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께 보내는 림일의 편지] <47> 옥류관, 청류관, 금류관

남한에는 ‘개성왕만두’, ‘함흥냉면’ 등 북한지명의 음식점 간판이 많은데 비해 북한에는 남한지명의 식당 간판이 단 한 개도 없습니다. 이것도 분명 남북의 서로 다른 풍경의 일환이겠죠. 오른쪽은 강명도 ‘대동강오리불고기-평양토종순대국’ 대표. /사진=림일 작가 제공

김정은 위원장평양시 대동강구역 태생인 나는 12살 때 수령이 등장하는 1호행사인 조선노동당 제6차대회(1980년 10경축100만 군중시위 학생소년단’ 대열에 참가하기 위해 5개월간 매일 7시간씩 고된 훈련을 한 적이 있습니다.

장소는 평양시 문수거리 릉라동의 대동강변대로현재 옥류교 동쪽지역에서 청류다리까지 2km구간주체탑거리로 불리는 왕복 4차선 도로인데 주변 강변의 드넓은 공터를 보며 이 명당자리를 그냥 비어두는가?’ 하는 생각을 했지요.

2011년 이후당신 시대가 열리며 그 노른자위 땅에 류경원인민야외빙상장롤로스케이트장김일성화·김정일화 전시관대동강수산물식당 등이 생겼습니다대중의 눈에 잘 띄는 명당자리를 적극 활용하는 기묘한 건축정치의 일환이겠죠.

여기서 평양 대동강수산물식당 소리 좀 하지요지난 2018년 7월에 성대히 개업한 24천㎡에 3층으로 이뤄진 고급음식점으로 한 번에 최고 1,500명의 손님까지 수용할 수 있습니다건물외관 모습은 강 위에 떠있는 유람선을 묘사했지요.

2층에는 각종 해산물 요리가 나오는 크고 작은 방과 수산물가공제품 매장도 있습니다. 3층 야외식탁에서 보는 모란봉, 51일경기장대동강풍경 등이 황홀하죠. 2018년 9월 평양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찾았던 식당이기도 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평양 대동강수산물식당’ 이름이죠현재 옥류관’(대형 국수집근처에 평양수산물백화점이 있는데 대동강을 사이에 두고 같은 평양수산물이란 이름의 대형음식점이 2개 있는 거죠단지 대동강가에 있다고 그랬을까요?

그러면 2001년에 준공한 평양시 사동구역 송신동에 있는 대동강맥주공장과 2011년에 건설된 삼석구역 농촌지역에 있는 대동강돼지공장은 대동강과 무슨 연관이 있죠물론 대동강’ 이름은 지역과 상관없이 쓰는 고유명사입니다.

제가 말하자는 것은 좀 다른 의미랍니다선대 수령들(김일성·김정일시대에 생긴 그 유명한 옥류관’, ‘청류관’(보통강변의 대형 종합식당이름에 비해 당신 시대의 대동강수산물식당’ 이름은 독창성이 전혀 없고 촌스럽다는 것이죠.

하여 건의해봅니다. ‘옥류관’(玉流館)이 구슬 같은 물이 흐르는 강가의 집, ‘청류관’(靑流館이푸른 물이 흐르는 강가의 집이라면, ‘대동강수산물식당을 귀한 물이 흐르는 강가의 집이란 뜻에서 금류관’(金流館)으로 바꾸면 어떨까요.

현대적인 시푸드 레스토랑 금류관’ 주변에는 금수산’(모란봉)과 금릉동굴’(릉라다리 서쪽에 있는 터널등이 있어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입니다허면 옥류관청류관에 이어 모두 강변에 위치한 평양의 3대 대형음식점이 되겠지요.

김정은 위원장이건 아시나요평양의 고급식당을 이용할 수 있는 안내표(티켓)도 당신의 배려로 받는 10%의 인민들이고 20% 인민들은 몇 년에 한두 번, 70%의 인민들은 식당 문 앞에도 못 가보는 가련한 삶을 사는 것 말입니다.

사람의 눈에 보이는 건축물에 이어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까지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는 당신 김 가 수령족속의 그 야만적인 통치체제에 세계가 경악하고 있다는 것도 좀 아시오그래서 유지되는 3대 계승독재 사회이겠지만 말이죠.

당신 입버릇처럼 말로만 인민의 어버이뭐요하지 말고 공화국 과반의 인민들이 멀건 죽을 먹고 산다는 것을 꼭 알았으면 좋겠습니다지금처럼 혼자기껏해야 1%의 인민들인 당과 국가의 간부들과 호의호식하지 마시고

 2021년 7월 19일 – 서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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