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봉쇄 이후 연선 지역에 침입하는 중국인에게 총기 사용도 불사했던 북한 국경경비대가 최근 경계를 다소 완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경 지역 경비와 관련해 북중 간 모종의 합의가 있었다는 것으로, 최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연평도 해역에서 우리 국민이 북측 총격을 받아 사망한 사건과 대조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최근 데일리NK 중국의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전 중국 지린(吉林)성 창바이(長白)현에서 중국인 남성 두 명이 소에게 물을 먹이기 위해 압록강에 내려갔다가 북한 쪽 경계까지 근접하게 됐다. 중국인들이 혜산(양강도) 쪽으로 가까이 오자 즉시 북한 국경경비대가 다가왔다.
이곳은 지난 5월 밀수를 하던 중국인이 북한 국경경비대의 총에 사망한 곳으로, 중국인 남성 두 명도 돌발상황에 상당히 긴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기사 바로가기 : 총탄에 중국인 사망했는데…北에선 ‘표창’ 등 격려 분위기)
하지만 우려와 달리 북측 국경경비대 군인들은 이들에게 돌을 던지며 중국 쪽으로 돌아가라고 소리치면서 ‘주의’를 줬고 중국인들이 소를 끌고 돌아가자 사건은 큰 문제 없이 일단락됐다.
마을에 돌아온 중국인들은 그 즉시 이 사실을 신고했고, 이날 저녁 중국 변방대 선전부에서 작성된 안내문이 연선 마을 곳곳에 하달됐다.
안내문에는 ‘연선에서 조선(북한) 군인들에 의해 우리 주민(중국인)이 상해나 사망 등 인명피해가 있을 경우 조선 정부가 막대한 손해 배상을 하도록 양국 정부 간 협약을 맺었다. 조선 군인들이 총을 쏘는 일은 없겠지만 조선 내부 경계는 더욱 강화됐으니 되도록 압록강 근처에 가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본보는 지난 17일 북한 당국이 국경에 완충지대를 설정하고 허가 없이 이곳에 침입하는 주민에 대해 무조건 사격한다는 포고문을 하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완충지대 들어오면 사격” 포고가 현실로…총격에 주민 사망)
중국 변방대가 안내문에서 전한 조선 내부 경계 강화는 이 같은 내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중국 외교 소식통은 “최근 북중 간 외교적 합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중국 측이 자국민 보호를 위해 먼저 협의를 요청했고, 지난 10일 주중 북한 대사관을 통해 실무적 조치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북중 간 협의에는 ‘북한이 중국인에 대한 무차별적이고 무분별한 사격 행위로 인명사고를 유발할 경우 중국은 자국에 반입되는 물자에 대해 관세를 3배 인상할 것’이며, ‘북측은 피해자 개인에게 120만 위안(한화 약 2억 561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세부 조항이 적시됐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또한 협의 다음날인 11일 북한 국가보위성과 총참모부 명령으로 국경 경비부대에 이 같은 내용이 전달됐고, 중국에서 북측으로 넘어오는 사람의 경우 되도록 사격을 자제하라는 명령문이 함께 하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올봄부터 지난달까지 연선에서 중국인 여러 명이 북한 군인 총에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지만, 북측이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자 자국민 보호 차원에서 중국 정부가 이 같은 제안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북한이 코로나 사태로 국경을 봉쇄한 이후 중국에서 수입해야 할 물건을 제대로 들여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때문에 북한은 중국 측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북중 연선 지역 경비 태세와 대응이 다소 완화된 이번 협의 이후에도 폐쇄된 국경의 빗장이 풀릴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소식통은 “북측은 중국의 코로나 종식 선언에 축하 메시지를 보냈지만, 내부적으로는 ‘중국의 의학적 통계를 믿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올 연말 전에 국경봉쇄가 풀리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