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지난달 초 자강도 만포시와 희천시에 주유소와 세차장 증설을 지시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지역 관계자들은 급작스러운 지시에 의아해하면서도 경제 활성화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후문이다.
내부 소식통은 5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지난 9월 2일 만포시와 희천시에 연유(燃油)판매소(주유소)와 차 세척장(세차장)을 현재보다 3배로 늘리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면서 “이에 현재 시당돌격대들이 건설 기초작업을 맡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지시는 중앙당에서 자강도 당 위원회를 통해 각 지역에 전달된 것으로, 도당에서는 ‘연유판매소를 건설하면 정부가 바로 연유를 채워줄 것이니 가능한 한 빨리 설치하라’라는 당부도 있었다.
여기서 만포시는 중국 지린(吉林)성과 압록강을 맞대고 있는 국경 도시다. 또한 지난해 지안(集安)과 연결된 대교가 개통된 바 있고, 중국 지린성 내륙에서부터 북한 국경까지 연결되는 고속도로도 지난해 9월 개통돼 정식 운영을 시작했다. 중국과의 물류 중심지로 성장할 만한 여건을 갖춘 상태다.
그러나 올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국경이 차단되면서 이 고속도로와 다리도 사실상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희천시의 경우 자강도 내륙 지역으로 기존에도 통행 차량이 많은 곳이 아니다. 때문에 연유판매소와 세차장을 왜 더 건설해야 하는지 반문하는 관계자도 있었다고 한다.
다만 소식통은 “희천은 자강도 국경지역에서 평양으로 가는 중간 기착점이어서 중국에서 수입한 연유를 평양으로 이송하기 전 운반 차량을 정비하거나 연유를 다른 지역에 공급하기 위해 이 같은 시설이 필요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만포와 희천에 연유판매소와 세차장 증설 지시는 중국을 통한 연유 수입 증가를 염두에 둔 사전 조치라는 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발표한 전문가패널 중간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코로나19로 국경 통행을 제한한 상황에서도 정유제품 수입을 지속하고 있다.
더욱이 안보리 결의에서 정한 연간 정유제품 수입한도인 50만 배럴을 이미 초과하는 양을 수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유엔 회원국 43개국은 북한이 지난 5월까지 56차례에 걸친 불법 활동으로 160만 배럴 이상의 정유제품을 수입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또 다른 내부 소식통은 “만포를 통한 연유 수입 확대는 자강도를 제2의 수도로 꾸리겠다는 당국의 의도와 무관치 않다”고 주장했다.
전시에 자강도를 최고사령부와 전선사령부가 위치할 수 있는 제2의 수도로 만들겠다는 게 평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뜻이라는 설명이다.
이어 그는 “연유 수입 확대는 경제 발전을 꾀하려는 의도가 크지만 코로나 상황에서도 철저한 전쟁 준비를 주문해온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명령이 이행되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