통은 “울림 2.0에 돈을 옮겨두고 사용하는 것과 연결된 전성카드를 직접 이용하는 것 모두 가능하다”며 “울림 2.0이 웨이신이고 전성카드는 그곳에 등록하는 카드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울림2.0이 전자결제플랫폼을 제공하고 전성카드는 그곳에 등록하는 일종의 앱카드 형태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