잣 수확 끝나자 ‘국가수매’ 지시 내려져…주민들 “어처구니없어”

2017년 가을 북한 양강도의 한 농촌마을 뒤로 잣나무림(빨간 원)이 보인다. /사진=데일리NK

최근 양강도 당위원회에 국경 지역에서의 개인 잣 밀수를 철저히 막고, 개인이 가지고 있는 잣을 국가가 거둬들이도록 하라는 지시가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16일 데일리NK에 “최근 잣 가을(가을걷이)이 끝난 것과 관련하여 국경 지역에서 개인들의 잣 밀수를 철저히 막고 국가 수매로 안정된 국가무역에 들어갈 데 대한 지시가 도당에 내려졌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수확한 잣 전부를 국가가 끌어들이지 못한 것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개인들이 가진 잣이 국외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밀수를 철저히 차단하며, 어떻게든 국가 수매 방식을 택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시를 내렸다.

도당은 이후 주민들에게 이 같은 내용의 지시를 전달하면서 “국가가 밀수를 절대 허용하지 않으니 수매하라고 할 때 하라”고 주민들을 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주민들은 이를 두고 “어처구니없는 지시”라며 반발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 잣 임지가 있는 김형직군과 김정숙군 등에서는 수확된 잣의 50% 이상이 개인 수중에 들어갔는데, 주민들은 지난봄에 군 당위원회, 군 인민위원회와 합의해 돈을 주고 잣 임지를 부분적으로 할당 받고 6대 4의 비율로 이미 잣을 국고에 바쳤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주민들은 잣에 목숨을 걸고 이것으로 한해 식량을 마련하려고 밀수를 기다리는 형편”이라며 “해마다 잣 때문에 가택수색을 받아온 주민들은 갑자기 있을 가택수색에 대비해서 잣을 미리 다른 곳으로 옮겨두기도 했다”고 말했다.

다만 예년과 달리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국경 통제가 너무 심해 주민들도 섣불리 잣 밀수를 시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현재 국경이 철통 봉쇄되고 국경경비대도 일체 잣 밀수를 비롯한 모든 밀수에 개입하지 못할 정도로 통제가 강화된 상태”라며 “주민들은 80일 전투와 당대회가 끝나는 내년 2월을 기다리고 있지만, 그 전에 생활상 곤란이 조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국경 지역에서의 잣 밀수는 북한 당국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매년 11월이면 활발히 이뤄져 왔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밀수가 차단된 데다 자연재해로 농사도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국경 지역 주민들이 식량부족 등 생활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