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무역회사들, 교역 재개 스탠바이…그러나 와크 할당은 ‘아직’

소식통 "무역 재개 당분간 어려울 듯...당국, 향후 '南과 연계 여부' 등 면밀 심사 진행 예정"

조중우의교(압록강철교)를 통해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에서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으로 차량이 넘어오고 있다. /사진=데일리NK

지난달 북한이 신의주(평안북도)와 남포특별시 세관에 소독기를 설치하는 등 시설을 보수하는 모습이 포착된 이후 곧 북중 간 무역이 재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무역기관 또는 개인들이 공식 무역에 참여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발급받아야 하는 와크(수출입허가권) 할당 조치가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일 북한 무역에 밝은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각 무역회사들이 와크를 승인받기 위한 행정적 절차는 마친 상황이지만 당(黨)에서 와크 할당에 대한 공식 지시가 내려오지 않은 상황이다.

와크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어떤 무역회사에 소속되어 있는지, 기존에 중국의 어떤 대방(무역상)과 함께 어떤 물건을 수입하고 또 어떤 상품을 수출했는지, 앞으로는 수출입에 대한 어떤 계획을 수립했는지 등을 상세하게 기록해 당에 제의서를 올려야 한다.

각 무역회사에서는 와크 발급을 희망하는 기지장(일종의 소규모 개인 운영 사업체) 또는 개인 사업가들을 대상으로 이러한 내용을 담은 사전 제의서를 이미 취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당과 내각 및 국가보위성에서는 각 무역회사 또는 기관이 상소한 제의서를 바탕으로 사실관계 여부를 확인하고 심의 절차를 거친 후 와크 발급을 허가하는데 통상적으로 한 달 가량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현재까지 당에서 와크와 관련한 세부 지시가 없는 것으로 미루어볼 때 4월 안에 무역 재개가 이뤄지긴 쉽지 않아 보인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다만 급하다고 판단되면 와크 발급 절차를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만큼 언제든 무역 재개를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 이번에는 기존에 와크를 가지고 있던 무역회사나 개인들도 심사 및 발급을 다시 받아야 한다는 지시가 내려왔기 때문에, 그들도 발급 절차가 시작되길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기존보다 와크 심사와 발급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지난해 1월 국경 봉쇄 조치 이후에도 수출입 활동을 지속해온 권력기관 소속 무역회사들은 와크를 재발급받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이런 무역회사들도 기존 무역활동에 당자금이 얼마나 쓰였는지, 어떤 활동을 통해 매출을 올렸는지 등 자금 흐름에 대한 심사를 받아야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이번 와크 발급과 관련된 심사에서 기존에 한국인 사업가를 끼고 수출입 활동을 하거나 한국 및 일본산 물품을 수입한 전력이 있는지, 또 앞으로 함께 동업할 중국 측 대방이 한국·일본 또는 미국인과 연계되지 않았는지 여부를 면밀히 체크한다는 계획이다.

소식통은 “적대국과 연계돼 있다는 것이 발각될 경우 와크 발급을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앞으로도 공식 무역에 참여할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만큼 당국이 한국, 일본, 미국과 연계된 무역활동이나 이들 국가의 생산품이 북한 내부로 반입되는 것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이야기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사업을 ‘모든 사업의 첫자리에’ 놓고 완벽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평양의 지하철역에서 방역이 진행 중인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한편, 북중 간 공식 무역 재개가 계속 지연되는 배경에는 심상치 않은 북한 내부의 코로나 상황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자강도 중강읍의 완충지대에서 국경경비대 군인들이 방독면을 쓰고 경계 근무를 서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관련기사 바로가기:[포토] 방독면쓰고 경계근무북한, 코로나 변종 확산까지 염두?)

북한 당국은 방독면 착용 지시를 하면서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가 침입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북한 내부 코로나 상황이 통제하기 어려운 수준이 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소식통은 “무역 재개 시기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코로나 상황”이라며 “내부적으로 (코로나) 상황이 좋다고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