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에도 쉬지 못하는 북한 학생들…농촌·피해복구 현장에 동원

동원 제외되려면 최소 10만 원은 내야…주간 작업 동원된 학생들 밤잠 줄여가며 방학 숙제해

북한 평양 만경대구역 만경대남새(채소)전문농장에서 수해를 방지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인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의 학교들이 예정대로 방학에 돌입한 가운데, 현재 학생들은 방학 중에도 쉬지 못하고 수해복구 작업이나 농촌지원 현장에 동원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이달 초 소학교(초등학교), 이달 중순 초·고급중학교(중·고등학교)와 대학교 방학을 예정대로 실시했다. 다만 최근 폭우에 의한 피해가 발생한 함경도를 비롯해 북한 곳곳에서는 방학 중인 학생들을 노력으로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소학교 5학년 이상 애들은 다 피해복구 현장에 동원되고 있다”며 “학교에도 도급제를 맡겼기 때문에 하루 작업 과제를 수행하려면 학생들이 오전부터 오후까지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각 학교에 피해복구 담당 구역이 정해지면 학교는 학년별, 학급별, 학부별로 구간을 쪼개서 학생들에게 하루 과제를 분담하고 작업에 동원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학생들의 연령대에 따라 소화할 수 있을 만한 일거리를 주는데, 주로 대야나 양동이에 흙을 쓸어 담아 버리거나 돌을 나르는 일을 시키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소식통은 일부 폭우 피해 지역에서 복구작업에 동원된 학생들이 사흘간 새벽 5시에 일을 시작해 자정을 넘겨 다음날 새벽 1시까지 일하다 들어온 적도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 외 별다른 피해가 없는 지역에서는 학생들이 농촌 지원을 나가 피해 예방을 위한 작업을 돕고 있다는 전언이다.

평양 소식통은 “학생들은 주변구역에 있는 농장들에 나가서 석축, 제방 쌓기, 땅 다지기, 물길 내기 등의 예방 작업을 돕고 있다”며 “작년에는 여름방학 때 동원을 거의 안 나가고 미진된 진도를 나가기 바빴는데 올해는 어쨌든 진도는 다 마쳐서 학생들이 방학 기간 내내 동원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동원에서 제외되려면 질병 검사가 필요하다는 증서나 진단서를 제출하면서 돈을 일부 얹어 내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자발적인 지원금 형식으로 큰돈을 내야 한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소식통은 “금액 최대치는 없고 최소치만 있는데, 최소가 10만 원(북한 돈)”이라며 “이만한 돈을 낼 수 있는 건 잘 사는 사람들 뿐이라 이 정도 못 내면 그냥 자식들이 군말 없이 몸으로 때워야 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생들은 밤잠을 줄여가며 방학 숙제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함경북도 소식통은 “방학 숙제는 무조건 해야 하는 법적 과제라 주간에 작업에 동원된 학생들이 밤에 등잔불을 켜놓고 숙제를 하고 있다”며 “그래서 부모들의 뙈기밭(소토지) 농사를 돕는 것은 생각도 못 하고 있지만, 그중에 어떤 애들은 강냉이(옥수수) 지키는 일이라도 돕는다고 밤에 부모들과 두막(원두막)에 올라가 경비를 서면서 밤새 숙제를 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부모들이 일손이 부족해 자식이 아프다 둘러대고 동원에 안 내보냈다가 들키기라도 하면 그 자식은 학급별 방학총화에서 비판무대에 세워진다”며 “결국에는 부모들이 꼬박 밤을 새워서라도 농사를 지어야 하는 형편이라 부모들 속에서는 매년 반복되는 노력 동원에 대한 불만도 새어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본적으로 시멘트 등 피해 예방에 필요한 자재가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땜질식으로만 작업을 하다 보니 장마, 폭우, 홍수 등에 쉽게 제방이 무너지고 농경지가 침수되는 피해가 지속해서 발생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부모들은 “국가가 세멘트(시멘트)를 조금이라도 보장해줘서 처음부터 제대로 예방 작업을 해두면 애들은 물론이고 사람을 죄다 불러내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니냐” “세멘트 없이 맨 생 돌로만 쌓아 허물어질 수밖에 없는데도 문제가 생기면 매번 똑같은 일에 이중삼중으로 노력을 동원하는 게 얼마나 낭비인가”라면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고 한다.

한편, 평양 소식통에 따르면 김일성종합대학과 김책공업종합대학은 진도 문제 때문에 이번 여름방학 기간에 지방 출신 학생들을 고향에 내려보내지 않았다. 이에 따라 현재 평양에 남아있는 김일성대, 김책공대 학생들은 오전에는 미진한 부분을 자습하고 오후에는 이와 관련한 과제를 제출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