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 맹인신발공장 노동자가족 장사 떠나다 단속…지배인은 철직

북한 함경북도 온성군 국경 지역. /사진=데일리NK

북한 함경북도 청진의 맹인신발공장 노동자 가족 5명이 이달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한 당국의 거리두기 방침을 어기고 장사를 떠났다가 단속에 걸려 연대적인 책임으로 공장 지배인이 철직된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16일 데일리NK에 “장애인공장으로 알려진 청진맹인신발공장의 노동자와 가족 일행 5명이 음력설 전인 2월 초 거리두기 방침을 어기고 국경 지역으로까지 들어갔다가 국경초소에서 단속돼 정부에 보고됐으며, 이것으로 공장의 지배인이 2월 8일 철직됐다”고 전했다.

청진시 라남구역에 위치한 맹인신발공장은 주로 시각장애인들과 그 가족이 출근해 일하면서 운동화와 편리화를 비롯한 천 종류의 신발을 생산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공장노동자 가족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에도 당국의 별다른 대책이 없어 굶어 죽을 위기에 처하자 한층 강화된 통제 분위기와 방역 규정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앉아서 굶어 죽을 수만은 없다며 공장에서 생산된 물품들을 가지고 몰래 장사를 떠났다.

실제 이들 가족은 여자 2명과 남자 3명으로 각각 짝을 지어 온성이나 회령 등 국경 지역의 농촌이나 고산지대로 들어가 가진 물품들을 알곡으로 교환해 돌아올 목적으로 길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경 지역으로 들어가려면 무산, 나진·선봉, 온성으로 통하는 집결초소인 뱀골초소를 지나야 하는데, 단속이 심하기로 유명한 이곳에서 결국 걸리고 말았다는 전언이다.

이에 당시 이들이 지니고 있던 물품들은 모두 현장에서 회수됐고, 이후 안전부가 맹인 사택에 대한 수색을 진행해 이들이 이미 전에 공장에서 몰래 빼돌려 가지고 있던 신발들까지 다 압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소식통은 “이들이 단속된 즉시 정부에 보고됐으며, 정부는 행정일군(일꾼)인 공장 지배인에게 노동자 가족들의 조직적인 질서를 제대로 세우지 못한 책임을 물어 그를 철직시키는 것으로 문제를 처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맹인들과 그 가족들에게는 ‘당에서 당신네 같은 불구자들도 먹여 살리려고 일자리를 주고 살아갈 수 있게 해주었는데 나라가 어려운 때에 이렇게까지 해서야 되겠느냐’는 지적이 있었다”며 “이들에 대한 처벌도 따로 있을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