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백 칼럼] 탈북민 2명 송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8일 오후 해군이 동해상에서 북한 목선을 북측에 인계하기 위해 예인하고 있다. 해당 목선은 16명의 동료 승선원을 살해하고 도피 중 군 당국에 나포된 북한 주민 2명이 승선했던 목선으로, 이들은 전날 북한으로 추방됐다. /사진=통일부 제공

지난 7일 정부가 탈북민 두 명을 북한으로 송환했다.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정부는 “살인 등 중대 비정치적 범죄로 북한이탈주민법상 보호 대상이 아니고 우리 사회 편입 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협이 되고 국제법상 난민도 안 돼 정부 부처 협의에 따라 추방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납득하기 어렵다.

첫째, 만약 그들이 범죄 혐의가 있다면 충분히 시간을 두고,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하는 것이 먼저였다. 정부 조사 기간은 겨우 5일이었다. 두 사람의 혐의를 충분하고 명백하게 증명하기에 너무 짧은 시간으로 보인다. 송환 다음 날 정부는 북한 주민이 타고 온 배마저 북한 당국에 넘겼다. 범죄 혐의를 입증하는 데 필요한 중대한 증거자료를 없애 버린 것이다. 탈북민 두 사람과 그 가족의 생명이 걸린 중대한 문제였다. 이렇게까지 서둘러 처리할 일이 아니었다.

둘째, ‘범죄 때문에 북한이탈주민법상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정부 주장도 오류다. 북한이탈주민 보호 및 정착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른 ‘보호 결정 기준’은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추방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이 아니다. 정부 지원 법률에 명시된 정착금, 주택, 교육, 의료, 취업, 기초 수급과 같은 정부 지원 대상자냐 아니냐를 가르는 기준이다. 범죄 전력 때문에 보호 대상이 아니라면, 정착금과 주택 등 정부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면 될 일이다. 우리 헌법과 법률에는 국내에 입국한 북한 주민을 의사에 반해 강제로 북송할 수 있는 규정도 없다. 북한인권단체들은 ‘정부가 고문 위험 국가로 추방, 송환, 인도를 금지한 유엔고문방지협약을 위반하고, 탈북인의 인권을 침해했다’는 성명까지 냈다.

셋째, 국민 몰래, 강제송환을 추진하려 했던 정황도 문제다. 만약 특정 통신사가 우연히 입수한 정보기관 직원의 스마트폰 사진을 공개하지 않았다면, 언론과 국민은 강제북송이 비밀리에 추진된 후에 알거나, 아예 몰랐을 가능성도 높았다.

논란이 큰 중대사안이었고, 진상이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으며, 야당이 ‘서둘러 송환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국민 몰래, 성급하게, 기어이 강제북송을 추진한 이유가 궁금하다. ‘조사 과정에서 그 사람들이 처음에 진실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다른 경로를 통해 입수한 정보를 활용해 (범행 사실을) 파악했다’는 관계자의 발언도 석연치 않다. 혹시, ‘범죄를 저지르고 탈북했으니 돌려보내라’는 북한 당국의 말을 듣고 철저한 조사 없이 황급하게 송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는 대목이다. 만약 그렇다면,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를 진전시킨다’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두 사람과 그 가족의 생명을 제물로 바친 셈이다.

정부는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 자료와 조사 경위를 공개해야 한다. 국회도 국정조사를 통해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인간의 생명과 권리를 대가로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 한 것이 아니라면, 사건 진행 과정을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살인죄 등 중범죄를 저지르고 탈북한 주민에 대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국민적 합의와 관련 규정이 미흡하다면 이것도 보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