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라는 이유로…백신 ‘사각지대’ 놓인 중국 내 탈북 여성들

자치구별 신분 인정 수준에 따라 다 달라 혼란…중국 내 탈북 여성들 "돈 내고라도 접종해줬으면"

중국 오성홍기. / 사진=데일리NK

중국에 불법체류 중인 탈북 여성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7일 데일리NK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불법적으로 강을 건너 중국에 넘어와 살고 있는 중국 내 탈북 여성 대다수는 1차 백신접종도 받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불법체류 중인 외국인들이 코로나19 진단검사와 백신접종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는 미등록 외국인들의 코로나 검사 및 백신 접종 과정에서 불법체류 사실이 드러나더라도 단속이나 출국 조치 등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 세계적인 전염병 확산 상황에 집단감염 위험성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대승적인 조치인 셈이다.

그러나 중국은 탈북 여성들의 백신접종을 성·자치구별 결정에 맡기고 있어 거주지에 따라 기준이 달라 백신접종 가능 여부를 두고 탈북 여성들 사이에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실제 지난 6월 중국은 ‘자국 내 북조선(북한) 여성들의 백신접종은 성 자체 결정에 따라 진행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각 성과 자치구에 내려보냈다는 전언이다.

이는 지난 4월 북한과 인접해 탈북 여성들이 많이 살고 있는 중국 성·자치구들이 백신접종에 소외될 우려가 있는 탈북민들의 문제를 중앙에 제기함에 따라 내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중앙의 공문이 내려온 뒤 베이징(北京)과 톈진(天津) 등 비교적 큰 도시들에서는 일부 탈북 여성들에 대한 백신접종이 이뤄졌지만, 대다수의 탈북 여성들이 거주하고 있는 헤이룽장성(黑龍江省), 랴오닝성(遼寧省), 지린성(吉林省) 등 중국 지역에서는 여전히 백신접종이 어려운 상태다.

더욱이 중국 성·자치구별로 탈북 여성들의 신분 인정 수준을 따져 백신접종에 차등을 두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실제로 과거 돈을 주고 ‘임시 후코’(혹은 반후코)를 발급 받은 탈북 여성들은 현재 백신을 접종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시 후코는 중국 체류 기간이 20년이 넘고 중국인 남편과의 사이에 자식이 있는 극히 일부의 탈북 여성들이 돈을 내고 발급 받은 중국 정부기관의 일종의 체류허가 서류로, 사실상 중국 행정 및 의료 체계에 편입돼 백신접종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임시 후코 없이 중국 공안기관의 조치에 따라 중국인 남편의 호적에 ‘비법월경 불법체류 북조선 여성’으로 신상 등록만 돼 있는 다수의 탈북 여성들의 경우에는 대체로 백신접종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관련기사 바로가기: 中공안, 자국 내 탈북여성 대상 도강경로 및 인적사항 조사진행)

그 외 공안기관에 신상정보조차 등록되지 않은 탈북민들은 더더욱 백신을 접종받을 수 없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중국 내 탈북 여성들은 중국인과 동거하고 있어 거처가 확실한 사람이면 중국 당국이 돈을 받고서라도 백신접종을 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내고 있다.

소식통은 “중국 내 탈북 여성들은 남편이 중국인 이더라도 병원에 가서 제대로 된 치료 한 번 받을 수 없는 현실”이라며 “이들은 3차 접종까지 마친 중국인이 수두룩하지만 자신들은 불법 체류자라는 이유로 엄중한 코로나 시국에 백신 접종 대상에서 제외되는 불행한 처지에 놓여있다고 토로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 사람들 속에서조차 돈을 받고서라도 자국 내 탈북민들에게 백신을 접종해주는 게 맞지 않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