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열병식에 김정은 눈물까지…평양·국경지역 주민 반응은?

[일문일답] 당 창건 75주년 행사에 지역 간 온도차 극명…평양 "감격스러워" vs 지방 "기막혀"

북한은 10일 노동당 창건일 75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사상 초유의 새벽 열병식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눈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공개까지. 틀을 깨는 파격에 극적인 연출이 더해진 북한의 당 창건 75주년(10·10) 행사는 그야말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 충분했다.

그렇다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태풍피해라는 전례 없는 삼중고의 상황에서 이번 행사를 지켜본 북한 주민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데일리NK는 최근 수도 평양과 국경 지역의 소식통을 통해 당 창건일 행사와 관련한 내부의 분위기와 주민들의 솔직한 생각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평양과 국경도시 주민들의 반응은 극명한 온도 차를 보였는데, 이로써 수도와 지방 간에 인식이 얼마나 다른지도 일부분 확인할 수 있었다.

본보는 주민들이 이례적인 새벽 열병식과 김 위원장의 눈물을 보고 어떤 말들을 했는지, 이번에 공개된 새로운 전략무기를 두고서는 어떤 생각을 했는지 등 소식통에게서 전해 들은 내용을 문답식으로 정리해 가감 없이 전달하고자 한다.

다음은 평양, 국경 지역 소식통과의 일문일답.

-사상 처음으로 야간에 행사를 진행했다. 기존 관행에서 벗어난 행사 진행에 주민들은 어떤 말들을 하고 있나?

평양(이하 평): “평양 시민들은 이런 행사를 보게 해준 당중앙에 감사하다고 말하고 있다. 새벽에 해야 이런 멋들어진 야경과 축포탄들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것 아니겠냐며 지금까지 하던 행사와는 확실히 달라 정신이 번쩍 들었다는 반응들이다. 특히 평양 시민들만 보는 만수대통로(채널)에서 본 외국 열병식만큼 멋지다고 우리나라도 발전된 외국 나라들 수준으로 가고 있다면서 자부심이 생긴다고 말하고 있다.”

국경(이하 국): “이곳에서는 여러 가지 반응이 나오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당황스럽다는 반응이 제일 많다. 실황중계는 하지 않더라도 오후 2시쯤 되면 녹화중계라도 했는데 그러지 않아서 많은 사람들이 혹시나 사고가 나지 않았나 하는 추측들을 했다. 저녁 7시가 돼서 텔레비죤(텔레비전)으로 행사장면이 녹화로 나와서야 낮이 아닌 야밤에 했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러자 이번 행사에 참가한 사람들이 진짜 고생 많이 했겠다는 동정의 말이 많이 나왔다. 또 사람들은 뭐가 무서워서 저렇게 아닌 밤중에 했냐며 한꺼번에 다 몰살당할까 봐 한밤중에 몰래 한 것 아니냐는 말을 하기도 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인민들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표현하고 눈물을 흘리는 듯한 모습도 보였는데, 이에 대해서는 또 어떤 반응들이 나오고 있나?

평: “당 간부들은 원수님(김 위원장)을 잘 받들어 모실 충성의 마음을 인민들에게 제대로 각인시킨 계기가 됐다, 인민들이 당을 믿고 따르게 할 수 있는 확실한 계기가 됐다고 호평하고 있다. 집집마다 원수님께서 우시던 장면에서 모두 감동하여 울었다고 하는데, 평양 시민들은 원수님 눈물에서 나라가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당과 원수님만 믿고 함께 생사고락을 같이하리라 더 굳게 마음을 다졌다면서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국: “그것에 대해 말은 하지 않고 있지만, 킥킥 웃는 것으로 그에 대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고마움과 미안함에 눈물을 흘리는 것보다는 차라리 백성들이 좀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주면 좋을 텐데 하고 말이다. 그(김 위원장)를 제외하고는 거의 다 삐쩍 마른 얼굴을 한 사람들이 텔레비죤에 나오니 그런 생각이 안 들었겠나. 한 화면에 함께 비친 주석단 딱 밑에 있던 사람들만 봐도 빼빼 마르고 핏기가 전혀 없는 얼굴에 주름살만 가득하니 이걸 보는 주민들은 기가 막혀 하는 분위기였다. 백성들은 저렇게 한심한 생활을 하고 있는데 왜 한사코 미국하고 맞서겠다고 저렇게 요란하게 무기만 만드는지, 남조선(한국)은 왜 한사코 적대관계로 만드는 건지 저런 연출된 모습만으로는 이제 안 통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1명도 없다는 언급도 있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떤 이야기들이 나왔나?

평: “사람들이 아픈 것은 독감, 장티브스(장티푸스), 파라티브스(파라티푸스), 유행성 결핵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미 전에 잘 듣던 그 약을 처방해줘도 완치가 안 되고 죽은 사람들이 주위에 많아 전염병(코로나19)이 우리나라에 들어왔는데 원수님 주변에만 없나보다고 한다. 원수님은 인민들을 위해 가슴 아파서 우시는데 중간급 간부들이 똑바로 실태를 보고 안 해서 모르실 수도 있다며 원수님을 두둔하기도 하지만, 전염병이 아예 없다는 것에는 반신반의하는 상태다.”

국: “없다고는 하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이 전염병으로 죽었다고 소문이 났다. 전염병이라고 확신이 서면 그 집 자체를 아예 불태워 버리는 방법을 쓸 수밖에 없다는 소문도 돌아 사람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 지금도 매일같이 방역 때문에 소란을 떨고 있어 사람들이 확실히 예전보다 많이 조심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열병식에서 신형 ICBM을 비롯한 여러 전략무기를 공개하면서도 이것이 선제타격용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주민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나?

평: “원수님의 말씀을 믿는 분위기다. 그리고 이렇게 현대적인 무장 장비나 군복들을 처음 봤다면서 우리가 허리띠를 조이는 것은 자위적 국방력 강화 때문이니 이런 걸 보면 힘들어도 참고 원수님 영도를 따라 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국: “이번에 이상한 미사일들이 많이 등장했다며 수군거리긴 하는데 거의 대다수 주민들은 이것이 얼마나 대단한 위력이 있는지 전혀 알 수도 없거니와 솔직히 말하면 관심조차 없다. 핵미사일만 있다면 어느 나라도 감히 침공할 수 없다는 주민강연회 내용에 비추어 대략 위력을 유추해볼 뿐이다. 세상에서 가장 위력한 무기를 우리 공화국만 가지고 있어서 끄떡없다는 말을 그대로 믿고 자부심을 느끼는 주민들도 실제로 꽤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남과 북이 두 손을 마주 잡는 날이 찾아오기를 기원한다는 말도 있었다. 주민들 사이에서 향후 남북관계가 한층 개선될 것이라는 관측 혹은 기대감도 나오고 있나?

평: “너무 기대한다. 남조선에서 쌀과 함께 국제기구를 통해서라도 약을 좀 많이 보내 받아보면 좋겠다고들 한다. 제주 귤도 맛있더라면서 두 손을 맞잡는 날이 오면 좋겠다고 바라는 분위기다.”

국: “북남관계 개선은 말뿐이라는 게 주민들의 얘기다. 예전에 한 연설들도 보면 남조선 당국자들한테는 강한 어조로 혹은 위협조로 말했지만 남녘 동포들한테는 좋은 인상을 주는 말들을 많이 한 것으로 아는데, 이는 남조선 주민들도 원수님의 사랑과 혜택을 입어야 하는 백성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당 창건일까지 완공하겠다고 대대적으로 이야기해왔던 평양종합병원과 관련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그 이유에 대해 주민들은 어떤 말들을 하고 있나?

평: “원수님께서 단신으로 고난과 시련을 모두 밀고 나가시는데 평양종합병원이 순간에 저만큼 외관이라도 일떠선 것이 얼마나 세계적 기적이냐고들 한다. 원수님께서 눈물 흘리시니 가슴이 미여 오고 모두가 지금의 나라 사정을 이해해야 한다고 하는 분위기다.”

국: “건물은 이젠 거의 완공됐는데 준공식을 할 정도로 내부공사까지 다 마친 건 아니라고 알고 있다. 특히 주민들은 안에 넣을 설비들이 턱없이 부족하니 빨라야 금년 말 당 대회 전에 준공식을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주민들은 이번 당 창건일 행사에 대해 전반적으로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평: “역사적인 장면이었다고 하면서 우리나라도 세계적인 지위에 당당히 올라서 지구 위 중심에 확고히 자리 잡고 나가고 있다고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머리털이 나고 처음 보는 멋있는 행사다, 텔레비죤에서나 보던 중국, 로씨야(러시아) 등 큰 나라들에서나 하는 행사가 우리나라에서도 치러졌다고 자랑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또 둥지가 성해야 알들이 성하듯 나라의 국방력과 군사력이 강하니 안 먹어도 배부르다고들 한다. 원수님만 따라가면 승리의 그 날 이밥에 고깃국을 모두 먹을 날이 온다고 믿고 감격스러워하고 있다.”

국: “여기 주민들은 당 창건 기념일이든 뭐든 관심이 전혀 없다. 더더구나 평양에서 진행하는 행사에 대해서는 아예 관심조차 두지 않는다. 관심을 둔다 한들 차례지는 것이 하나도 없고 오히려 이거 내라, 저거 내라는 것뿐인데 무슨 필요가 있겠나. 전염병을 핑계로 국경은 완전히 봉쇄하고 밀수도 완전 차단하니 진짜 죽을 맛이라고 여기저기서 곡성이 나오고 있는 판이다. 백성들은 죽는다고 아우성치는 판국에 평양에서는 요란 법석하게 미사일 자랑이나 하면서 큰소리나 치고 있으니 기막혀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