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읽기] ‘주체·자립’ 강요에 주민들은 생존 위기에 빠졌다

반제 계급교양
기업소 직원들을 대상으로 반제 계급교양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최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에 의하면, 개천시 중소기업 중 약 75%가 전력·자재 부족으로 생산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더욱이 지역 부업지 개간과 농촌지원 등 과제 수행에 내몰리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특히 중국 등 해외 수입 자재나 원료가 필요한 기업들은 반제품을 만들어 놓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졸지에 수십만 명의 노동자들이 실업자 아닌 실업자로 전락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이동이 제한되면서 써비차(사람·화물을 운반하는 차량)를 운전하던 수많은 남성이 거리에 나 앉았다. 설상가상으로 부인들이 하는 장사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현재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소식통은 현재 주민들 속에서 자살위험, 근로 의욕 및 시간 감각의 상실, 심인성 질환 발병 등 다양한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심지어 가계소득의 감소로 자녀교육의 위기, 자녀의 미래에 대한 무관심의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는 북한 당국이 강조하는 ‘간고분투’는 각 개인이 구체적인 생존수단이 있는 경우에 가능하다는 점을 무시한 정책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사실 북한 주민들의 생활안정화 실현을 위한 핵심적인 전제 조건은 각 개인이 생존할 수 있는 경제정책 및 재정, 노동, 시장정책이다.

현재 북한 주민들이 불안정한 생존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지원은 물론 사회의 모든 과정에 완전하게 참여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돼야 한다. 또한 사회적으로 근로자의 능력을 형성하거나 이를 촉진시킴으로써 다른 형태의 능력들을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도적 조건도 중요한 대목이다.

개인들의 이러한 능력을 활용하기 위해 북한 당국은 지금의 강제적 노동 제도를 개선하고 훨씬 더 창의성과 노력을 기울이고 모든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90년대 중반 발생한 고난의 행군(대량 아사 사태)과 같은 참극이 이제 더는 되풀이되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거의 모든 공장기업소에서 생산이 중지되면서 아사자가 발생하였고 심지어 가족이 집을 떠나 떠돌이를 하거나 집단자살까지 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사회주의를 지키면 승리요, 버리면 죽음”이라는 노래 가사와는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진 셈이다. 즉 사회주의를 지키기 위해 현장에 나간 사람들은 굶주림과 허약, 질병으로 사망했고, 사회주의를 버리고 시장으로 나간 사람들은 살아남았다.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는 시장이 만들어질 때 사람들은 자기가 비교우위를 갖는 부문에 전업함으로써 더 많은 생산을 더 좋은 제품을, 더 큰 소득을 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 시장이 넓을수록 이런 분업의 효과는 더욱 커진다. 개인도, 가정도, 지역도, 나라도 마찬가지다. 이웃이 많고 다양할수록 교류는 왕성해지고 내가 소비하는 물건은 더욱 좋고 풍족해지며 내가 만든 물건의 수요도 생기고 견문과 지식도 넓어지는 것이 세상 이치다.

하지만 북한 지도부는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면서 자기 것만 고집하고 변화에 힘쓰지 않고 있다. 즉, 폐쇄의 수렁에 빠져 그것이 낙원인 양 착각하고 있다. 변화에 대처하는 지혜가 있어야 예의와 염치를 알고, 법률로 약자를 보호하고, 다양한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은 해방 후 70년간 거의 변화하지 않고 진보에 힘쓰지 않았다. 또한 “주체”라는 미명하에 지속 사상과 문명이 낡고 피폐해졌다.

노동당은 “주체” “자립”만 내세우고 남의 것은 보기도 싫다면서 모든 문을 꽁꽁 닫아 매고 저들끼리 따로 어둡게 사는 것을 가장 편리하다고 생각하고 주민들에게도 강요하고 있다. 이는 멸망의 징조다.

변화를 통해 발전하면 성장하고 구태는 망한다. 지금 세계는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으며 지역과 언어, 피부색과 인종을 가리지 않고 상호교류와 협력을 통하여 성장하고 그 과정에 이해의 폭도 넓어지고 있다.

오직 북한만이 자기의 것만 고집하며 다양한 문명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누구라도 대립하며 갈등하고 이데올로기가 다르다는 이유로 자기 민족을 더 거부하고 있다. 이는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을 필두로 한 갖은 대남 협박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다시 강조하자면 고립과 폐쇄는 멸망의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