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건희 회장 별세 소식 北에도 전해져…내부 반응은?

대체로 공로 평가하며 재산·상속 등에 관심 보여…이재용 부회장에 기대감 드러내기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발인이 엄수된 28일 경기 수원시에 위치한 가족 선영으로 이 회장의 영정이 도착하고 있다. /사진=연합

한국 재계를 이끈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사망 소식이 북한 내부에도 속속 전해지고 있다. 입소문을 통해 관련 소식이 점차 퍼지면서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도 이를 두고 여러 가지 말들이 나오고 있다는 전언이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29일 데일리NK에 “대다수의 주민은 아직 잘 모르고 있지만, 삼성 재벌 이건희가 사망했다는 사실이 알음알음 입소문을 통해 퍼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평양 소식통 역시 이날 “참고신문을 본 중앙당 간부들은 이건희가 사망했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게 일반 사람들에게도 조금씩 소문으로 퍼지고 있다”고 내부의 상황을 전했다.

지난 25일 이 회장의 사망 직후 국내 언론들은 해당 소식을 긴급히 타진하고 연일 주요 이슈로 다루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 경제의 거목이자 삼성을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시킨 혁신의 기업가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왔지만, 정경유착 등 과오에 대한 지적과 비판도 제기됐다. 그렇다면 북한 주민들은 이 회장에 대해 주로 어떤 말들을 하고 있을까?

함경북도 소식통은 “이건희가 있으므로 해서 삼성이 세계에서 이름난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빛나게 됐다는 말들이 가장 많다”며 “특히 삼성의 가전제품은 우리나라에서도 최고로 쳐주는데 이것은 다 이건희가 잘 이끌었기 때문이라면서 우리나라에도 이런 기업가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드러내고 있다”고 전했다.

수도 평양에서도 이와 비슷한 반응이 나왔다. 평양 소식통은 “외국에 나갔다 온 간부들은 삼성 제품을 써봤는데 정말 편리하고 좋았다면서 그런 제품을 만들어 남조선(한국)을 경제 강국으로 만든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다”며 “같은 민족으로서 긍지스럽고 자부심을 느끼게 해준 사람인데 또 한 명의 인재가 떠났다는 말들도 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국내 여론의 관심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가 어떻게 변화될지, 막대한 상속세는 어떻게 처리될지에 쏠리고 있다. 그렇다면 이 회장의 사망과 관련한 북한 주민들의 최대 관심사는 무엇일까? 소식통들에 따르면 사망 소식을 전해 들은 북한 주민들 역시 대체로 이 회장의 재산과 분할·상속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가장 궁금해하는 점은 역시 돈이다. 남조선의 재벌은 도대체 돈을 얼마나 가져야 되는 것인지, 또 이건희의 재산은 얼마나 많은지, 유산은 어떻게 배분하는지를 궁금해하고 있다”면서 “또 앞으로 아들이 후계자가 된다면 3대째인데 과연 삼성의 앞날은 어떻게 될지 궁금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고 말했다.

평양 소식통도 “소식을 아는 간부들은 일단 기본적으로 이건희가 가지고 있던 돈이 얼마인지와 그 재산이 부인과 자식들에게 어떻게 나뉠지를 가장 궁금해한다”면서 “가지고 있던 돈이 천문학적인 숫자라고 들었는데 그것이 대충 얼마가 되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걸 말해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들 한다”고 했다.

이 회장의 사망으로 삼성은 ‘포스트 이건희’ 시대를 맞게 됐다. 이에 이 회장이 병상에 있던 지난 6년여간 실질적으로 삼성을 이끌어왔던 이재용 부회장의 차기 행보에도 시선이 모이고 있다. 현재 북한 내부에서는 아들인 이재용 부회장을 두고 어떤 말들이 나오고 있을까?

함경북도 소식통은 “사람들은 대를 이어 아들이 재벌 회장이 되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건희의 생김새를 사진으로 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재벌 회장 같지 않게 생겼다. 이런 사람도 회장 자리를 차지하는구나’하는 말을 했는데, 그 아들에 대해서는 ‘키가 훤칠하고 아주 잘생긴 외모에 재벌 회장의 풍채가 느껴진다’는 평이 많다”고 했다.

평양 소식통은 “이재용에 대해서는 화사하게 생겼지만, 경영책임자답게 속은 강인할 것 같다는 말이 나온다”면서 “삼성이 흔들리지 않는 기업, 믿음성 있는 기업이라는 것을 당 일꾼들은 알고 있으니 이제 아들이 우리(북한)한테 좀 관심을 돌려서 같이 사업하고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기대하는 마음도 드러내고 있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 평양 방문 특별수행원으로 방북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이 2018년 9월 19일 오후 평양 옥류관에서 열린 오찬에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 위원장 등 북측 인사들과 식사하고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이런 가운데 특히 평양의 간부들 사이에서는 지난 2018년 남북정상회담 때 대통령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했던 이 부회장에 대한 당시의 소문들이 다시금 회자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평양 소식통은 “그 당시에 이재용은 사진기를 가져와서 막 찍는 어떤 회장하고 붙어 다니면서 말없이 눈웃음만 짓고 있었는데, 사람이 참 귀공자답게 정(正)하고 막가다(막되게 행동하는 사람)의 말(리선권의 냉면 목구멍 발언)에도 흔들림이 없더라는 말이 돌았는데 지금 다시 그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때 좋은 인상을 남겨서 그런지 2018년 이후로 출생 신고하는 애들 이름에 재용이라는 이름이 많아졌고, 심지어 돈 있는 사람들은 자식이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돈을 주고 출생증 이름을 재용으로 바꾸기도 하는 현상들이 생겨나기도 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