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 지속되자 평양 시민들도 김정은 정권 냉혹 비판

간부들 “원수님, 미국가서 경제 봉쇄 담판”...비판 여론 의식한 듯

대동강 맥주
북한 평양에서 대동강맥주를 즐기고 있는 주민들. /사진=조선의 오늘 캡처

북한 정권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가 회의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조짐이 포착된다. 북미 간 비핵화 대화에 직접 참여하는 등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적극적인 외교 행보로 대북 제재 완화를 기대했던 주민들이 비핵화 대화가 결렬되고 경제난도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비판적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평양 소식통은 8일 데일리NK에 “지난해까지만 해도 아버지(김정일)보다는 아들(김 위원장)이 낫고 조선(북한)을 위해 국제적으로 떨쳐나서고 있다는 믿음을 나타내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그러나 올 초부터 급격하게 경제 사정이 악화되고 기대했던 제재 해제도 이뤄지지 않으면서 불만을 나타내는 주민들이 급증했다”고 전했다. 북한 주민의 김정은 정권에 대한 비판은 경제 악화에서 비롯됐다는 설명이다.

이어 소식통은 “기본적으로 주던 배급도 끊기자 불안감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많다”며 “명예 군인, 당기관 간부 등 무슨 일이 있어도 배급을 받아왔던 계층까지 올 초부터 배급이 전혀 지급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본지 취재 결과 배급이 끊기지 않던 일부 군수 공장들도 가동을 중단하고 배급도 끊긴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관련기사 : “北 일부 군수 공장 가동 멈춰”… 美 눈치보느라 무기 생산 중단?)  

평양 시민들은 김 위원장의 통치 스타일에 대해서도 비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주민들은 원수님(김 위원장)이 아버지보다 정치를 더 포악하게 한다는 말을 한다”며 “자기 맘에 들지 않으면 누가됐든 무차별적으로 없애고 있다는 얘기도 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평양 소식통도 교착 상태에 있는 북미 간 대화를 언급하며 김 위원장에 대한 주민들의 평가가 좋지 않다고 밝혔다. 지난 6월 30일 판문점 회담 장면을 시청한 평양 시민들은 북미 회담에 대해 냉혹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는 것.

북미정상회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30일 오후 판문점에서 만났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소식통은 “올해만해도 북남, 조미(북미) 수뇌부 상봉이 수차례 있었지만 아무런 결과가 없었다”며 “주민들은 원수님이 외국 수반들과 회담을 10번을 하든 20번을 하든 달라진 게 하나도 없고 인민생활은 여전히 어렵다는 한탄을 한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 주민들은 최근 이어진 북한 군당국의 미사일 시험 발사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새로운 무기에 대한 위력 시위 발사에 성공했다고 하는데 당장 평양 시민들은 생활이 팍팍한데 무기 개발만 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고 말했다.

또 소식통은 “이렇에 평양 주민들의 민심이 흉흉해지고 있지만 인민반 회의나 각종 강연회들에서는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노력하라는 자력갱생만 외치고 있는 분위기”라며 현실 인식하지 못하는 당의 정책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원수님이 외국의 수반들과 회담을 하든 협상을 하든 상관없으니 장사라도 해서 먹고 살게 단속이나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주민들이 많이 한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평양 출신 고위급 탈북민은 “김정은의 지지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평양에서 이런 비판이 나온다는 것은 정권에 대한 충성 계층이 흔들리고 있다는 반증”이라며 “김정은이 이러한 불만 여론을 읽고 있다면 북미 비핵화 협상에 나와 제재 완화나 해제를 적극적으로 요구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최근 북한의 고위급 당 간부들 사이에서 올 가을 김 위원장이 미국을 방문할 것 같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소식통은 “간부들은 원수님이 인민들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미국 방문을 할 것 같다는 얘기를 한다”며 “실제로 원수님이 미국을 방문할지는 모르지만 이런 소문도 주민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서 중앙당에서 흘리는 얘기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