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지도부 인선 배경…김재룡 ‘인사능력’, 오일정 ‘빨치산 상징성’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월 11일 전날(10일) 열린 제8차 당 대회 6일 차 회의에서 이뤄진 ‘당 중앙지도기관 선거’ 결과를 보도하며 6면에 정치국 상무위원과 위원 총 18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8차 당(黨) 대회를 계기로 한 북한의 당 지도부 교체와 관련해 각 인물의 발탁 배경이 여전히 궁금증으로 남아있는 가운데, 조직지도부장에 앉은 김재룡은 탁월한 인사관리 능력에, 군정지도부장에 앉은 오일정은 빨치산 가문이라는 상징성에 각각 선임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 내부 상황에 정통한 북한 고위 소식통은 5일 데일리NK에 김재룡과 오일정이 당 조직지도부장과 군정지도부장에 발탁된 배경과 조용원의 일약 승진 내막 및 이를 둘러싼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먼저 그는 김재룡은 조직지도부장에 앉은 것과 관련, “작년에 강원도에 내려갔을 때 일군(일꾼)들의 출신성분이나 집안 배경을 보지 않고 자기 지방에서 당 정책관철을 위해 해놓은 일이 무엇인지, 사업작풍과 일본새(업무태도)는 어떤지 분석한 자료들을 혼자 밤새워 다 검토하고 간부사업을 했다고 한다”며 “이에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께서 그를 당의 사상과 영도의 본질을 꿰뚫고 간부사업을 충실히 집행한 사람으로 높이 평가했다”고 말했다.

당 일꾼들의 품성, 전문성, 사상성을 종합적으로 보면서 당 정책 구현을 위한 최적의 간부사업을 할 수 있는 인물로 김재룡이 꼽혀 조직지도부장에 발탁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지난 11일 발표한 ‘노동당 8차 당 대회 및 중앙위 1차 전원회의 조직 및 인사 관련 결정 분석’ 자료에서 “당 부서들 중 최고의 권력을 행사하던 조직지도부는 검열 기능이 축소되고 인사 업무에 주력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특히 당내에서는 김재룡을 두고 ‘일본새를 보면 당성이 보인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면서 토대에 관계없이 제대로 된 일꾼을 뽑는 사람’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그는 당원들의 존경과 신뢰를 받는 최고위급 간부 중 한 사람으로 손꼽히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아울러 소식통은 오일정의 군정지도부장 발탁 배경에 관해 “그(오일정)는 항일 빨치산 오진우 동지의 아들이라는 상징성이 있다”며 “그동안 군정지도부가 맥을 못 추는 현상이 나타나자 상징적인 인물을 앉혀 부서에 힘을 실어주려는 것으로 안에서는 보고 있다”고 했다.

오일정의 아버지 오진우는 과거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당 중앙위원회를 목숨으로 사수하자’라는 구호를 추켜들고 당의 유일사상 체계를 수립하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고 평가받는 인물이다.

그런 아버지의 대를 이어 군에 대한 당적 지도를 잘해 어떤 형태의 위협과 불의한 사태에도 김 위원장을 수반으로 하는 당 중앙위원회를 사수하는 책임 있는 군대로 만드는 데 역할과 소명을 다하라는 의미에서 그를 임명한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원수님은 전문성과 충실성을 보고 간부사업을 하시는데 사업성과가 없는 그를 발탁한 것을 보면 그동안 총정치국이나 인민무력성(현 국방성), 군 보위국(전 보위사령부)보다도 군에 영향력을 못 미친 군정지도부에 일부러 상징적인 사람을 앉힌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며 “안에서는 수령님(김일성)의 충신인 오진우 동지의 아들을 통해서 군정지도부의 당적 지도가 군에서는 최고의 지도라는 것을 암시하는 간부사업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조용원
지난해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10·10) 기념 열병식에 참여한 김여정과 조용원. /사진=붉은별TV 캡처
‘충신’ 조용원, 유일적 지도체제 담보 공로…”김정은 간부사업 기준에 부합”

한편 소식통은 이번 당 대회를 계기로 한 조용원의 일약 승진과 김여정의 후퇴를 둘러싸고 당 내부에서 떠도는 이야기들을 전하기도 했다. 실제 조용원은 8차 당 대회 기간에 열린 8기 1차 전원회의에서 정치국 상무위원에 선출되고 당 중앙위원회 비서와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되는 등 권력이 수직 상승했지만, 김여정은 정치국에서도 제외되고 요직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에 따르면 조용원은 당의 유일적 지도체제를 확고히 담보하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는 공로를 인정받아 지금의 자리에 올랐으며, 그는 김 위원장의 비준에 따라 본부당과 전당에 대한 당적 지도는 물론 군사·국방·행정경제 부문 부서들에 대한 당적 지도 및 간부사업 전반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소식통은 “주체혁명위업 완성의 뿌리를 계승하는 기반을 구축하는 데 노력한 그(조용원)는 원수님과 김여정 동지의 믿을 수 있는 충신으로 신임을 받고 있다”며 “지금 안에서는 원수님의 간부사업 방향이 첫째로 젊은 층, 둘째로 다방면적인 전문성, 셋째로 당의 사상과 의도에 맞는 사업 집행 능력과 현실성 있는 보고인데, 그가 이 세 가지 기준에 다 부합되는 인물이라는 말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소식통은 김여정과 관련 “공식적으로는 당적 지도 권한이 없지만, 백두혈통으로서 조용원 동지와 함께 당 사업이나 정책에 관한 모든 것을 다 들여다볼 수 있는 것으로 안다”며 “김여정 동지의 입지가 줄어들었다고 보는 사람은 단 하나도 없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김여정은) 일반적인 당 일군들처럼 직책을 갖고 활동하며 책임을 묻거나 질 대상이 아니다”면서 “그동안 경력과 업적을 다 쌓아서 이제는 백두혈통의 반열에서 상징적인 인물로 대내외에 메시지를 내는 위치에 올랐다”고 부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