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比 배로 늘어난 ‘단결’ 표현… “내부 실망감 고려한 듯”

노동신문, 당 창건일 사설서 ‘일심단결’ 강조...북미 회담 결렬 후 내부 결속에 집중 의도

지난 2016년 북한 평양의 김일성 광장에서 당 창건일(10·10) 행사 참가 중인 군인들의 모습. /사진=데일리NK 자료사진

북한 매체가 10일 노동당 창건 74주년을 맞아 ‘일심단결’을 통한 내부 결속을 강조하고 있어 주목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해엔 ‘민족긍지’와 ‘자부심’ 및 김정은 위원장의 ‘세련된’ 영도(지도력)’에 대한 찬양을 강조한 것과는 달리 올해는 ‘일심단결’을 통한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나섰다.

신문은 이날 ‘조선노동당은 일심단결의 기치 높이 승리와 영광만을 떨쳐갈 것이다’는 제목의 1면 기사에서 “혁명은 단결이고 단결은 승리”라며 “단결보다 더 귀중하고 위력한 무기는 없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본 사설에서 ‘단결’이라는 단어를 38회 언급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날 똑같은 제목의 1면 기사(19번)와 비교해 볼 땐 배로 늘어난 횟수다.

이처럼 올해 당 창건일에 단결의 의미를 강조한 것은 북미 간 비핵화 실무협상이 결렬되고 대북제재 완화가 요원해지는 상황에서 내부에서 나오고 있는 불만을 의식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본지는 지난 8월 북한 내부에서 경제난에 대한 책임론과 충성계층의 민심 이반 동향이 포착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관련기사 바로 가기: 경제난 지속되자 평양 시민들도 김정은 정권 냉혹 비판)

실제로 이날 신문은 “혁명하는 당에 있어서 가장 큰 자산은 인민이며 인민의 믿음보다 더 값비싼 재부는 없다”며 “대중적인 지반이 공고하지 못하고 인민의 지지와 신뢰를 잃은 당은 사상루각과 같다”고 밝히고 있다. 당국도 주민들의 불만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올해 이룬 성과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신문은 지난해에는 자체 평가를 수차례 언급했지만, 올해엔 1945년 조선노동당 창건 자체에 대한 의미만 열거했다.

즉 신문은 지난해 당 창건일 사설에서 “지금 우리 당은 일심단결의 위력으로 이 땅우(위)에 대비약, 대혁신의 새 역사를 수높아가고 있다”며 미증유의 사변들이 다계단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은 우리 당의 탁월한 령도(영도)가 안아온 빛나는 결실”이라고 강조했었다.

이는 지난해 3월 김 위원장이 첫 해외 순방으로 중국을 찾았고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 합의문을 발표하는 등 이전과 다른 적극적인 외교적 행보를 선전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 바 있다.

그러나 올해에는 1945년 조선노동당 창건 자체에 대한 의미를 부각시키고 있을 뿐 올해 이룬 행보에 대한 평가는 없었다.

다만 이날 신문은 “오늘의 경제건설대진군에서 일심단결의 위력을 더욱 높이 발휘해야 한다”며 “당이 결심하면 우리는 무조건 한다는 결사의 각오를 안고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목표수행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경제 건설을 강조했다.

이에 서재평 탈북자동지회 사무국장은 “지난달부터 평양에서는 9, 10월 중에 대북제재가 풀린다는 소문이 돌았다”며 “비핵화 협상이 결렬된 상황에서 인민들의 실망감이 커지고 불만도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북한 당국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 국장은 이어 “이 같은 ‘단결’ 강조 사설은 내부 결속에 힘쓰고 경제 건설에 대한 분위기를 고조시키려는 의도”라면서 “앞으로도 북한 당국은 일심단결과 자력갱생을 강조하면서 내부 단속에 지속 힘쓰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