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옛 건군절’에 주민 돈 뜯어 제대군관 부부 식사 대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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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10일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우리군의 전투복과 유사한 디지털 위장무늬 군복을 착용한 북한 군인들이 행진하고 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김일성 생일(4월 15일) 때 일부 제대군관에 돼지고기(1인 1kg)를 공급한 데 이어 당국이 이번엔 ‘옛 건군절’인 25일에 부부동반 식사를 대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에 대한 관심이 최근 들어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26일 데일리NK에 “중앙의 지시에 따라 주요 도시에서 25일 공휴일에 제대군관 부부동반 식사 모임이 있었다”면서 “이 모임은 25일 점심 12시부터 청진시는 청암각, 회령시는 회령관에서 진행됐다”고 전했다.

이 같은 동향은 다른 지역에서도 포착됐다. 양강도 소식통은 “25일 혜산시 압록각에서 제대군관 부부들을 초대했다”면서 “식탁에는 술과 맥주, 돼지고기, 닭알(계란), 콩나물, 김치, 순대 농마국수 등과 더불어 여러 떡과 과일도 올랐다”고 했다.

정주년(5, 10처럼 꺾어지는 해) 행사 때 제대 군관들을 식사에 초대한 적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올해는 조선인민혁명군(항일유격대) 창건 89주년이라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부부동반도 특이하다고 소식통은 지적한다.

이는 조금이나마 김일성의 빨치산 투쟁업적을 마음 속에 품고 있는 제대 군관들의 마음을 사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소식통은 “이번 식사모임은 국가를 위해 헌신한 제대 군관들의 명예를 지켜주지 못하는 당국이 그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래보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제대군관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니 모두 좋아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국가 명절이나 공휴일에 제대군관들을 격려하는 행사들이 잦을 것이란 소문도 돌고 있어 모두가 기대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여 소개했다.

다만 북한 당국인 고가의 식사 비용을 인민반에서 거둬들인 자금으로 충당했다고 한다. 그리고 정작 참가자들에게는 단돈 ‘천 원’만 받았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에 생계가 어려운 주민들의 돈을 걷어 잔치를 벌였다는 점에서 당국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체면치레에 나섰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북한은 지난해 5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을 통해 김일성이 항일유격대를 조직했다는 4월 25일을 국가 명절이자 공휴일로 지정한 바 있다.

또한 김정일 시대였던 1978년부터 김정은 집권 6년차인 2017년까지 북한은 이날을 ‘인민군 창건일’로 기념해오다, 2018년부터 실제 정규 인민군이 창설된 2월 8일(1948년)을 건군절로 바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