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량미 납부에 의견 부린 농근맹 위원장 ‘반동’으로 몰려 체포

평안남도 숙천군 채령농장에서 가을걷이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최근 북한 황해남도 연안군에서 군량미 납부에 의견을 부린 조선농업근로자동맹(농근맹) 위원장과 농장원들이 ‘반동’으로 몰려 체포되는 사건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황해남도 소식통은 11일 데일리NK에 “얼마 전 연안군 읍 협동농장 농근맹 위원장 한 씨와 농장원들이 올해 농사 형편에서 군량미를 전부 바칠 수 없다는 발언을 했다가 이것이 사건화돼 보위부에 체포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연안군 읍 협동농장은 지난해에도 농사가 잘 안돼 고생했는데 올해에는 장마와 홍수피해까지 겹쳐 더 말할 것도 없이 작황이 한심해 최근 군량미를 내는 문제가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농장원들은 올해 식량을 조금이라도 더 타가려면 어떻게든 이 일을 해결해야 한다면서 농근맹 위원장 한 씨를 찾아가 허심탄회하게 사정을 털어놓고 문제를 풀어달라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누구보다 농장원들의 어려운 살림살이를 잘 알고 있었던 농근맹 위원장 한 씨는 식량 부족으로 한 해를 어떻게 견딜지 몰라 낙망하는 농장원들에 대한 측은지심과 책임감에 직접 나섰는데, 이것이 도리어 화를 불러오고 말았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실제 농근맹 위원장은 농장관리위원회를 찾아가 “자연재해로 올해 농장원들에게 줄 분배가 막혔다. 뙈기밭(소토지) 농사도 못 하게 해서 개인이 거둬들인 것이 없다. 그런데 분배량이 작년보다 더 적으니 농장원들이 격분하지 않겠는가. 내년 보릿고개까지 어떻게 먹고살란 말인가. 군대는 국가가 먹여 살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는 전언이다.

특히 그는 농장에 군량미 상무로 식량을 걷으러 나와 있는 책임군인들을 찾아가 농장의 힘든 사정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리당(里黨)에도 농장원들의 어려운 형편을 전하는 등 앞장서서 발 벗고 뛰어다니기도 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그러던 중 지난달 하순께 해당 협동농장의 농장원 여러 명이 군량미 미납운동을 벌였다는 누명을 쓰고 보위부에 잡혀갔는데, 그로부터 며칠 뒤 농근맹 위원장까지 정식으로 체포돼 도 보위부 예심과에 끌려가는 일이 벌어졌다.

소식통은 “농근맹 위원장은 군량미 미납운동을 모략하고 농장원들을 선동한 자로 몰렸다”면서 “끌려간 다음 날 농근맹 위원장의 안해(아내)가 음식과 옷가지를 챙겨서 도 보위부에 면회를 갔는데 ‘말 반동 노친네의 아내가 왔다’며 문전 박대하는 통에 결국 면회도 못 하고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농근맹 위원장은 끌려간 첫날에 벌써 머리를 깎은 상태로 살아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한다”며 “관리소(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가거나 무기징역으로 교화소에 갈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 나온다”고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