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은행 정상화에 안간힘… ‘저금계획’ 하달에도 주민 관심 無

북한 중앙은행. /사진=서광 홈페이지 캡처

북한이 은행 정상화를 위해 저금을 강요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무관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로또로 불리는 ‘추첨제저금’도 인기가 사그라들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18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당국이) 인민반별로 조직적, 강제적으로 한 가구당 얼마씩 저금하라고 강요하고 있다”며 “심지어 한 달에 얼마씩 은행에 넣으라는 ‘저금계획’까지 내려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북한은 은행 정상화를 통해 주민들의 자금 규모와 흐름을 파악하고 국가재정을 튼튼히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목표에 따라 당국이 저축일과 저축액까지 지정해줬지만, 주민들은 요지부동이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이와 지난 2009년 화폐개혁으로 인해 막대한 손해를 본 북한 주민들은 공금융에 대해 매우 큰 불신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은행에 돈을 넣으면 재산 규모, 자원 흐름 등이 당국에 그대로 노출돼 크게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판단도 하고 있다.

이와 관련, 본지는 지난 5월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외화 보유량을 조사하고 저축을 강요하고 있지만 주민들 반응은 시큰둥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관련 기사 바로 가기 : 북한, 주민 대상 ‘외화 보유 실태 조사’… ‘저축’도 강요)

소식통은 “주민들은 은행에 들어간 돈은 못 찾는다고 인식하고 있다”면서 “(불신이) 이 정도이니 이자율이나 금융 상품에 관심도 없을뿐더러 이용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한때 주민들에게 인기가 높았던 ‘추첨제저금’도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예전에는 그래도 추첨제저금이 가장 많이 선호하던 저금상품이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며 “추첨제든 아니든 저금소에 들어간 돈은 제 돈이 아니라고 생각이 점점 확산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추첨제저금은 예금자에게 정기 이자를 주지 않는 대신 분기별 추첨을 통해 당첨금으로 지급하는 저축 장려제도다.

당첨자 중 1등에게는 예금액의 100%, 2등 30%, 3등 10%를 지급한다. 다만, 계좌당 최대 입금 가능액은 북한 돈 10만 원으로 제한된다.

과거에 이런 추첨제저금이 큰돈을 벌 기회로 여겨져 인기가 높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당첨 확률도 낮을뿐더러 당첨금 지급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인기가 떨어졌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북한 은행의 저축 관련 상품 중에 주민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전혀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한편, 조선중앙은행 지점의 업무 중 하나인 귀금속, 외화를 생필품으로 교환해주는 일은 사실상 유명무실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교환사업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에나 다소 있었다”면서 “지금은 국가가 운영하는 은행들과의 신용 문제로 사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지금은 딸라(달러)나 중국 돈으로 얼마든지 좋은 상품을 사고팔 수 있기 때문에 금은 수매소 같은 곳도 거의 문을 닫다시피 했다”며 “국산제품만 있는 금은 수매소에 있으나 마나 한 곳으로 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