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대담] ‘정보 자유화’ 외치는 국제사회, 北 수용 가능성은?

[북한 정상국가로 가는 길-인권편②] "자발적 개선 기대 어려워...국제사회 변화 유도해야"

북정길, 태영호, 이광백, 북한인권미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국은 지난 20일(현지시간) 북한의 인권과 책임 추궁, 정보 접근을 위해 활동하는 국내외 단체에 500만 달러(약 57억 원)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 국무부의 지원 배경에는 북한의 인권상황에 심각한 우려와 함께 북한 주민들의 정보 접근권 확대가 인권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인식에 기초하고 있다.

북한의 인권 유린은 정권에 의한 강력한 통제로부터 시작되고 있다. 북한 당국은 체제 유지를 위해 정보 유출입 차단은 물론 이동, 사상, 종교,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을 제한하고 있다.

이런 사회통제는 강력한 폭력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주민들의 생명과 신체의 자유마저 침해받고 있다.

북한인권 상황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당국의 변화가 필수적이지만 사회통제를 약화가 체제 유지의 불안정성을 가져온다고 우려하고 있는 만큼 자발적인 모습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와 관련, 노동신문은 지난 12일 ‘청년들에 대한 교양사업에 계속 힘을 넣는 것은 혁명발전의 요구’라는 기사를 통해 “새 세대 청년들 속에서 사상적 변질이 생기고 공공연히 자본주의를 찬양하며 사회주의제도를 비난하는 경향이 싹트고 자라났다”고 전한 바 있다. 정보확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셈이다.

이에 외부정보 유입을 통한 북한 주민들의 인식 변화를 이끌어내고 이를 바탕으로 당국의 정책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데일리NK·국민통일방송은 최근 ‘북한 정상국가로 가는 길’이라는 주제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와 북한인권 운동가인 이광백 국민통일방송 대표의 대담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1부에 이은 이번 2부에서는 북한이 정상국가로 가는 방안으로 ‘정보 자유화’가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를 보다 심도 있게 논의했다.

이에 본지는 ‘북한 정상국가로 가는 길-인권편(part 2)’의 핵심 내용을 문답식으로 정리해 소개하고자 한다. 태 전 공사와 이 대표의 대담 전체 내용은 국민통일방송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영상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다음은 태 전 공사와 이 대표의 대담 일문일답]

태영호(이하 태) :  만일 북한에 정치범 수용소가 있다는 것이 증명되는 경우 곧 나치독일이 감행한 반인륜범죄에 해당되는 것이어서 그 총 책임자인 김정은을 처벌하는 것이 전 인류의 과제로 남게 되어 북한 당국이 정치범수용소의 존재를 부인한다고 본다. 어떻게 생각하나?

이광백(이하 이) : 극소수 탈북인들의 증언만으로도 북한 수용소 내 수감자들의 인권침해 실태는 심각하다. 비인간적인 수용소의 실태가 있는 그대로 낱낱이 전해질 경우, 북한 지도자와 정권은 치명적인 정치적 도덕적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태 : 북한은 부정하고 있는 정치범 수용소 문제에 대해 어떤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까?

이 : 우선 유엔과 국제사회가 지속적으로 수용소 실태 조사를 요구할 필요가 있다. 수용소 내 가혹 행위 등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다. 미국이 북한에 대한 관계 정상화, 수교 조건으로 정치범 수용소 해체를 내세울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북한 사회의 변화, 특히 민주화를 끌어낸다면 정치범 수용소를 완전히 해체할 수 있을 듯하다.

태 : 최근에는 기술을 발달로 당국의 통제에도 외부 정보, 특히 한류 콘텐츠를 보는 주민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2000년 대 초 시장화 바람으로 이러한 외부정보 유입이 가속화 되고 있는 것인데, 이러한 양상이 왜 발생하고 있다고 보나?

이 : 첫째 통제된 일부 정보만 북한 당국으로 일방적으로 얻는 북한 주민의 다양한 정보 갈증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 당국이 제공하지 않는 외국의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사람과 생활에 대한 다양한 문화, 오락 생활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둘째는 외부 정보가 쉽게 확산될 수 있는 디지털 미디어 기기가 빠르게 보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컴퓨터, 각종 DVD/USB 플레이어, 스마트폰 등이 급속히 보급되면서 외부 사회의 디지털 정보를 빠르고 쉽게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태 : 북한 당국은 외부 정보 차단에 열을 올리고 심지어 외부 영상물을 보다가 적발된 북한 주민을 처형시킬 만큼 심각하게 대응하고 있다. 외부 정보가 북한 정권에 치명적이 될 수 있다고 보나?

이 : 북한 체제와 정권을 유지시키고 있는 이념적 논리 가운데 하나는 ‘북한은 위대한 지도자가 건설한 사회주의 지상낙원이며, 남조선(한국)은 미제국주의(미국) 식민지이다. 미제국주의를 몰아내고 조국을 통일해, 미제에 억압과 착취에 고통 받는 남조선 인민을 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외부 정보, 특히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지속적으로 보게 되면, 북한 체제의 이념적 논리가 깨지거나 약화되고 결과적으로 북한 체제와 정권의 이념적 토대가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태 : 앞서 질문들을 통해 북한 정권에 대한 북한인권증진 방안으로 무엇을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까?

이 : 첫째, 북한 주민의 인권 침해 실상을 꾸준히 알리고, 둘째, 유엔 등 국제기구, 북한 당국에 인권 문제 해결 촉구해야 한다. 특히 정치범 수용소 문제가 중요하다. 셋째, 북한 주민에게 지속적인 정보 제공, 북한 주민의 인권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넷째, 북한 인권문제가 근본적으로 체제와 정권에서 비롯된 문제이기 때문에 북한의 체제와 정권의 변화를 위한 외부 사회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편집자 주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대외에는 평화와 관계 개선을, 내부적으로는 경제개발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미국과 중국, 그리고 한국과의 정상회담을 통한 비핵화 진전과 내부적인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정상국가 건설에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북한은 절대 핵을 포기하지도 않을 것이고 유화적 태도도 대북 제재를 해제하기 위한 꼼수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북한이 이야기하는 정상국가와 우리가 바라보는 정상국가 개념이 상이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데일리NK·국민통일방송은 태영호 전(前)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와 각 분야(정치, 사회, 경제, 인권, 통일 등)별 전문가와의 대담을 통해 북한이 개혁해야 할 문제들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해법과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