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열리는 ‘김일성-김정일주의청년동맹’ 제10차 대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북한이 애초 예고와 달리 4월 하순으로 대회를 연기한 배경이 전해졌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는 앞서 지난 2월 청년동맹 제10차 대회가 4월 초순 평양에서 진행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최대 명절인 김일성 생일(4월 15일, 태양절)까지도 관련 소식이 전해지지 않아 대회 개최 여부를 두고 궁금증이 증폭됐다.
그러다 지난 20일 매체는 대회 소집에 대한 김일성-김정일주의청년동맹 중앙위원회 명의의 공시를 띄우며 청년동맹 대회가 4월 27일부터 평양에서 열리게 된다고 보도해 하순으로 일정이 미뤄졌음을 확인했다.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은 이렇듯 청년동맹 대회가 연기된 배경에 대해 “기본은 세포비서 강습 때문”이라고 26일 전했다. 앞서 열린 세포비서 대회와 관련한 강습 일정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청년동맹 대회 개최 일정이 조정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김정은 총비서 동지를 모시고 한 대회가 폐막한 뒤에 중앙에서 강습이 있었는데 그 이후에 도에 내려가서 강습하고, 시·군에서도 또 강습하고, 기관·기업소·공장·단체·농장별로도 강습했다”며 “강습 내용은 기본 세포들이 당의 전위조직들을 장악해야 한다는 것이어서 전국적으로 다 정비될 때까지 청년동맹 대회를 미룬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동맹, 직업총동맹(직맹),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여맹), 조선농업근로자동맹(농근맹) 등 근로단체 대회에 앞서 기본 중심이 되는 세포비서 대회의 정신이 전국의 하부 말단까지 침투돼야 했고, 여기에 강습이 사상투쟁의 분위기로 진행되면서 상당 기일이 소요됐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앞선 세포비서 강습에서는 ‘천리마 선구자 때의 세포로 돌아가야 한다’는 내용이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김일성 집권 시기 당세포들은 청년동맹원, 직맹원, 여맹원, 농근맹원을 관리하며 사상교양사업, 인간개조사업을 했기 때문에 기적이 창조됐다면서 그때처럼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는 것이다.
특히 소식통은 “그동안 당원들은 같은 직장 안에 있는 청년동맹원들이 무엇을 하든 다른 조직이라 여겨 상관 안 했는데 앞으로는 세포들이 당원들에게 청년동맹원들을 샅샅이 들여다보고 개별동향을 보고하는 것을 분공(分功)으로 주게 했다”며 “중앙당에서 모든 것을 들여다보지 못하니 기본 세포를 강화하고 세포가 매 당원들에게 분공을 줘서 개별적 청년동맹원들을 장악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결과적으로 북한은 전국의 하부 말단 당세포들이 이 같은 강습 내용을 빠짐없이 숙지할 때까지 청년동맹 대회를 미룬 것이라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실제 본보가 여러 소식통을 통해 파악한 결과 이달 초 평양과 남포, 평안남도 청년동맹 조직에 ‘세포비서 대회가 마무리되는 즈음인 10일에 청년동맹 대회를 열겠다’는 포치가 내려졌다. 그러다 돌연 태양절 지나 대회 개최 날짜를 다시 포치하겠다는 지시가 내려와 청년동맹 조직들이 대기 상태에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북한이 본래 4월 초순 청년동맹 대회 개최를 계획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27일 평양에서 열리는 청년동맹 대회 참가 대상은 주로 전국의 특급기업소, 1급기업소, 연합기업소 청년동맹 일꾼들과 모심단위, 사적단위 청년동맹 일꾼들이며, 도별로 각 조직에서 추천을 받은 모범적인 청년동맹 일꾼들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대회에서는 청년동맹이 혁명의 후비대, 주력군으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문제, 청년층에서 나타나고 있는 반동사상문화의 통제 필요성에 대한 문제 등이 주요하게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식통은 “청년동맹 일꾼을 하다가 김일성고급당학교, 금성정치대학, 인민경제대학에 가서 당 일꾼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청년동맹 생활을 그냥 당 간부가 되기 위한 발판으로 여기고 업무를 책임감 있게 하려는 사람이 없다”며 “가장 윗 꼭대기들이 당으로 갈 생각밖에 안 해서 지금 새 세대 관리도 못 하는 것이고, 그래서 수령님(김일성) 때의 청년동맹으로 다시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소식통은 “지금 중앙당 일꾼들 속에서는 ‘백두에서 개척된 주체혁명 위업의 계승 완성을 위한 기본 초석으로 되는 혁명의 세 세대들이 문제’라는 말이 나온다”며 “남조선 말투를 하고 옷차림이나 머리 단장도 불량하고 심지어 초상휘장을 안 달고 다니는 청년들을 통제 못 하니 이러다가 정말 큰일이 날 수 있어 원수님께서 아예 청년동맹을 갈아엎고 새 세대들을 개조하려는 것이라고들 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밖에 북한이 지난 1월 8차 당 대회에서 예고한 대로 이번 대회에서는 단체명을 바꾸는 문제도 논의될 예정이다. 2016년에 열린 직전 대회에서 ‘김일성-김정일주의 청년동맹’으로 개칭된 지 5년 만에 또다시 이름을 바꾸게 되는 셈이다.
다만 소식통은 “이전에는 대중들의 토의를 걸쳐 올라오면 당중앙에서 명칭을 결정하는 식이었는데 이번에는 당이 일방적으로 정할 것으로 안다”며 “대회에서 기본 수령님 때의 청년동맹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점이 강조될 테니 수령님 때의 명칭과 비슷하게 가지 않겠냐는 관측이 많다“고 했다.
북한의 만 14세 이상 학생·청년층이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청년동맹은 1946년 ‘북조선민주청년동맹’으로 창립됐으며, 이후 ‘조선민주청년동맹’(1951년), ‘사회주의 노동청년동맹’(1964년),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1996년)으로 개칭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