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조선 말도 그냥 우리 말’…2021 북한 유행어 “자기야, 사랑해”

▲북한에서 유행하고 있는 영상 재생기 노트텔 모습. /사진=데일리NK 자료사진

올해 북한을 강타한 유행어는 무엇일까. 젊은이들 사이에서 많이 통용되다가 자연스럽게 주민들 사이에서 퍼지기도 하고, 이제는 일상 언어가 되는 경우가 예년처럼 많았다고 한다.

31일 데일리NK 내부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판 MZ세대라고 할 수 있는 장마당세대가 평소 많이 사용하는 용어는 ‘자기야, 남친, 사랑해, 스트레스, 브랜드’다.

여기서 ‘자기야’라는 표현은 이제는 배우자나 연인에게만 사용하는 게 아니라 우리처럼 친구들 사이에서도 통용된다. 단순히 이름을 부르면 아직도 유행을 타지 못하는 둔한 사람으로 인식될 정도다.

‘남친’처럼 줄여 쓰는 말도 이제는 자연스럽다. 시장화를 선도하는 여성들이 좀 더 빠르게 문화도 장악하고 있다는 점도 느껴진다. 이에 영향을 받아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도 ‘여친’이라는 용어가 조금씩 확산되고 있다.

북한에서의 ‘사랑’은 ‘조국’ 혹은 ‘인민의 어버이’에게나 통하는 용어였다. 그래서 연인 사이엔 ‘좋아해’라는 표현을 더 많이 사용했지만 최근엔 달라졌다. 연인 사이는 물론 부모와 자식 간에도 ‘사랑해’를 많이 쓰고 있다는 전언이다.

특히 청년들 속에서 ‘스트레스’가 아주 흔히 사용하는 용어가 됐다고 한다. 만성적인 경제난과 길어지는 방역 통제에 생활 스트레스 지수가 그만큼 높아진 측면도 있지만, 한국 예능이나 드라마를 많이 접하면서 점차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고 한다.

‘브랜드’는 한국 상품을 일컫는 일종의 은어(隱語)다. 당국이 한국 상품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자 상인들과 주민들이 이렇게 바꿔 부르고 있다는 것이다.

종합해 보면, 한국 문화가 북한 청년들과 주민들 속에 점점 빠른 속도로 자리 잡다는 점이 느껴진다.

다만 여기서 북한이 지난해 12월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제정 이후 남한식 어투 및 창법 사용을 강력하게 통제하는 상황에서 나온 결과라는 사실이 흥미롭다. 북한 내부에서 “남조선(남한) 말도 그냥 우리 말 아니겠냐”는 말이 절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