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기획] “노동신문보다 빠르다”…본지, ‘1호 행사’도 먼저 보도

조선중앙통신은 노동당과 북한 당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국영통신사로 내부 소식을 가장 빠르게 보도하는 매체 중 하나다. 특히 북한 당국은 통신을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정, 국가 주요 행사등을 신속하게 보도하고 있다. 노동신문 역시 노동당의 기관지로서 당의 주요 결정사항, 방침, 정책들을 당원들과 주민들에게 신속하게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외부와 단절된 북한 사회의 특성상 두 매체는 내부 소식을 가장 빨리 외부로 전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북한 소식을 다루는 세계의 언론들도 이 매체들의 보도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해 데일리NK는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보다 빠르게 북한의 주요 소식을 전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김 위원장이 직접 참가하는 1호 행사 관련 소식부터 북한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 사태까지 다양한 내용들을 ‘빠르고 정확하게’ 보도해 왔다.

이에 올 한해를 정리하며 북한 매체보다 빠르게 보도됐던 데일리NK 기사 5개를 선정해 봤다.

김정은 삼지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양강도 삼지연군 건설 현장을 시찰했다고 노동신문 등 북한매체가 지난달 16일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특급기밀 1호행사 소식 北 매체보다 빨리 알려…내부선 유출자 색출에 혈안

북한에서 김 위원장이 참여하는 1호 행사 관련 일정은 최고지도자의 신변 보호 등을 위해 특급 기밀 중 하나로 취급된다. 북한 매체들도 이런 이유로 김 위원장 동정을 며칠 지난 후에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본지는 북한 매체들이 관련 소식을 알리기 이틀 전 김 위원장의 삼지연 방문 소식을 먼저 보도했다.

본지는 지난 10월 14일 김 위원장의 1호열차가 전날 새벽 혜산역을 통과했다고 보도하면서 삼지연을 방문한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을 내놓았다.(▶관련기사 : 김정은 또 삼지연 방문한 듯… “13일 새벽 ‘1호열차’ 혜산역 통과”)

그로부터 이틀 뒤인 10월 16일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삼지연군을 방문해 현지지도 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북한 국가보위성은 삼지연 1호 행사 소식의 유출경위를 파악하고 유출자를 색출하기 위한 대대적인 단속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방인민회의 대의원선거
북한 지방인민회의 대의원선거 포스터. / 사진=노동신문 캡처

북한 매체보다 3개월여 앞서 ‘지방 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보도

지난 6월 11일 도(직할시), 시(구역), 군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7월에 시행할 것이라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북한의 지방 인민회의 선거 일정은 통상 북한 매체를 통해 한두 달 전에 공개된다.

그러나 본지는 이보다 앞선 지난 3월 26일에 내부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지방 인민회의 대의원선거가 7월에 예정됐다고 밝혔다.(▶관련기사 : 북한 지방 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7월에 실시한다)

당시 본지는 내부소식통을 인용해 “군당위원회 간부회의에서 올해 지방 대의원 선거를 7월에 실시한다는 지침이 공개됐다”고 말했다. 

제5차 중대장, 중대정치지도원대회
제5차 중대장, 중대정치지도원대회가 3월 25일 26일 평양에서 진행되였다. / 사진=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6년 만에 개최된 중대장·중대원 정치지도원 대회… 개최 1주일 전 보도

북한은 2013년 10월 4차 중대장·중대원 정치지도원 대회가 개최된 지 6년 만인 지난 3월에 제5차 중대장·중대원 정치지도원 대회를 열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3월 2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회를 지도했다고 밝혔다.

본지는 이보다 일주일 앞선 20일에 “3월 하순경 평양에서 인민군 중대장, 중대 정치지도원 대회를 개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당시 본지는 이번 대회가 3월 10일경에 긴급히 공지된 점으로 미뤄보아 베트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군 내부 정치사상 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언급한 바 있다.

노동신문이 8일 기사를 통해 지난 5월 법동군에서 산불이 일어났다고 보도했다. / 사진=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법동군 대형 산불 사건 노동신문보다 빨랐다

본지는 지난 6월 북한 강원도 법동군에서 산불이 발생, 큰 피해를 봤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본지 소식통을 인용해 “5월 초 법동군 야산에서 뙈기밭을 관리하던 주민의 과실로 산불이 발생해 인근 주민들이 사흘간 주불 진화와 잔불 정리에 매달렸다”며 “법동군에서 발생한 산불로 수십 정보의 산림이 파괴됐고, 주민들도 사흘간 산불 끄기에 동원돼 고생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로부터 약 2개월여가 지난 뒤 노동신문에 관련 소식이 실렸다.

신문은 지난 8월 ‘숭고한 애국심을 안고 떨쳐나서야 한다’는 기사에서 “법동군에서는 지난 5월에 산불이 일어났다”며 “그 피해는 크다”고 밝힌 것이다.

북한의 주요 정치 일정 이외에도 사건·사고 소식도 북한 매체보다 빠르게 외부로 알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본지 웹사이트에 접속하는 북한 사용자(네트워크 접속지역이 북한이거나 시스템 언어설정이 북한어인 사용자) 상당수는 내부 사건 소식을 전하는 ‘지금 북한은’의 기사를 보고 있다.

북한 내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일지. /그래픽=김성일 데일리NK 기자

북한 아프리카돼지열병 국제기구에 신고 전 발병 사실 보도

본지는 지난 4월 23일 북한 평양 외곽지역에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돌고 있다고 복수의 평양 소식통을 통해 전했다.

당시 내부 소식통들은 본지에 지난 2월 중순부터 형제산구역과 승호 구역 등 평양 부도심 및 외곽지역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돌기 시작했다며 살림집에서 기르던 돼지가 많이 죽어 주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북한 당국은 지난 5월 말 ASF 발병 사실을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신고했다.

다만, 이 같은 사실도 북한 매체를 통해 주민들에게는 알리지 않았다. 북한 당국이 내부적으로 발병 사실을 공식화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다만 노동신문은 지난 8월 ASF의 피해 상황을 보도하며 그 심각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경우에도 다른 나라의 ASF 전파 사실을 상세히 전할 뿐, 정작 북한 내부의 전염 상황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아직까지 ASF 발병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주민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