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지역에서 절량세대(絶糧世代·식량이 떨어진 세대)에 관한 문제가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당국은 이에 대한 지원 대책을 내놓기보다는 각 단체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23일 데일리NK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최근 당 창건 75주년(10·10)을 맞으면서 식량이 없어 굶고 있는 세대가 있는지 각 인민반을 통해 조사했다.
조사 결과 전국의 절량세대는 춘궁기(春窮期)인 지난 봄과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예년 같으면 춘궁기에 절량세대가 증가했다가 수확철인 가을에 감소하는 양상을 보이는데 올해는 감소 추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것.
이는 대북제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수해 등 이른바 3중고와 더불어 최근 당국이 군량미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경기 침체와 더불어 당국의 방치로 인해 취약계층이 식량난을 겪고 있다는 뜻이다.
소식통은 또 “밥을 자주 굶으면서 영양실조를 앓다가 나중엔 질병까지 겹쳐 죽어나가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단기간 굶주림으로 사망하기보다는 오랜 기간 영양 섭취를 하지 못하던 사람들이 폐결핵이나 간염 등 합병증을 동반한 영양실조로 사망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북한 당국 나름대로는 절량세대 문제가 아사 사태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며 지속적으로 동향 파악을 하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면서 주민들이 사망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 당국은 당(黨)의 외곽조직을 통해 절량세대 문제에 관한 대책 마련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절량세대에 대한 당이나 인민위원회의 지원은 전혀 없었다”며 “청년동맹(김일성·김정일주의청년동맹), 여맹(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에는 절량세대를 방조(傍助)해주라는 지시가 내려와 조직별로 돈을 거뒀다”고 전했다.
하지만 올해 더 심각해진 경제난으로 일반 가정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 절량세대 구제 모금에 주민들 불만도 크다고 한다.
소식통은 “요즘 자기 입도 덜기 벅찬데 다른 사람을 도와줄 수가 있겠냐”며 “그러니 주민들이 ‘임금도 가난을 구제하지 못하는데 평백성이 할 수 있겠냐’면서 나라와 절량세대를 모두 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조사에서 절량세대가 가장 많은 지역은 자강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자강도는 군수공업지역으로 다른 지역보다 출입 통제가 삼엄해 시장 발달이 더디고 주민들의 자립 경제 수준이 낮은 지역으로 손꼽힌다.
한편, 북한 당국은 국제사회가 식량 원조나 지원을 제안하면 이에 긍정적으로 수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소식통은 “국가에서는 유엔 등에서 보내주는 여러 가지 지원을 상당히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국제 단체나 나라들의 식량 지원을 거부하던 분위기에 변화가 생긴 것으로 느껴진다”고 전했다.
실제 북한 외무성은 지난 16일 홈페이지에 “식량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야 말로 나라와 민족의 발전, 인류의 생존을 위한 중요한 문제”라며 “앞으로 유엔 및 세계식량계획을 비롯한 국제기구들, 세계 여러 나라와 국제기고들과의 교류 협력을 통해 식량안전 보장과 영양개선에 적극 기여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