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 부족으로 논에 잡초 무성…지난해보다 작황 부진할 듯”

소식통 "간부들, 벼뿌리 밥·석탄가루 빵 등 대체 식량 개발 필요성 언급하기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6일 “전국적으로 논밭 김매기를 비롯한 영농공정들을 일정대로 추진”하고 있다며 농약 살포 중인 평양시 력포구역 소삼정남새전문협동농장 사진을 게재하고 농업 부분 실적을 강조했다. 그러나 소식통은 “눈에 보이는 논만 농사가 일정대로 되고 있을 뿐 김매기도 제대로 못한 논밭이 많다”고 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유엔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식량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인정한 가운데, 현재 농약, 비료 등 농자재 부족으로 벼농사 김매기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21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두벌 김매기가 마무리 돼야하는 시기지만 아직도 두벌 김매기를 시작하지도 못한 곳이 많다”며 “눈에 보이는 곳만 김매기가 끝났을 뿐 그 외에 논은 잡초가 너무 많아 벼의 생육에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했다.

이와 달리 북한 매체들은 영농 공정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연일 ‘알곡 증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6일 “전국적으로 논밭 김매기를 비롯한 영농공정이 일정대로 추진”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간부들이 지나가면서 확인할 수 있는 도로 주변의 논만 일정대로 김매기가 진행된 상태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김매기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농약과 일손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북한에서 농약과 비료 부족은 농업 부문의 고질적인 문제로 인식되지만 올해의 경우 지난해보다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한다. 제초제, 비료 등 농약 확보량이 지난해의 80% 수준이라는 것.  

더욱이 주민들이 농촌 동원을 기피하면서 수작업으로도 잡초를 제대로 제거하지 못하고 있다. 

소식통은 “최근 (당국에서) 폭염과 무더기비(태풍) 피해를 막기 위해 대비하라고 지시하고 있지만 일하러 나오는 사람이 없어 일이 진척이 안된다”고 말했다. 

올해 작황 상황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자 간부 학습회나 주민 강연회 등에서는 ‘대용 식량 마련에도 힘써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기관 간부들이 고난의 행군 시기에 북한 주민들이 아사(餓死)를 면하기 위해 만들어 먹었던 ‘벼뿌리 밥’이나 탄화되지 않은 상태의 석탄 가루를 약간의 밀가루에 섞어 먹는 ‘이탄 빵’과 같은 대용 식량에 대한 언급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우(위·당국)에서 벌써부터 대용품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예상보다 올해 량곡(양곡) 상황이 더 안 좋을 수 있다는 뜻이 아니겠냐”며 “농사 짓는 사람들은 작년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 당국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유엔 고위급 정치포럼(HLPF)에서 ‘자발적 국가별 검토(VNR)’ 보고서를 공개했다. 북한은 이 보고서에서 “곡물 700만t 생산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며 “2018년 495만t을 생산해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VNR 보고서를 통해 식량 부족 상황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작황 상황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북한 당국이 국제사회에 식량 지원을 간접적으로 요청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