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은 전세계적 위협 민주화 기대는 헛수고”

(중앙일보 2005-01-21)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애독서로 밝혀진 ‘민주주의론(The Case for Democracy)’에 북한이 대단히 부정적으로 묘사되고 있다. 저자인 나탄 샤란스키는 이스라엘 내각에서 이주담당 장관을 역임한 강경 우파 정치인이다. 따라서 책의 주된 비판 대상은 아랍국가들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북한은 아랍국가보다 더 심각한 독재국가로 묘사되고 있다. 부시와 라이스의 대북관에 영향을 미칠 대목이다. 총 279쪽 중 북한을 언급한 10여쪽을 요약 소개한다.

◆북한은 전 세계에 위협=책은 “평양의 전체주의 정권은 반세기 동안 한국을 위협했고, 이제는 장거리 미사일과 핵탄두 미사일 기술까지 판매하며 일본과 다른 나라들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위협”이라고 주장했다(89쪽).

문제의 핵심은 김정일 정권의 성격이다. “북한이 한국처럼 민주화된 나라라면 핵무기 보유가 큰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항상 긴장상태를 만들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김정일이 핵무기를 쥔다면 상황은 전혀 다르다. 그가 그 핵무기를 직접 사용하거나 테러집단에 넘겨줄 위험성이 크다.”

◆포용정책은 헛수고=”시리아.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 독재국들과 비교할 때 북한이 언제라도 곧바로 민주화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헛수고다. 자유무역과 온건한 외교로 북한을 한국처럼 개조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긴 하다. 그러나 가장 열렬한 포용주의자라도 (이 방식으로)’자유 북한’의 실현을 목격하려면 몇십년은 족히 기다려야 할 것이다.”(99쪽)

책은 이어 “현재처럼 북한과 군사적 대치만 계속하면 언젠가는 엄청난 청구서를 받게 될 것”이라며 즉각 북한을 압박해 민주화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유세계가 북한에 민주주의를 착근시키기 어렵다고 믿는 사람들은 한 세대 전 (자유세계)정치지도자들이 소련의 민주화를 믿지 못한 것을 상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의 참상=책은 탈북자들의 증언을 인용해 북한 체제의 참상도 전하고 있다(45쪽). “북한에서는 마음속 생각을 입으로 말하면 바로 죽기 때문에 눈으로 말한다. 북한 주민들은 눈으로 말하고 입으로 보는’예술’을 구사한다. 그들은 생각과 말이 전적으로 다른 ‘이중사고’의 대가들이다.” “정치범 수용소에서 근무하다가 탈출한 한 북한군 장교는 부모가 자녀들과 가스실에서 처형되는 것을 목격하고도 당연하게 생각했다. 그 장교는 기아.빈곤 등 북한의 모든 불행이 그 죄수들의 탓이라고 세뇌됐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