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다 정치범수용소에 처넣겠다는 거냐”…韓流 통제에 뿔난 주민들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처벌에 "우리는 변했는데 당은 구시대 천리마 사상에 집착" 불만
南 드라마·영화 시청 주민들, 정치범수용소서 ‘악질’ 취급받는다

북한 주민들이 외부 콘텐츠를 시청할 때 주로 사용하는 기기. 왼쪽부터 노트텔, 북한타치폰(스마트폰), mp4. /사진=데일리NK

북한이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위반자를 대대적으로 단속하고 이들 중 일부는 사형 또는 가족과 함께 정치범수용소로 보내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주민들 사이에서는 외부 콘텐츠 통제와 처벌이 김정일 시대보다 심하다면서 불만의 목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23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주민들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위반으로 관리소(정치범수용소)까지 보내는 건 과해도 너무 과하다고 생각한다”며 “다들 ‘지금처럼 무자비하게 검거 선풍을 일으킨 것은 처음 본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공화국(북한) 전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남조선(남한) 영화를 안 본 사람이 거의 없다”면서 “(영화를 봤다고) 살아서 못 나오는 관리소까지 보내고 교양 못 한 죄라고 부모에 가족까지 처넣으니 사람들이 악몽 속에 산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의 외부 미디어 통제가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와 관련, 북한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위반 행위를 단속하기 위해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연합지휘부를 조직해 운영하고 있다. 이에 상당히 많은 주민이 체포됐고 당국은 이들을 수용하기 위한 시설이 부족해지자 정치범수용소를 확충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5월에는 평양시 형제산 구역의 한 지도원이 자기가 입수한 한국 미디어를 시청하고 친척들에게 유포한 사건이 있었다. 이로 인해 본인을 포함한 가족과 친척 15명이 재판 없이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갔고, 일부 친척은 방조 혐의로 추방됐다.

지난 4월 평안북도 신의주에서는 딸이 한국 영화를 4편 봤다는 이유로 재판도 없이 3대가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간 일도 있었다.

또한 지난 2월 자강도 희천시에서는 16살 고급중학교(고등학교) 아들이 한국 춤과 노래를 즐기고 영화 등을 시청·유포했다는 이유로 공개재판 받고 가족이 통째로 정치범수용소로 들어갔고 집과 재산은 모두 국가에서 몰수한 사건도 벌어졌다.

이처럼 북한 당국이 법령보다 더 가혹한 처벌을 단행하자, 구태의연한 체제 통치 방식 자체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 “당(黨)은 중앙 통로(채널)로 혁명 영화나 옛날 영화를 보여주면서 천리마 세대처럼 살라고 한다” “사람들의 정신이 이제는 모두 ‘자기가 벌어 자기가 잘살자’는 방향으로 변했는데 아직도 옛날 사고방식으로 당을 받들라고 한다”고 비판이 나온다는 것이다.

심지어 “사람은 변했는데 당이 변하지 않으니 예전처럼 당을 받들기가 어려졌다” “그렇다고 전체 주민들을 다 잡아넣을 수도 없을 것 아닌 노릇인데 단속만 늘리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찮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한편,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위반해 정치범수용소에 들어간 주민들은 다른 수감자들에 비해 가혹한 대우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으로 잡혀 온 사람들은 다른 수감자보다 혹독한 노동을 강요당한다”면서 “관리소 내부에서는 이들을 ‘배가 불러서 (국가에서) 하지 말라는 짓을 한 사상적으로 개조 안 되는 악질’로 취급한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당국은) 노란 물을 빼고 전 사회적으로 빨간 물을 들이려고 하기 있기 때문에 더 혹독하게 대하는 것”이라면서 “장군님(김정일) 때 풀어 놓아 해이해졌던 문제를 시간을 들여 해결하라는 상부의 뜻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국적으로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위반으로 들어간 사람은 많아도 나온 사람은 지금까지 전혀 없다”면서 “법이 제정된 지 1년도 되지 않아 대사(사면) 기준도 내부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또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위반 수감자들이) 바로 나가면 또 같은 범죄를 저지르고 사회를 어지럽힌다는 게 상부의 판단이다”면서 “오랜 기간 처벌은 강화하면서 내보내는(사면하는) 정책은 당분간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은 외부 콘텐츠가 내부로 스며들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고삐를 한층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북한은 25일로 예정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5차 회의에서 ‘청년교양보장법’을 논의·결정할 예정이다. 북한 내 ‘장마당 세대’로 불리는 젊은층의 사상과 행동을 통제하고 처벌하는 내용이 담길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