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엘리트 양성기관인 혁명학원에 혁명가 유자녀들을 추천하는 과정에서 황해남도 보위부장이 뒷돈을 받아 챙기고 문건을 조작한 것이 들통나 최근 강등 처벌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황해남도 소식통은 8일 데일리NK에 “얼마 전 백두의 혁명정신을 이어가는 골간 양성학교인 혁명학원에 보낼 혁명가 유자녀 추천 사업에서 황해남도 보위부장이 권한을 내세워 대상이 안 되는 유자녀들을 추천해 문제를 일으켰다”고 전했다.
북한의 혁명학원은 ‘혁명열사’, ‘애국열사’로 불리는 유공자의 자녀나 당·정·군 최고위 간부의 자녀들을 엘리트로 양성하기 위해 설립된 특수교육기관이다. 이곳에 보내질 혁명가 유자녀 추천·선발은 통상 도(道)당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도 인민위원장과 도 보위부장, 도 안전부장 등 집행위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결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달 24일 황해남도에서는 혁명가 유자녀들을 혁명학원에 추천하는 사업과 관련한 심의를 진행했는데, 유독 도 보위부장의 반대에 부딪혀 6명의 핵심 유자녀들이 만경대혁명학원 추천에서 밀려나 그보다 한 등급 낮은 남포혁명학원에 추천되는 되는 일이 벌어졌다는 전언이다.
남포혁명학원에 추천된 6명은 실제 뼈대가 튼튼한 혁명가 집안의 유자녀들이었지만, 도 보위부장은 문건을 본질과 다르게 조작하고 이들 6명의 직계가족에 문제가 있다면서 해당 심의에서 의견을 낸 것이다.
도 보위부장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만경대학명학원에 갈 수 없게 된 6명의 유자녀 가족들은 이 사실을 파악한 뒤 모두 들고 일어나 혁명학원 추천 사업에서 도 보위부장이 비위를 저질렀다는 신소를 제기했다.
도 보위부장이 뒷돈을 챙겨주지 않은 6명의 문건을 위조해 남포혁명학원으로 가도록 조치하고, 400달러에서 1000달러 이상 뒷돈을 챙겨준 다른 유자녀들은 급수가 낮은 것을 뻔히 알면서도 만경대혁명학원 대상으로 추천하는 등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돈을 받고 추천 사업에 나섰다는 게 신소의 내용이었다.
소식통은 “남포혁명학원에 가게 된 유자녀 6명의 엄마들 중에 2명의 엄마가 대표로 신소편지를 써서 도당위원장의 집 앞에서 이틀간을 기다렸다가 직접 만나 전달했다”며 “도당위원장은 이 문제에 대해 당장 검토에 들어갔는데 실제 6명은 제기될 문제가 없는 당당한 혁명가 유자녀들로 확인돼 도 보위부장의 문건 조작이 탄로 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결국 도 보위부장은 도당위원회의 검토를 받고 대좌에서 상좌로 강등된 상태이며, 당적으로도 엄중경고 처벌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도당위원회는 이번 일이 중앙당에까지 알려지면 도당이 추궁을 받고 사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도당위원장에게도 책임 문제가 제기될 것을 우려해 되도록 사건을 조용히 처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도당은 중앙에 보고하지 않고 다시 문건을 조율하여 원칙적인 선에서 도안에서 소리가 나지 않게 해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