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에 보내는 탈북 작가의 편지] 진정한 지도자가 되는 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일 열린 제8차 노동당 대회 6일 차 회의에서 당 ‘총비서’로 추대됐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1일 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안녕하십니까? 새해 당신의 당(黨) 직함이 선대 수령들(김일성·김정일)처럼 ‘조선노동당 총비서’로 바뀌었네요. 지난 10년간 ‘제1비서’ ‘위원장’ ‘총비서’ 등 3번이나 바뀌니 너무 식상하며 이제는 부친(김정일)을 ‘영원한 총비서’라 못하겠습니다.

정월 5일부터 12일까지 8일간 평양의 4·25문화회관에서 진행된 조선노동당 8차대회에 4750명의 대표자와 2000명의 방청객이 참가했더군요. 그 대회에서 당신이 밝혔듯 지난 ‘인민경제 5개년 계획’은 분명히 ‘수행 미달’로 실패라고 봐야겠지요.

김정은 총비서! 도대체 그 이유가 뭔지 압니까. 사실 공화국에서 인민을 위한 모든 공적은 자기 덕분이고 책임은 간부들 탓으로 인지하는 당신의 독재업무 스타일을 보면 제 비판이 달갑지 않겠지만 그래도 눈 감고 꼭 한 번 들으시기 바랍니다.

우선 당신이 이번 대회서 밝혔듯이 전략핵잠수함 개발, 핵무기·미사일 연구 등 군사력증강에 어마어마한 나랏돈이 듭니다. 수령 동상·기념관·사적지 개건 및 신축건설이 멈추지 않고 수령시신 보관소인 ‘금수산태양궁전’ 관리가 계속되고 있지요.

또한 100만 청년을 ‘수령보위의 총폭탄’으로 장장 10년씩 군사복무를 시키는 것도 나라의 경제발전에 저해가 되는 문제입니다. 인민들의 유동을 통제하는 ‘통행증제도’는 공화국을 과거 노예 시대보다 못한 시기로 끌고 가는 기관차나 같습니다.

국제정보 통신의 문을 활짝 열어놓고 외국의 선진기술과 생활문화 등에서 배울 것은 적극 배워야 하는데 전혀 불가능하지요. 당국의 조치로 인민들은 인터넷을 접할 수 없고 외국출판물을 접하면 정치범이 되는 것이 바로 공화국의 현실이죠.

김정은 총비서! 내가 지금 ‘무슨 잠꼬대 같은 소리’ 혹은 ‘딴 나라 이야기’ 하는 것처럼 착각이 들지 않나요? 아니면 소름 끼치는 위 같은 현실을 알고도 전혀 모르는 척하는지? 하여튼 당신이 알든, 모르든 이것이 엄연한 공화국의 현실입니다.

생각해보십시오. 전기가 부족하여 공장의 기계는 멈춰도 수령 동상에는 조명이 켜지고, 평양서 청진까지(700km) 가는 기차는 대략 2~3일 걸리고, 지방에는 아직도 목탄차와 달구지가 비포장도로를 다니는데 경제가 발전할 수 있을까요.

인민들에게 있어서 가장 말 못할 고통은 정치·조직 생활입니다. 누구든 노동당이 강요하는 사상학습을 조금이라도 게으르면 ‘혁명반동분자’로 몰리어 대중 공개비판 무대에 세우는 이런 원시적이고 미개한 사회가 과연 어떻게 발전하겠습니까.

이제 5년 뒤 당신은 조선노동당 9차대회를 열 것이며 또 보고를 하겠지요. 이번에 ‘5개년 계획수행 미달’로 발표했으니 모름지기 그때는 새 ‘5개년 계획수행 완수’로 새빨간 거짓말 할 수도 있겠죠. 그 사회에서는 뭐든 당신 마음대로이니 말입니다.

김정은 총비서! 당신도 5년 후면 마흔을 훌쩍 넘긴 불혹의 나이가 되겠지요. 그때는 아니, 가능하다면 지금이라도 다소나마 올바른 인민사랑 정신을 가졌으면 합니다. 오늘날 절대 과반 인민들의 생활 수준을 두 눈으로 심각하게 들여다보십시오.

사회의 약자인 여성과 어린이 35%가 극심한 영양실조에 허덕이고 노인 40%가 각종 질병으로 생명을 위협받고 있지요. 전체 인민의 60%가 하루 두 끼 멀건 죽으로 연명하면서도 당신이 총비서인 노동당이 무서워 살기 힘들다는 말을 못 합니다.

간절히 바라봅니다. 100% 인민을 밝고 행복하게 해줄 수는 없어도 60% 인민에게 최소한 하루 세끼 옥수수밥에 배춧국이라도 먹이는 것이 당신의 새해 당 사업 중에 첫 번째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진정한 ‘인민의 지도자’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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