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11월 3일, 현지시간)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북한 당국이 미 대선 이후 대미(對美) 정책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북한은 트럼프 2기 행정부든 민주당 신(新)행정부의 출범이든 두 가지 경우의 수를 모두 준비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 내부 소식통은 28일 데일리NK에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현 대통령)가 당선되는 것이 조선(북한)에게 유리하다고 보지는 않는다”면서 “누가 되든 상관없다는 게 우(위)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식통은 “어차피 미국은 4년마다 대통령이 바뀔 수 있고, 지금까지 어떤 대통령이 되든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의 정도 차이만 있을 뿐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걸 인지하고 있다”면서 “(당국은) 강경에는 강경 대응으로 유화에는 유화적 대응으로 모든 상황에 전략을 짜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이 같은 입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김정은 정권에 더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일각의 분석과는 결이 다른 것이다.
이와 관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대북관은 상당히 차이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개인적인 친분을 전략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 후 3차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두 차례의 협상이 북미 양측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끝났기 때문에 새로운 협상이 시작된다면 트럼프 행정부는 대북 제재를 완화하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북핵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데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는 추측이 나온다.
반대로 바이든 후보는 김 위원장을 ‘독재자(dictator)’ ‘깡패(thug)’ 등으로 부른다. 바이든 후보는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CBS 방송이 방영한 시사 프로그램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독재자를 포용하면서 북한은 이전보다 더 많은 핵 능력을 갖춘 상황이 됐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냈던 바이든 후보가 당선될 경우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로 회귀할 가능성도 있다. 전략적 인내란 지속적인 대북 제재를 통해 북한 정권의 붕괴를 유도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반면 이미 북한이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상당한 수준으로 개발한 상황이어서 사실상 방임에 가까운 ‘전략적 인내’ 기조를 답습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다만 북한 체제 자체를 비난하는 바이든 후보가 갑자기 적극적인 대북 정책으로 돌아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주장도 여전하다.
이렇게 미국 대선 후보 두 명의 대북관이 뚜렷한 차이를 보임에도 불구하고 북한 당국은 미국에 어떤 행정부가 들어서냐보다 향후 중국과의 관계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소식통은 “미국은 기조가 달라진 것처럼 보여도 결과적으로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들고 나왔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지금 수뇌부는 중국과의 관계 설정에 더 많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완전히 중국 편에 서서 미국을 견제하고 향후 북미 관계에서 협상력을 높일지,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면서 미국과의 협상 여지를 남겨두고 동시에 더 많은 중국의 지원을 끌어낼지에 대해 구상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25일 중국의 6.25 전쟁 참전 70주년 기념 특집 기사에서 양국 관계를 ‘세상이 부러워하는 관계’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중(북중)을 친선과 단결의 위력으로 사회주의 위업을 활기 있게 전진시켜 나가려는 것은 우리 당과 인민의 확고부동한 의지”라고 밝혔다.
언제든 북한과 대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낙선하고 북한을 공공연하게 적대시하는 바이든 후보가 당선될 경우 이 같은 북한의 중국 밀착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 대선 주요 경합주의 사전투표에서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을 크게 앞선다는 여론조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