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농업협력] ‘농업 생산량 증가’ 김정은의 의지와 한계

김정은 전원회의_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지도했다고 1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 사진=노동신문.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매년 신년사를 발표하였다. 일반적인 신년사 구성은 지난해 성과→당해년도 추진목표→경제부문별로 구체적인 사업목표 또는 추진목표 순이었다. 그러나, 2020년에는 이례적으로 신년사가 나오지 않았다. 다만, 북한이 지난 4일간(12.28∼12.31)진행했던 조선노동당 제7기 제5차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결과를 2020년 1월1일 발표하면서 신년사를 대체한 모양새였다.

올해 첫날 노동신문은 ‘주체혁명 위업승리의 활로를 밝힌 불멸의 대강우리의 전진을 저애하는 모든 난관을 정면돌파전으로 뚫고 나가자’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하였다. 일부 언론에서는 북한이 2019년 신년사에서 북미관계가 원활하게 풀리지 않을 경우 선책할 수 있음을 내비친 ‘새로운 길’로 ‘자력부강’, ‘자력번영’을 위해 경제분야의 정면 돌파를 강조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북미 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진 만큼 장기간 양상을 보이는 대북제재를 헤쳐나가기 위한 경제해결 방안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전원회의에서는 2019년 농업부문 실적을 발표했는데 내용을 살펴보면 ▲불리한 기상기후가 계속된 조건에서도 올해 농사에서 최고수확년도를 돌파하는 전례 없는 대풍 달성 ▲중평남새온실농장과 양묘장 완공 ▲순천린비료공장건설을 주요 업적으로 강조하였다. 특히, 전원회의에서 ‘앞으로 농업생산을 결정적으로 늘일 데 대하여’ 강조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김정은) 조선로동당 위원장께서는 농업전선은 정면돌파전의 주타격전방이라고 하시면서 농업부문에서 과학농법을 틀어쥐고, 다수확열풍을 더욱 세차게 일으킬 데 대하여 지적하시고 농업부문의 과학기술력량과 농업과학연구기관들을 튼튼히 꾸릴 데 대한 문제, 농업과학기술 인재육성사업에 힘을 넣을 데 대한 문제, 농촌경리(농산물을 비롯하여 축산, 과수업, 누에치기 따위를 포괄적으로 운영하는 일)의 수리화를 더욱 완성하여 흉풍을 모르는 농업생산토대를 마련할 데 대한 문제, 농산작업의 기계화비중을 높이고 나라의 농업토지를 한선에서 통일적으로 관리할 데 대한 문제를 비롯하여 축산업과 과수업 등 농업의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전환을 안아오기 위한 중요한 문제들을 제기하시었다.

이를 정리하면, 농업생산량을 증가시키기 위한 과제는 ▲농업과학연구기관 확충 ▲농업과학기술인재 양성 ▲농촌경리수리화 완성 ▲농기계비중 증가 ▲농업토지의 통일적 관리 ▲축산업과 과수업 등 농업분야의 새로운 전환이다. 구체적인 과제 내용은 확인되지 않지만 전원회의 전후 발간된 노동신문을 살펴보면 북한이 추진하고자 하는 세부적인 농업정책의 방향을 확인할 수 있다.

농업과학연구기관 확충

노동신문 12월 27일자 내용을 보면 ‘도농업과학연구소와 원산남새연구분소를 개건’했다고 하였다. 또한, ‘도농업과학연구소에 강냉이(옥수수)연구실과 토양조사분석실, 과학성과전시관 등 설비와 비품이 구비되어 있다’고 전했다. 그리고 ‘원산남새연구소에는 여러 실험실과 종자보관고 등을 갖춘 사무청사와 함께 차고 및 농기계보관소가 있다’고 했다. 아울러 ‘농업과학연구기관을 통해 과학농사를 주도해 나가고, 농업생산을 과학화, 집약화하는 데 과학기술적 문제들을 원만히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하였다. 이는 전원회의 전부터 농업과학연구기관 확충에 노력을 해왔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즉, 농업과학연구기관을 더욱 확충하여 옥수수 등 새로운 품종들을 개발하고 설비들을 갖추어 농업생산을 증가시키고자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하여 농업과학기술 인재도 양성할 수 있다. 물론, 최종적인 목표는 농업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초를 단단히 마련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농작물피해막이
지난해 9월 북한 주민들이 태풍과 폭우에 의한 농작물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에 나서고 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농촌경리 수리화 완성

노동신문은 ‘우리 당이 밝힌 농업발전의 5대요소에 관한 사상의 정당성’(12.29), 농업발전의 5대요소에 관한 당의 사상의 기본요구’(12.30)라고 2회에 걸쳐 <농사를 잘하여 농업생산을 결정적으로 증가시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당의 종자혁명방침 철저 관철, ▲농사의 과학화, 수자화, 기계화, ▲새땅찾기 운동 활발히 전개, ▲저수확지에서 알곡생산량을 늘이기 위한 대책 마련, ▲농업부문 사업에 대한 당적지도 강화 등 5가지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일단 농업생산량을 증가시키기 위한 여러 방안 중 농업수리화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안정적인 농업을 위해서는 우수한 품종과 충분한 농자재가 뒷받침되어야 하지만 각 협동농장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경제적 어려움이 남아 있다.

또한 북한은 전지역을 8개의 농업지역으로 구분하여, 주체농업으로 적지적자, 적기적작의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협동농장 농장원들이 자율적인 재배작목을 선택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정밀농업기술과 과학적인 측정과 분석 등 영농기술도입을 위해서는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스마트팜이나 여성이나 노인들이 다루기 쉬운 농기계 기술 등을 이전하는 것이 필요하다.

북한은 식량문제 해결을 위하여 농경지 면적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노동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농기계가 필요하고, 작물에 필요한 농업용수가 보장되어야 한다. 특히, 자연재해인 가뭄과 홍수에 대응할 수 있도록 농업생산인프라가 정비되어야 한다. 알곡생산면적을 늘리기 위해 힘겨운 간척지 사업을 벌이는 것보다 단위면적당 생산량을 증가시키면 환경피해를 줄이고 농업생산량을 증가시킬 수 있을 것이다.

홍수로 인해 유실된 농경지를 복구하여 줄어든 농경지를 확보하는 사업도 중요하다. 또한 논의 경지정리와 산간지 비탈밭을 정리하여 농업생산성 향상 사업에 집중해야 한다. 여기서 비경지에 농장원 한사람당 1,000포기 이상의 알곡작물을 더 심기’는 처음 나타난 사업이다. 다만 생산된 알곡작물을 농장원 개인이 처리할 수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아울러 수확고가 높지 않는 농경지에 경지정리를 통해 농업기반시설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지하수위가 높고 배수가 원활하지 않은 곳에 저습지 개량이나 배수개선사업이 진행되어야 한다. 특히 농경지에 복토, 객토 등을 통해 토양의 비옥도를 향상시켜야 할 것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 경제개혁의 일환으로 발표된 2012.5.30.조치, 2014.6.30., 2015에 개정된 농장법 등이 협동농장 등에서 지켜질 수 있도록 강조하고 있다. 협동농장 농장원들의 인센티브 제도를 통해 책임감과 노동의욕을 고취시켜 농업생산성을 증대시키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기계설비 전시장을 방문한 북한 김정은(2016년 5월). /사진=노동신문 캡처

농기계 비중 증가

농기계와 관련한 노동신문은 12.30일자에서‘년간 인민경제계획 초과완수’라는 제목으로 실었다. 농업성 농기계공업관리국산하 각지 생산단위들에서 년간 인민경제계획을 110% 완수하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보도하였다.

여기서 농기계는 인력을 줄이고 농작업의 효율성을 증대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은 인민들이 힘들지 않게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하라는 지시를 내린 적이 많다. 농기계공장 등에 생산을 위한 원재료 공급과 전기공급 상황, 협동농장에 배분되는 농기계 대수가 얼마인지는 알 수 없으나, 농기계 부속품 등을 국산화를 통해 생산하여 보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농업토지의 통일적 관리

농업토지의 통일적관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자료를 통해 찾아볼 수 없었다. 한 탈북민(조 모 씨)의 의견에 따르면 현재 북한의 농업토지(농경지)는 농업성과 그 외의 다양한 기관에서 관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일반적인 농업토지는 각 도 농촌경리위원회 토지과에서 관리를 하고 있지만, 보안 및 군부대에서 경작하는 토지는 특수기관이 관리하고, 기업소에서 농지를 임대하여 사용하는 곳은 해당 기업소에서, 일부 농업토지는 국토환경보호성에서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산재되어 있는 농업토지 관리기관을 한곳으로 통합하여 관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농업토지의 통일적 관리는 토지의 효율적 이용을 통해 농업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세금 성격의 토지사용료를 납부받아 국고에 편입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정책으로 판단된다.

식수절
2019년 3월 2일 식수절을 맞아 당과 정부의 간부들, 각지 근로자와 청소년 학생 등이 나무심기를 진행했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캡처

축산업과 과수업 등 농업분야의 새로운 전환

노동신문은 지난 3일 ‘당창건 75돐을 맞는 올해에 정면돌파전으로 혁명적대진군의 보폭을 크게 내짚자’는 사설을 내놓았다. 농업부문에서는 앞서 정리한 ▲농업과학연구기관 확충 ▲농업과학기술인재 양성 ▲농촌경리수리화 완성 ▲ 농기계비중 증가를 다시 한번 강조하고 있다.

특히, 축산업과 과수업 등 농업분야의 새로운 전환과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실었다. 축산부문에서는 ‘축산기지를 현대화, 활성화하고 풀먹는 집짐승기르기를 전군중적으로 전개하여 고기와 알생산을 장성시켜야 한다’고 하였다. 과수부문에서는 ‘과일품종을 늘이는 것과 함께 여러 가지 맛좋은 과일을 많이 생산하여 우리 인민들과 어린이들이 철따라 과일을 넉넉히 먹을 수 있게 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북한은 지난해 신년사를 통해 공동축산과 부업축산을 강조한 바 있다. 이번 전원회의에서 축산기지를 현대화, 활성화하는 부분은 축산세포기지의 정상적인 운영을 염두에 둔 것으로 판단된다. 풀먹는 집짐승기르기는 현재 북한에서 양, 염소 등과 특히 토끼 기르기를 장려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는 사료가 부족한 북한에서는 초식동물 사육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김정은 위원장이 강조하고 있는 부분인 인민들과 어린이들에 대한 애정을 표현함으로써 인민들에게 선량하고 이미지가 좋은 지도자의 모습을 보이고자 한 것으로 사료된다. 향후 남북축산협력은 양계, 돼지 등 다양한 축종에 대한 개발협력과 아프리카돼지열병 같은 가축질병에 대한 공동방역이나 검역 등에 대한 사전준비가 필요하다.

자연재해방지 대책 마련

또한 생태환경 보호 및 자연재해방지 대책 마련을 지시한 부분도 주목해 봐야 할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이상기후에 따른 가뭄과 홍수, 고온 등으로 전세계가 기후변화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북한도 같은 상황임을 알 수 있다.

북한은 매년 가뭄과 홍수 등 자연재해로 인해 인명과 재산피해를 받고 있으며, 농업부문에서는 농작물 생산에도 큰 타격을 주고 있다. 북한도 자연재해에 대한 위기감을 인지하고, 자연재해에 대한 위기관리체계를 구축하려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영농을 위한 농업생산인프라 구축이 매우 시급하다. 북한의 농업용저수지와 관개수로 등 농업기반시설은 낙후되어 있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남북농업개발협력시 환경을 보존할 수 있는 친환경 공법과 농법기술을 교류하고 전수해야 한다. 국가적인 위기관리체계를 위한 비상대처계획수립과 매뉴얼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종합 평가

이상으로 이번 전원회의에서 농업생산성 향상을 위한 세부적인 계획들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법적·제도적인 측면은 북한 스스로 자력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원활한 종자와 농자재 보급 등과 예산과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농업생산인프라 구축은 북한 자력으로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남북·북미 관계가 다시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농업생산성 향상을 위한 남북농업개발협력은 멈추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현 상황에서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북한은 농업과학기술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제3국에서 농업분야에 대한 학술교류 등을 통해 북한의 수요와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다양한 방면에서 접촉을 시도해야 한다. 이런 기회를 통해 상호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여러 개의 작은 물길이 만나서 큰 물길을 만들면 넓은 바다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 본 내용은 연구자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