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법률상 국가원수(國家元首)는 누구인가? 김정은이라는 주장도 있고, 김정은이 아니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 문제를 분석하고자 필자는 본 칼럼을 작성하였다.
우선, 이 칼럼의 주제는 물론 ‘북한의 형식상 국가원수’ 문제이다. 실제 북한 최고 권력자가 당연히 김정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법률상 국가원수가 과연 누구인가?
우선 ‘국가원수’라는 개념 자체를 분석해 보자. 현재 우리 지구에 대한민국 또는 미국과 같은 대통령제 공화국은 드물다. 대부분 나라는 입헌군주국 또는 내각제 공화국이다. 이런 나라에서 최고 직위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바로 형식상 국가원수다. 영국 여왕, 일본 천황, 캐나다 총독, 독일의 대통령은 대표적인 사례다. 두 번째는 바로 실권자다. 실권자는 보통 내각의 의장인 총리 또는 수상이다.
북한에서도 위 사례와 비슷한 2명을 볼 수 있다.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캐나다 총독이나 영국 여왕처럼 나라를 대표하고 실권자인 김정은이 나라를 다스리고 있다. 이 사실을 보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형식상 국가원수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 법률을 보면 이 인식에 근거가 보이지 않는다. 북한 건국부터 현재까지 북한 법률을 살펴보자.
1948년 북한 정권이 생겼을 때 김일성의 직위는 ‘내각 수상’이었다. 당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헌법의 제59조에 따르면 ‘수상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의 수석이다.’ 그리고 ‘국가원수’ 또는 ‘국가 수반’이라는 말 자체는 나오지 않았다. 현재 위키백과나 나무위키에서 이 시대에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형식 국가원수였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당시 북한 헌법을 보면 이 주장을 입증하는 근거가 보이지 않는다.
북한 헌법은 김일성이 국가수반이라고 직접 호칭하지 않는 것에 대해 신경을 쓰기 시작한 것 같다. 신처럼 숭배를 받는 그는 물론 자신의 국가의 수반으로도 인정을 받고 싶어했다. 노동신문이 김일성을 처음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가수반’이라고 호칭한 날은 1968년 6월 16일이었다. 북한에서 특히 김일성-김정일 시대에 수령에 관한 새로운 칭찬을 외국인이 먼저 한 후에 국내에 쓰는 경향이 있었다. 이번에도 먼저 김일성을 ‘국가 수반’이라고 호칭한 사람은 콩고 공화국의 대표자들이었다.
1968년부터 김일성을 ‘국가수반’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계속 많아졌고 결국에 1972년 12일에 새롭게 나온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주의 헌법’ 제89조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주석은 국가의 수반이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가주권을 대표한다’는 말이 등장한다. 주석은 물론 김일성이었다.
20년 후 북한 헌법은 개정되었지만 국가수반에 대한 내용은 대체로 변경되지 않았다. 1992년 헌법의 제105조을 보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주석은 국가의 수반이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대표한다’는 문장이 나왔다.
2년 후 김일성은 사망하였다. 그러나 김정일은 부친의 직위를 즉시 계승하지 않았다. 김일성 시대에 국방위원회 위원장 겸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으로 추대된 그는 이 직위를 유지하면서 나라를 다스리게 되었다.
즉, 1994년부터 1998년까지 김정일은 북한 헌법상 국가 수반이 아니었다. 그러나 리종옥, 김영주, 김병식 등 3명의 부주석도 국가수반 또는 국가수반대리가 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양형섭 최고 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국가 수반이 아니었다. 당시 국가 수반의 직위는 공석이었다.
1998년에 개정된 헌법의 제100조는 ‘국방위원회는 국가주권의 최고군사지도기관이며 전반적국방관리기관이다’라고 하고 제102조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위원장은 일체 무력을 지휘통솔하며 국방사업전반을 지도한다’고 선포하였다. 그러나 국방위원장 김정일을 ‘국가 수반’이라고 호칭하지 않았다. 즉, 50년 전인 1948년 헌법처럼 1998년 헌법에서 ‘국가수반’이라는 개념 자체가 등장하지 않았다.
2009년 북한 헌법은 또 다시 개정되었다. 제100조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위원장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최고령도자’라고 선포하였다. 향후 북한은 ‘최고령도자’라는 표현만 썼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2016년부터 현재까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최고령도자’라고 호칭해 왔다.
상기 내용을 다시 살펴보자. ‘국가 수반’이라는 개념은 1972년 헌법과 1992년 헌법에서만 등장하였다. 그때에 수반은 북한 주석인 김일성이었다. 그리고 최고 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국가 수반’ 또는 ‘국가 원수’라고 호칭한 북한 법은 존재하지 않고 과거에도 존재한 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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