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읽기] “쓰레기를 보물로”… ‘재자원화’에 대한 소고(小考)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21일 “국가과학원 함흥분원에서 국산화와 재자원화를 위한 연구사업에 힘을 넣고 있다”며 관련 사진을 보도했다. 신문은 함흥분원이 “과학연구역량을 분산시키지 않고 중요대상들에 집중적으로 파견하는 한편 그들의 연구사업 조건을 보장하여 주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최근 북한에서 ‘자력갱생’에 ‘간고분투’를 더한 재자원화 강요가 도를 넘고 있다. 대북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 등으로 심화된 경제적 어려움에서 탈피하기 위한 ‘자력갱생’ 정책이 경제 균형을 파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6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도(道) 지방공업관리국 1분기 총화회의에 참석한 당 책임비서 안금철이 2분기 과제를 제시하면서 재자원화를 ‘지상의 명령’으로 여기고 무조건 실행하라고 엄포를 놓았다.

여기서 재자원화는 폐기물을 수거해 다시 쓸 수 있는 물건을 만드는 사업을 말한다. 공장이나 가정에서 고철, 폐지, 비닐, 유리와 다 쓴 물건에 들어있는 구리나 알루미늄 소재, 심지어 신발 밑창, 치약 용기까지 가능한 모든 폐기물을 수거해 재활용하라는 것이다.

북한은 재자원화가 쓰레기를 보물로 만들고 살림살이를 더욱 윤택하게 한다면서 폐기물을 회수하는 데 전민(全民)이 동참해야 한다고 선동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최고인민회의에서 재자원화 법까지 제정했고, 이 사업을 등한시하는 공장이나 기업을 당 조직지도부가 검열할 정도로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은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이제 재자원화에 동원할 폐기물도 없다고 그들은 말한다. 또한 현지 기술 전문가들 속에서도 낮은 기술력과 만성적인 원자재 부족 상태에서 재자원화만으로 경제난을 타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초부터 코로나19 확산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국경을 폐쇄하고 과잉 봉쇄를 이어가고 있다. 90% 이상을 차지하던 중국과의 무역이 급감하면서 북한은 원자재 수급에 더욱 차질을 빚게 됐고, 연쇄적으로 북한산업 전반이 타격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의 출구 전략은 봉쇄가 아니라 교류와 협력이다. 과도한 폐쇄전략과 경제적 가치가 없는 재자원화로는 고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자유로운 경쟁 시장의 분위기를 만드는 게 옳은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4대 자유(재화와 용역, 인력과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를 보장해야 한다. 이 과정에 국가의 무역이 촉진될 뿐만아니라 수입과 고용에서도 긍정적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자유로운 경쟁시장에서 북한 주민들과 기업은 세계 여러 지역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제품들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구매력도 덩달아 증가한다. 그리고 제품수송, 정보와 자료 전달 비용이 감소하는 효과도 누릴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북한 당국은 국경을 넘는 서비스 흐름을 막는 현존하는 모든 제도적 장치들을 ‘경제성장’과 ‘인민의 행복’을 방해하는 장애물들을 규정하고 무조건 철폐해야 한다.

그래야 북한 주민들이 어느 지역에서 경제 활동하든 일정한 동등성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창조성이 생기고 그 창조성은 교류와 협력을 통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점을 북한 당국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