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대담] 최악의 인권유린국 오명 북한, 정상국가 되려면?

[북한 정상국가로 가는 길-인권편①] "경제 향상 대가로 주민 권리 약화시키지는 말아야"

북정길, 태영호, 이광백, 북한인권북한은 세계 여러 나라로부터 최악의 인권유린 국가 중 하나로 지적받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제40차 유엔인권이사회에 제출한 북한인권결의안 초안을 통해 “북한에서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중대한 인권침해가 지금까지 오랫동안 진행되고 있는 점에 대해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전해진다.

미 국무부도 지난 13일 발표한 ‘2018 국가별 인권보고서’를 통해 ‘(북한)정부에 의한 불법적 살해’, ‘정부에 의한 강제실종’, ‘당국에 의한 고문’, ‘공권력에 의한 임의 구금’ 같은 표현을 사용하며 인권 침해의 책임이 북한 정권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북한 당국은 그동안 체제유지를 위한 공포심 유발의 일환으로 강력한 인권탄압 정책을 추진해왔다. 이에 북한이 정상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인권 상황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지속 제기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당과 정권기관, 근로단체 조직들은 인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절대시하고 인민의 마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인민애를 과시하기 위한 수사로 보이지만, 정상국가로 향하는 데 있어 인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이 깔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다만, 북한 당국 입장에서 인권개선이 일정 부분 이상 속도를 내면 체제 불안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어떻게 균형점을 잡을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고모부(장성택)를 처형하는 비정한 독재자에서 인민을 사랑하는 정상국가의 지도자로 거듭나기 위해서 북한의 많은 부분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에 데일리NK·국민통일방송은 최근 ‘북한 정상국가로 가는 길’이라는 주제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와 북한인권 운동가인 이광백 국민통일방송 대표의 대담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1, 2부에 이어 북한이 정상국가로 가기 위해 넘어야 할 과제(인권)는 무엇인지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됐다.

본지는 ‘북한 정상국가로 가는 길-인권편(part 1)’의 핵심 내용을 문답식으로 정리해 소개하고자 한다. 태 전 공사와 이 대표의 대담 전체 내용은 국민통일방송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영상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다음은 태 전 공사와 이 대표 대담 일문일답]

태영호(이하 태) : 김정은은 올해 신년사에서 인민생활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은 당과 국가의 제일가는 중대사라고 언급하며 당과 정권기관, 근로단체 조직들은 인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절대시하고 인민의 마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고 했다.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나?

이광백(이하 이) : 지도자에 대한 주민의 충성심이 지속적으로 약화된 결과, 주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지도자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 되었다. 김정은 정권도 경제 발전을 정책의 우선순위에 둘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 3대 세습 직후에는 광범위한 숙청 등 불안정한 권력을 안정시키는 데 주력했던 김정은은 몇 년 전부터 경제발전을 우선순위에 놓고 정책을 펼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일정 기간 인민 경제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며, 그것이 결과적으로 북한 주민의 생활과 권리 향상에도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측면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인민 경제 향상을 대가로 주민들의 권리를 줄이는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있어 우려된다.

: 북한에서 식량은 생존수단에 앞서 통제의 수단이다. 그러므로 국가가 군대와 같은 무력기관, 공안기관들에는 배급을 주며 특히 국가가 무조건 통제해야 되는 대상들에게는 배급을 준다. 북한의 배급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이 : 배급이 실시되던 때에는 배급을 가장 중요한 통제수단으로 활용됐다. 배급이 사실상 중단된 이후로는 주민들에 대한 통제수단 기능이 크게 약화됐다. 다만, 간부들에 대한 배급은 지금도 어느 정도 이루어지기 때문에 핵심 간부층에 대한 통제 기능은 어느 정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태 : 당국에 충성을 바치는 사람들은 환경이 보다 좋은 장소에서 거주하고 일할 수 있는 반면, 정치적으로 의심을 받는 주민들 및 그 가족들은 소외된 지역으로 좌천된다. 북한이 과연 평등주의 사회라고 말할 수 있나?

이 : 사회주의의 핵심 목표는 계급이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출신성분, 당과 지도자에 대한 충성심을 기준으로 주민들을 계층으로 분류하고 철저하게 차별 관리하는 사실상 계급사회이다. 적대계층이 북한에서 당 고위 관료가 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특히, 북한은 최고 지도자와 그 일가를 제외하고는 자유와 권리가 지나치게 제약 받는다. 북한에서 사실상 자유를 누리는 사람은 김정은과 그 일가족 외에는 없을 정도 모든 권한이 최고 지도자 개인에게 집중되어 있는 전근대적인 왕조국가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편집자 주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대외에는 평화와 관계 개선을, 내부적으로는 경제개발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미국과 중국, 그리고 한국과의 정상회담을 통한 비핵화 진전과 내부적인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정상국가 건설에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북한은 절대 핵을 포기하지도 않을 것이고 유화적 태도도 대북 제재를 해제하기 위한 꼼수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북한이 이야기하는 정상국가와 우리가 바라보는 정상국가 개념이 상이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데일리NK·국민통일방송은 태영호 전(前)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와 각 분야(정치, 사회, 경제, 인권, 통일 등)별 전문가와의 대담을 통해 북한이 개혁해야 할 문제들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해법과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