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농장이 개인에게 농사자금 빌렸다가 ‘빚 독촉’ 시달려

지난해 6월 함경북도 국경지대, 밭에서 일하고 있는 북한 주민 모습. /사진=데일리NK

함경북도 협동농장 작업반에서 지난해 농사에 필요한 자금을 돈 있는 개인들에게 빌려썼다가 제 때에 갚지 못해 빚 독촉을 받고 있다고 내부 소식통이 12일 전했다. 

북한 협동농장은 농사에 쓰일 종자, 비닐, 농약, 농기계 연료 등이 충분치 않기 때문에 개인들에게 돈을 빌려 시장에서 구입해 사용하고 추수 후에 이 돈을 갚는 것이 일반적이다. 

항경북도 청진시와 주변 군 협동농장 작업반들도 국가에서 지급한 물자 외에 필요한 비용 충당을 위해 개인들에게 돈을 대출해 가을 추수 후에 상환할 계획을 세웠지만, 수확량 대부분을 국가수매로 보내면서 자금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이날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돈을 빌려준 주민들은 가을 추수 직후부터 빚을 청산받기 위해 작업반장이나 작업반 통계원들에게 찾아갔지만 제대로 돈을 받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이제는 거의 매일 작업반을 찾아가지만 허탕을 친다는 것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러한 농장 작업반의 빚 독촉 상황은 청진시와 주변 군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청진시 청암구역 농장의 작업반들에서는 개인들에게 빌려쓴 돈(1인당 북한 돈 50만 원 정도)에 대해 원금 상환도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청암구역 농장에서는 한 작업반이 여러 명에게 돈을 꾸어 썼는데 남은 알곡이 없어 빚을 거의 물지 못하고 있다”면서 “돈을 꾸어준 주민들은 그들대로 매일같이 작업반장과 통계원의 집으로 드나들며 약속을 지켜달라고 소리를 치고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개인도 아니고 농장 작업반이 돈을 꾸어 쓰고 갚지 않으면 신용이 떨어져 내년에는 농사를 지을 돈도 마련하기 어렵다”면서 “작업반도 이러면 이자만 올라간다는 것을 알지만 수매를 강제로 국가에 납부하다 보니 방법이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빚 단련(독촉)에 시달리는 작업반들에서는 처음에는 돈을 빌려 준 주민들에게 “올해는 빚을 갚기 힘드니 내년에 다시 보자”는 말로 설득하지만, 결국 구체적인 담보를 주지 못해 싸움이 벌어지는 상황이라고 한다. 

소식통은 “돈을 꾸어준 주민들은 작업반장이나 통계원에게 강력하게 대응하고 싶어도 이것 자체가 비법적인 행위이고, 잘못 걸리면 법 걸음을 해야(처벌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 화만 잔뜩 나 있는 형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