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밀입북 사건 발생…삭주·철산군 특정 지역에 ‘봉쇄령’

20일간 해당 지역 주민들 집 밖 출입 금지…국가보위성 '개성 사건'처럼 중대하게 취급

북한 평안북도 삭주군
북한 평안북도 삭주군 압록강변에 설치된 북한 초소.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 평안북도 삭주군 청수노동자구로 20대 탈북민이 밀입북하면서 일대가 전면 봉쇄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입북한 뒤 향했던 고향 철산군 리화리에도 역시 봉쇄령이 내려졌다는 전언이다.

30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이달 중순경 20대 후반의 탈북민 남성이 국경경비대의 눈을 피해 삭주군 청수노동자구로 몰래 들어왔다. 그는 현지 아는 주민 집에 머물다가 벌이버스를 타고 한 번에 고향 집이 있는 철산군 리화리로 들어갔다가 발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남성의 밀입북 사실은 그의 고향 집에 잠깐 들른 철산군 리화리 농장 수산작업반 반장의 아내를 통해 알려지게 됐다. 이 주민은 그 집에 행방불명된 아들이 한 명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그 집에 잠깐 들른 찰나에 웬 청년이 있는 것을 보고 집에 돌아가 자신의 남편에게 “그 집에 행불된 아들이 돌아온 것 같다”고 이야기한 것이다.

이후 남편인 농장 수산작업반 반장이 담당 주재원(안전원)에게 이 말을 전하면서 불과 15~20분 사이에 군 안전부가 기동타격대를 동원해 해당 집에 들이닥쳤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실제 그 집에는 2년 전 행방불명된 아들이 있었고, 그가 국경을 넘어 탈북했다가 밀입북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그 고향 집이 있던 철산군 리화리뿐만 아니라 밀입북 경로인 삭주군 청수노동자구에도 비상이 걸렸다.

소식통은 “군 비상방역지휘부가 도 비상방역지휘부에 이 사안을 알리고 중앙 비상방역지휘부에까지 보고되면서 22일 중앙의 비준에 따라 철산군 리화리와 삭주군 청수노동자구가 동시에 전격 봉쇄됐다”고 전했다.

봉쇄 기간은 20일로, 현재 두 지역의 주민들은 모두 집 밖 출입이 금지돼 자가 격리 중이라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해당 지역의 주민들은 예고 없이 갑작스레 봉쇄령이 내려지자 “어떻게 먹고 사느냐”면서 아우성쳤고, 한편에서는 “굶어 죽는 사람이 나오겠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고 한다.

이번에 밀입북한 탈북민은 과거 북한에서 작은 배를 가지고 바다에 나가 중국 어선과 접촉해 밀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한국 영화 등을 유입해 다른 주민들에게 빌려주다가 단속기관에 걸려 처벌받을 위기에 처하자 부모에게도 말하지 않고 국경을 넘었다는 전언이다.

그렇게 국경을 넘었다가 밀입북해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이 탈북민은 현재 철산군 보위부 감방에 구류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체포될 당시 그가 가지고 있던 상당량의 달러와 위안화는 모두 몰수당한 상태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지금 중앙의 국가보위성 일군(일꾼)들이 내려와서 조사하는 중”이라며 “보위성은 개성 사건(2020년 7월 탈북민이 개성으로 월북한 사건)처럼 중대한 문제로 취급하고 있어 내려온 보위성원들이 국가보위성과 중앙 비상방역지휘부에 조사 내용을 1일 보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탈북민의 가족들은 신고하지 않은 죄로 군(郡) 안전부에 구류됐고, 밀입북 직후 그를 집에 들여 재워준 삭주군의 주민과 그를 철산군까지 실어나른 벌이버스 운전수와 차장은 도(道) 안전국에 끌려갔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이밖에 이 탈북민이 밀입북한 지역의 경계근무를 맡은 국경경비중대 중대장과 중대 정치지도원 및 보위지도원, 근무성원들은 국경 경비를 소홀히 한 책임으로 해임, 철직, 제대되거나 혁명화 처벌을 받았다고 한다.

특히 북한은 해당 중대 인원들을 각기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고 새로운 교체 인원으로 중대를 꾸릴 예정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지난 2년간 방역을 위해 국경을 철저히 봉쇄했음에도 이런 일이 일어나자 국가보위성과 국경경비사령부는 해이성을 지적하면서 평안북도 국경 연선 경계를 담당하는 국경경비여단, 연대, 대대, 중대 전체를 검열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