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北, 시신 수색에 “영해 침범…다른 불미스러운 사건 예고”

25일 오전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인근 해상에 정박한 실종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에서 해경선으로 보이는 선박 관계자들이 조사를 벌인 뒤 배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

청와대가 어업지도선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해 북한에 추가조사를 요구한 지 하루 만에 북한이 입장을 발표했다. “남조선(한국) 당국에 경고한다”는 제목으로 발표된 조선중앙통신사 보도(27일)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이번 사건과 관련해 남측에 사건의 전말을 조사통보했으며, 이 같은 일이 추가발생하지 않도록 필요한 안전대책들을 보강했다.
  • 서남 해상에서 수색을 하고 있으며, 시신을 습득하는 경우 남측에 넘겨줄 생각을 하고 있다.
  • 남측이 여러 선박들을 수색작전에 동원하면서 북측 수역을 침범하고 있으며, 이 같은 행동이 북한의 경각심을 유발시키고 또 다른 불미스러운 사건을 예고하게 하고 있다.
  • 남측이 자기 영해에서 어떤 수색작전을 하든 개의치 않지만, 북한 영해 침범은 절대로 간과할 수 없으며 엄중히 경고한다.
  • 남측이 새로운 긴장을 유발시킬 수 있는 서해해상군사분계선 무단침범행위를 즉시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북한 영해 침범 주장 왜 나왔나

여기서 우리 선박들이 북한 영해를 침범했다고 주장하는 것이 의아할 수 있는데, 사실관계는 이렇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뒤 우리 군과 해경은 연평도 인근 바다에서 많은 선박과 항공기를 동원해 실종자 관련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어제(26일)만 해도 해경 12척, 해군 16척, 어업지도선 8척과 항공기 5대(해경 1대, 해군 4대)가 수색작업에 동원됐다.

그런데, 북한은 1999년 9월 총참모부 특별보도를 통해 ‘조선서해 해상군사분계선’이라는 것을 일방적으로 선포하면서, 해당 수역에서 자위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북한 주장에 따르면 연평도 인근 바다는 북한 수역에 들어간다. 지금 북한이 자기들 영해를 침범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런 주장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다.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말라는 메시지

북한이 영해 침범과 또 다른 불미스러운 일을 경고한 만큼, 수색작전이 벌어지고 있는 연평도 부근에서 무력시위 등의 행동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북한의 27일 발표는 더 이상 이 사건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말라는 쪽에 중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의 사과로 할 것은 다했으니, 더 이상 북한에 문제를 제기하지 말라는 것이다. 청와대가 북한에 제기한 ‘추가조사와 필요시 남북 공동조사’도 사실상 거부한 셈이다. 우리 국방부가 파악한 ‘공무원 사살과 시신 불태우기’를 이대로 묻고 가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청와대가 제기한 ‘북한 추가조사’는 북한 스스로 다시 한번 조사해보라는 것인 만큼, 북한으로서도 충분히 수용 가능한 수준이었다. 자기들끼리 다시 조사해보겠다고 하고, 기존과 비슷한 결과를 통보하는 식으로 대응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이 이 조차도 하지 않겠다고 차단막을 치면서 우리 정부 입장이 곤혹스럽게 됐다. 우리 정부의 대응이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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