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봐줄게” 북한 안전원, 소탕 대상 구루마꾼 잡아가지 않는다?

소식통 “뇌물 받고 단속하는 것처럼 ‘연출’...당국 정책, 돈벌이에 적극 활용”

평양으로 가는 길 어느 한 마을의 비공식 ‘메뚜기장’. 수십 명의 주민들이 물건을 매매하기 위해 빼곡이 서 있다. /사진=아이디 龙五*狼之吻 중국 블로거 제공

북한 일부 지역에서 안전원(경찰)이 당국의 길거리 장사 ‘소탕전’ 지시에도 이를 눈감아주는 형태로 돈벌이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19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길거리 장사 통제 집행해야 할 안전원들이 일명 ‘카바비(뇌물)’을 챙기는 한심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면서 “물주에게 돈을 받고 물동량 이동을 보호해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북한은 지난 4월부터 길거리 장사에 대한 ‘소탕전’을 벌여왔다. 일단 각 지역 안전원들이 나서 일명 ‘메뚜기장’ 단속을 강화한 것으로, 당국은 이런 형태가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분위기를 조성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노점상과 연계해서 물건을 날라주는 구루마꾼들도 대상에 포함했고, 단속 시 물건을 몰수하고 노동단련대로 끌고 가는 등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관련 기사 바로 가기 : 북한, 길거리 장사 ‘소탕전’… “막무가내로 노동단련대로 끌고 가”)

다만 여기서 몰수된 상품을 찾으려면 막대한 뇌물을 바쳐야 했다. 실제 쌀 500kg을 되돌려 받기 위해 중국돈 1000위안(元)을 준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또한 그나마 인맥 관계가 형성돼 있어야 한다.

현재 시장 물가(쌀 1kg=북한돈 5800원)와 환율(1위안=북한돈 500원)에 따라 계산해 보면, 1000위안은 북한돈 50만 원 상당의 가치를 지니고 있고, 이 돈이면 약 86kg의 쌀을 살 수 있다.

이에 따라 물건을 대량 취급하는 물주로 불리는 사업가들이 먼저 안전원에 돈을 지급하는 형태를 꾀하기 시작했다. ‘대량의 물건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옮길 수 있게 도와달라’는 명목으로 100~200위안의 카바비를 주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이에 안전원도 대체로 적극적으로 호응해, 길거리에서는 겉으로는 단속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같이 물건을 나르는 안전원과 구루마꾼들이 늘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예전 같으면 안전원들이 소소한 돈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국경봉쇄로 밀수가 전면 차단되면서 궁핍해진 안전원들이 이런 돈이라도 벌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길거리 장사와 구루마꾼들에 대한 ’소탕전‘은 결국 국경봉쇄로 홀쭉했던 안전원들의 주머니만 채워주는 식으로 변질됐다”면서 “위에서는 부정부패 근절을 외치고 있지만, 아래에는 전혀 통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