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무기체계 강화 천명… “南美 다 못 믿어, 우선 강해져야”

美 적대시 정책, 南 국방력 강화 각각 비난...전문가 "대화 아닌 강압 메시지 발신"

북한이 노동당 창건 76주년을 맞아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을 11일 3대혁명 전시관에서 개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 사진=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다시 한 번 한국과 미국의 ‘이중잣대·적대시 정책’을 비난하면서 자위적 국방력 강화를 천명했다.

김 위원장은 11일 3대혁명전시관에서 개최된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 기념 연설에서 “강력한 군사력 보유 노력은 평화적인 환경에서든 대결적인 상황에서든 주권국가가 한시도 놓치지 말아야 하는 당위적인 자위적이며 의무적 권리이고 중핵적인 국책으로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어 “​​그 누구도 다칠 수 없는 무적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계속 강화해나가는 것은 우리 당의 드팀 없는 최중대 정책이고 목표이며 드팀 없는 의지이다”면서 “우선 강해지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조선반도(한반도) 주변의 군사적 긴장성으로부터 우리 국가 앞에 조성된 군사적 위험성은 10년, 5년전 아니 3년 전과도 또 다르다”면서 “우리 후대들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반도 긴장 상황이 지속하고 있어 이를 대비하기 위한 자위적 차원의 국방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시험 발사, 신무기 개발이 ‘도발’이 아닌 ‘자위’라는 측면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북한이 노동당 창건 76주년을 맞아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을 11일 3대혁명 전시관에서 개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 사진=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실제, 김 위원장은 한국과 미국의 ‘이중잣대’와 ‘적대시 정책’이 현재 한반도의 긴장 상황을 만들고 있다고 비난하며 무기 개발의 명분을 내세웠다.

김 위원장은 “앞에서는 평화 그리고 협력과 번영에 대해 말하면서도 미국과 남조선(남한)이 빈번히 벌려놓는 각이한 군사연습들의 내용을 들여다봐도 알 수 있다”면서 “최근 들어 도가 넘을 정도로 로골화(노골화)되는 남조선의 군비현대화 시도를 봐도 조선반도 지역의 군사적 환경이 변화될 래일(내일)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한미연합훈련과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스텔스 전투기, 고고도 무인정찰기, 각종 첨단무기를 도입하는 것을 언급하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남조선의 이같이 도가 넘치는 시도도 방치해두기 위험한 것이다”면서 “그보다 더 위험한 것은 그들의 군비현대화 명분과 위선적이며 강도적인 이중적 태도”라고 비난했다.

최근 들어 한국 정부의 이중잣대를 비난하고 태도 변화를 촉구해온 북한이 다시 한 번 이를 강조하는 모양새다.

김 위원장은 “이제는 남조선에서 ‘도발’과 ‘위협’이라는 단어를 ‘대북전용술어’로 쓰고 있다”며 “상대방에 대한 불공평을 조장하고 감정을 손상시키는 이중적이고 비논리적이며 강도적인 태도에 커다란 유감을 표하며 앞으로 계속 우리의 자위적 권리까지 훼손시키려고 할 경우 결코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강력한 행동으로 맞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한국의 이런 태도는 미국의 암묵적인 비호 때문이라고 화살을 돌렸다. 여기에 미국이 남북 관계를 훼손시키고 있다고 언급해 ‘우리민족끼리’를 강조하는 모습도 보였다.

김 위원장은 “미국은 최근 들어 우리 국가에 적대적이지 않다는 신호를 빈번히 발신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적대적이지 않다고 믿을 수 있는 행동적 근거는 하나도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아직까지도 잘못된 판단과 행동으로써 지역의 긴장을 산생시키고 있다”며 “명백한 것은 조선반도 지역의 정세 불안정은 미국이라는 근원 때문에 쉽게 해소될 수 없게 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우리의 주적은 전쟁 그 자체이지 남조선이나 미국 특정한 그 어느 국가나 세력이 아니다”면서 “분명코 우리는 남조선을 겨냥해 국방력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9월부터 본격화한 ‘이중잣대’ 논리를 최고 지도자 차원에서 다시 한번 확인한 연설이다”며 “무기체계 시험을 지속하여 한국과 미국의 태도를 시험하고, 사실상 대화보다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라는 강압이 핵심 메시지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김 위원장이 한국이 ‘도발’이라는 단어만 사용하더라도 적대시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제시한 조건 없는 대화도 사실상 거부하고, 한미 연합 훈련 영구 중단, 제재 해제 등 실제적 조치를 요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