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항서 빠져나가 탈북하려던 주민들, 北 경비정에 발각돼 나포

북한 강원도 원산 앞바다에서 조업 중인 북한 어민들의 모습. 기사와 무관. /사진=데일리NK

지난달 초 북한 함경북도의 청진항에서 배를 타고 탈북하려던 주민들이 바다 한가운데서 해군 경비정에 나포되는 사건이 일어나 세간이 떠들썩한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5일 데일리NK에 “고기잡이배 선장으로 일하던 한 주민이 1월 2일 가족과 선원들을 모두 배에 태우고 남조선으로 가려다가 바다 한가운데서 해군경비정에 단속돼 끌려오는 사건이 있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선장은 미리 한국으로 갈 뱃길도 익히고 200마력의 고기잡이배에 필요한 기름과 식량 등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에서 누구도 바다에 나가지 않는 조용한 날을 택해 아내와 아들, 그 외 선원 4명을 싣고 청진항을 빠져나왔다.

그가 탈북을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은 선장의 아내만 알고 있었을 뿐이고, 아들이나 선원들은 이들이 바다 한가운데로 멀리 나왔을 때야 비로소 알게 됐다고 한다. 실제 선장은 배 위에서 선원들에게 한국으로 갈 것을 제안·설득했고, 선원들은 이에 모두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들은 배를 타고 가면서 교대로 불침번을 서는 등 발각되지 않는 것에 온 힘을 다하며 남북 해상경계선에 다다랐는데, 탈 없이 달리던 배가 갑자기 고장이 나면서 급히 수리하느라 경계심이 풀리고 말았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경비정에 들키게 되면 미리 준비해 가지고 온 구명대(구명조끼)를 입고 바다에 뛰어들 준비를 철저히 다 해왔는데 배가 고장 나는 바람에 당황해서 수리에 몰두하다 보니 해군 경비정이 다가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면서 “때 늦게 상황을 알아차려 모두 잡혀 끌려오게 됐고 현재는 도 보위부에 넘겨진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청진시는 지금도 이 사건으로 떠들썩한 상태고, 영문도 모르고 바다에 나왔다가 한국행을 결심하게 된 20대 선원 4명의 가족들은 통곡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이 사건은 보통 사건이 아니어서 중앙에까지 보고됐고 이들 모두는 살아날 희망이 없는 것으로 무조건 관리소(정치범수용소)에 갈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번 사건으로 청진항뿐만 아니라 모든 수산사업소에서는 배를 타고 나가는 주민들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데 대한 보위부의 지시가 내려졌으며, 사상검토 문제 또한 거론되고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