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지켜본 北 주민들, 바이든 당선에 어떤 반응?

[바이든 당선①] 정세변화 기대도 있지만 "허리띠 더 졸라매야 한다" 우려 내비치기도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7일 오후 양각도호텔에서 바라본 평양 시내모습. 대동교 뒤편으로 주체사상탑과 5월1일경기장이 뒤로 보인다. 2018.9.17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가 연일 화두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승리로 미국의 정권 교체가 이뤄짐에 따라 북미관계에도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북한은 아직 미 대선 결과에 대해 이렇다 할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여러 경로를 통해 해당 소식을 접한 내부 주민들은 이런저런 반응을 보이면서 앞으로 펼쳐질 정세에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내비치고 있다는 전언이다.

데일리NK는 바이든 후보의 당선이 확정된 이후 북한 내부의 소식통들과 접촉해 미국 대선과 관련해 주민 사회 내에서 떠도는 이야기들과 현지의 분위기를 전해 들을 수 있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자연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삼중고에 미국 대통령 교체라는 국제정치적 ‘변수’까지 겹친 지금의 상황을 북한 주민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본보는 최근의 미국 대선 결과와 관련, 수도 평양과 국경 지역인 함경북도의 소식통을 통해 전해 들은 내부 분위기와 주민 반응을 일문일답식으로 정리해 전하고자 한다.

다음은 소식통들과의 일문일답.

-최근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는 다들 알고 있나?

평양 소식통(이하 평양)= “알고 있다.”

함경북도 소식통(이하 함북)= “시장 안에 있는 사람들 속에서도 미국 대통령 선거에 대해 말이 나오는 걸 보면 알 만한 사람들은 거의 다 알고 있다고 본다.”

-내부에서는 이번 미 대선을 두고 어떤 말들을 하고 있나?

평양= “민주주의라는 게 개싸움 하는 것인지 자기가 지지하는 측을 위해서는 상대방도 막 헐뜯는 게 민주주의냐고 이번 선거로 썩어빠진 미국식 민주주의의 사회의 진면모를 봤다고들 한다.”

함북= “트럼프가 이길 줄 알았는데 바이든이 승리했다는 소식에 역시 미국 선거는 마지막까지 봐야 안다는 말이 제일 많다. 다만 아직은 확실한 승자가 없다고들 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조미수뇌상봉(북미정상회담)을 통해 이름이 알려진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되는 걸 바라는 모양이다.”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서 미국에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게 됐다. 이를 두고서는 어떤 반응들인가?

평양= “대통령이 누구든 미국의 본성은 변화되지 않을 테니 상관없다는 반응들이다. 민주든 공화든 미국 사람인 것은 어디 안 가지 않느냐고들 한다. 다만 다시 0으로부터 시작해야 하는, 원점으로 돌아왔다고 생각하는 간부들도 더러 있는 것으로 안다.”

함북= “트럼프를 이용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를 놓쳤다는 반응이 많다. 바이든이 새 대통령이 돼 조미관계(북미관계) 특히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불리한 환경이 조성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것은 분명하고, 벌써부터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주민들의 평은 어떤가?

평양= “바이든은 고령의 늙은이고 우리나라를 경멸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전쟁은 무모하게 일으키는 망령된 인간은 아니라는 인식도 있다.”

함북= “바이든이 좋다, 나쁘다 평가 내리기보다도 앞으로 우리나라에 대해 특히는 주민들을 위해 어떤 정책을 펼칠 것인지에 관심이 많다. 바이든이 어떤 조선반도(한반도) 정책을 쓰는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것이다.”

-바이든과 함께 나온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도 화제다. 사상 첫 여성 부통령이자 첫 아프리카·아시아계 부통령이 됐는데, 그를 두고서는 어떤 말들이 나오고 있나?

평양= “여성 간부들과 일군(일꾼)들 속에서 이 소식이 가장 화제고, 부럽다는 반응들이 나왔다. 여성들은 혁명의 한쪽 수레바퀴를 책임진 사회의 주인이라고 교양하는데 지금도 여성 간부나 일군 수는 현저히 적고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도당 책임비서(도당위원장) 정도는 여성이 나와야 한다고들 말한다.”

함북= “부통령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지는 것만은 사실이다. 다만 부통령이 도대체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 관심은 있다. 여기서는 대통령의 부재 시 대행하는 정도로만 알고 있을 뿐이다.”

-미국 대통령 교체와 관련해서 북한 주민들이 가장 기대하는 것은 무엇이고 또 가장 우려하는 것은 무엇인가?

평양= “간부들은 제발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제재가 사라져 수입 수출에 제한이 없어지고 경제가 활성화됐으면 한다. 반대로 바이든이 강경하다는 인식이 있는데 원수님께서는 이미 트럼프에 쓴맛을 보시고 다시는 안 속는다는 정책적 입장이어서 앞으로 몇 년은 좀 힘들 것 같아 허리띠를 더 조여 매야 할 수도 있다는 걱정을 한다. 간부들은 지금도 힘든데 이보다 더 힘들어지면 도대체 평민들은 몇 년이나 더 버티고 당을 따라올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보이고 있다.”

함북= “미국의 새 대통령이 긴장을 조성할 조건을 만들지 말았으면 하는 기대가 제일 크다. 두려워하는 것은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서 공연히 시간만 질질 끌며 주민들을 달달 볶이게 만드는 정세 불안이다. 지금도 잃을 것 하나 없는 백성들은 차라리 전쟁이라도 콱 났으면 하고, 그나마 좀 잘 산다는 자들은 전쟁이 날까봐 조마조마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