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MZ세대 옷차림·말투·사상까지 집착… “되레 반발 커진다”

자녀 둔 북한 주민 "청년들 자유 갈망해…강압·통제 심화될수록 마음 잡기 어려울 것"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청년절 30주년 경축 행사 참가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지난 1927년 8월28일 김일성 주석이 조선공산주의청년동맹을 결성한 것을 청년절의 시초로 보는 북한은 지난 1991년 청년절을 제정해 국가적 명절로 보내고 있다./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당국이 연일 청년 중시 정책을 통해 MZ세대(이른바 장마당 세대) 민심 이반을 경계하고 충성심을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북한 청년들은 개인의 경제활동과 소득, 취미 생활 등 개인적 가치를 중시해 북한 내부에서도 당국의 정책과 청년들의 사상적 괴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말 청년절 경축행사에서 “조국의 부름 앞에 무한히 충실하며 미래를 위해 투신하는 것을 인생의 더 없는 영예로, 자랑으로 여기는 우리 청년들의 사상 정신 상태는 매우 훌륭하다”며 청년들을 추켜세웠다. 청년 세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이들의 충성과 헌신을 독려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북한 당국은 당근 정책뿐만 아니라 채찍도 들이대고 있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지난 4월 세포비서대회에서 청년들의 사상통제가 최중대사라면서 “청년의 옷차림과 머리단장, 언행,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교양하고 통제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더불어 당국은 이달 예정된 최고인민회의(우리의 국회와 유사)에서 청년들의 사상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청년교양보장법’을 채택할 예정이다.

다만 일부 북한 주민들은 당국의 정책만으로 청년들의 사상을 통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

이미 어린 시절부터 부모를 따라 시장에 나가 돈을 벌고 자본소득에 대한 경험을 한 세대이기 때문에 국가와 조직이라는 가치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20대 청년을 자녀로 둔 북한 주민 A 씨는 최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지금 청년들은 배급이라는 걸 경험하지 못한 세대”라며 “부모들이 국가의 지원 없이 스스로 일한 만큼 벌어서 먹고사는 걸 봐왔고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대가도 없이 당(黨)에 충성하라고 강요하면 오히려 국가에 대한 반발만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나 기관에서는 당과 최고지도자에 대한 충성심을 교육하지만 국가로부터 받는 경제적 지원이 전무한 상황에서 국가의 일방적인 헌신 요구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5월 29일 각지 청년들이 사회주의 건설의 주요전구들로 연이어 탄원하고 있다며 관련 사진을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아래는 A 씨와의 전화 인터뷰 일문일답]

일반적으로 젊은 세대들은 국가와 당 또는 최고지도자를 어떻게 생각하나.

“국가가 하는 일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다. 당과 원수님(김 위원장)에 대해서는 학교에서만 배울 뿐 실질적인 삶과는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는 청년들이 대부분이다. 나라에 충성하고 헌신한다는 개념 자체가 제대로 학습되어 있지 않다.”

국가관이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는 말로 들린다.

“국가가 잘 살아야 한다는 것보다는 내가 잘 먹고 잘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인생 최고의 가치는 돈을 많이 벌어서 편하게 사는 것이다. 옛날처럼 입당(入黨)해서 지위가 높아지는 걸 목표로 삼지 않는다.”

최근 (젊은이들이) 더 힘든 농장, 탄광, 건설 현장으로 탄원하고 있다는 보도를 봤다. 북한 매체를 통해 비춰지는 모습은 국가에 상당한 충성심을 지닌 것처럼 보이는데?  

“고급중학교(우리의 고등학교) 학생들의 탄원은 강제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당에서 각 학교에 탄원 집회를 열도록 지시하고 이를 유도한 것이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이런 집회를 연 것이 아니다. 일단 조직에서 집회를 지시하면 어린 학생들은 이를 거부하기 어렵다.

아직 사회적 판단을 하기 어려운 나이이기도 하고 이를 거부했다가는 감당하기 어려운 처벌이나 협박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 부모들은 이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자식을 험지로 보내려는 부모가 어디겠나. 대체로 돈을 써서 자식들이 험지로 배치받지 않도록 손을 쓰고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조직 생활에서의 모습과 개인들의 생각이나 생활에서의 차이가 점점 커지고 있다. 겉으로는 국가에 충성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기가 살 궁리만 하고 있다.”

당국은 청년들의 옷차림과 말투, 사상까지 강력하게 통제하려 하고 있다. 그렇다면 청년들은 이를 따를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일단 처벌이 강력해지면 고분고분해 질 수 있을 될 것이다. 어린 나이에 조직이나 사법기관의 처벌을 받게 되면 살이가 더 힘들어진다.

하지만 강력한 통제도 청년들의 욕구를 일시적으로 누르고 있는 것이지 젊은 사람들의 생각 자체를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가의 통제를 따르면서도 당에 대한 불만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젊은 세대와 당국 간의 인식의 차이가 커지고 있다는 봐도 될 것 같은데?

“젊은 세대들이 원하는 것은 자유다. 원하는 직장에 배치되고, 원하는 영화를 볼 수 있고, 가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가볼 수 있는 자유를 원한다.

이런 젊은이들에게 칼을 들이대고 처벌만 강화한다고 사상까지 변화시킬 수 있겠나. 오히려 반발심만 커질 뿐이다. 청년들에 대한 사상 통제를 강화할수록 청년들의 마음을 잡기 더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김정은 정권이 청년 세대의 사상 통제에 더욱 집중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를 겪으면서 당과 수령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 순진하게 당과 국가만 믿고 충성하면 굶어 죽는다는 것을 몸으로 경험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젊은 세대들은 남조선(남한) 드라마나 영화 등을 통해 외부 정보나 문화를 접한 사람이 많다.

이에 현재 조선(북한)의 체제와 정책이 비정상적이라는 것을 인지하는 청년도 많아지고 있다. 남조선처럼 자유로운 세상을 지향하는 것이다. 당국도 청년들의 이런 사상 변화를 인지하면서 위기를 느낀 것이다. 지금 젊은이들의 사상을 잡지 않으면 안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청년들의 사상 통제에 집착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