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포커스] 김정은의 선대 유훈에 대한 도전적 언사, 무모한 걸까

김정은_금강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구를 방문했다고 노동신문이 23일 보도했다. / 사진=노동신문 캡처

이달 23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금강산을 둘러보면서 “손쉽게 관광지나 내어주고 앉아서 득을 보려고 했던 선임자들의 잘못된 정책으로 하여 금강산이 10여 년간 방치되어 흠이 남았다고, 땅이 아깝다고, 국력이 여릴 적에 남에게 의존하려 했던 선임자들의 의존정책이 매우 잘못됐다고 심각히 비판했다”고 보도하였다. 여기에서 선임자는 김정일을 가리킨다. 김정은이 작심하고 공개적으로 그의 아버지 김정일의 정책을 비판한 것이다. 선대의 유훈을 최고의 통치방식으로 받아들이는 북한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전형적인 북한 최고 지도자의 임무에 어긋나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갑자기, 김정은이 왜 이 같은 도전적 언사를 한 것인가. 김정은이 무모한 것인가.

김정일의 정치적 지위 및 지도적 권위를 뛰어넘은 김정은

필자는 이 문제를 김정은의 지도적 권위 및 정치적 위상으로 풀어보려고 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현재 김정은의 지도적 권위 및 그 위치(위상)가 김정일을 뛰어넘었다는 하나의 방증이라는 것이다. 지난달, 칼럼에서는 김정은이 아버지, 김정일과 동일 선상에 올랐다고 쓴 바 있지만, 더 우위에 있다는 것이 맞는 평일 것 같다. 북한이 지난 8월에 개정헌법(4월)을 수정보충해서 새헌법을 내놓았는데, 김정은의 지위 및 권한이 대폭 강화되었다. 그 권한들은 어떤 측면에서는 김일성보다 더 높게 보장된 것을 볼 수 있었다.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의 정치적 위상 및 지도적 권위를 비교하기 쉬운 방법은 북한 헌법에서 보장하는 그 지위 및 권위들을 교차 비교하는 것이다. 헌법적으로 담보하는 김일성의 최고 지위는 주석이다. 김정일은 국방위원장이고 김정은은 국무위원장이다. 국가기구로서 주석의 지위가 가장 강력한 시기는 1972년 사회주의헌법에서이다. 이후 개정된 1992년 헌법에서는 주석이 겸임하고 있던 국방위원장직이 분리되고 1998년 개정헌법에서는 주석제가 폐지되었다.

국방위원장은 2009년 개정헌법에서 가장 강력한 지위를 보장받는다. 1998년 헌법까지만 해도 국방위원장은 국가기구의 성격이 아니었다. 국방위원회를 지휘하는 하나의 직위(책)였다. 2009년 헌법에서 국방위원장은 국방위원회와 분리되어 하나의 독립적 국가기구로 신설되었다.

국무위원장은 2019년 개정헌법(새헌법)을 통해 이 같은 지위를 확보하였다. 따라서, 1972년(주석), 2009년(국방위원장), 2019년(국무위원장) 북한 헌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지위 및 권한을 비교하면 셋 중 어느 것이 가장 우위에 있는지 확인 가능하다.

북한 헌법상,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의 권위 교차비교

주석, 국방위원장, 국무위원장의 헌법적 지위를 교차 비교해 보자. 1972년 사회주의헌법에서 보장하는 주석의 지위는 크게 두 가지로 1)국가의 수반, 국가주권을 대표(제89조) 2) 전반적 무력의 최고사령관, 국방위원회 위원장으로 국가의 일체 무력을 지휘통솔(제93조)하는 것이다. 2009년 개정헌법에서 보장하는 국방위원장의 지위는 (1)국가의 최고령도자(제100조), (2)전반적무력의 최고 사령관(제102조) 등이다. 2019년 개정헌법에서의 국무위원장 지위는 ① 국가를 대표하는 국가의 최고령도자(제100조) ②무력총사령관(제102조) 등이다. 지위로는 그 우위를 가리기가 쉽지 않다. 그 지위에서는 거의 대동소이하다.

다음은 그 권한들을 비교해 보면, 주석의 대표적 권한(94조-97조)으로는 1)최고인민회의 법령을 공포, 2)특사권 행사, 3)다른 나라와 맺은 조약을 비준 및 폐기, 4)다른 나라 사신의 신임장, 소환장을 접수 등 크게 네 가지이다. 국방위원장의 권한(제103조)은 크게 여섯 가지이다. (1)국가의 전반사업 지도, (2)국방위원회사업을 직접 지도, (3)국방부문의 중요간부를 임명 또는 해임, (4)특사권 행사, (5)다른 나라와 맺은 중요조약을 비준 또는 폐기, (6)국가의 비상사태, 전시상태 동원령 선포 등이다. 국무위원장의 권한은 크게 일곱 가지이다. ①국가의 전반사업 지도, ②국무위원회 사업 직접 지도, ③국가의 중요간부를 임명 또는 해임, ④특사권 행사, ⑤다른 나라와 맺은 중요조약을 비준 또는 폐기, ⑥국가의 비상사태, 전시상태, 동원령 선포, ⑦전시에 국가방위위원회 조직지도 등이다.

국방위원장(김정일)과 국무위원장(김정은)에게 없는, 주석(김일성)에게만 있는 헌법적 권한은 최고인민회의 법령을 공포하는 것이다. 이것은 주석이 헌법상으로 국가 최고주권기관인 최고인민회의 보다 상위임을 보여주는 조항이기도 하다. 한편, 최고인민회의 대표적인 권한 중 하나는 최고지도자를 선거하고 소환하는 권한 행사이다. 그런데, 이 권한은 국방위원장(제91조)과 국무위원장(제91조)에게만 해당된다. 주석에 대해서는 선거할 권한만 있고 소환은 하지 못한다(제76조).

국방위원장과 국무위원장이 직접 권한을 행사하는 ‘국가의 비상사태, 전시상태, 동원령 선포’는 1972년 헌법에서는 주석이 수위(장)로 있는 ‘중앙인민위원회’(현, 국무위원회 성격)가 그 권한을 행사한다(제103조). 여기까지 볼 때, 국방위원장과 국무위원장보다 주석의 정치적 위상 및 지도적 권위가 더 우위임을 보게 된다. 김일성의 권위가 김정일, 김정은보다 더 높다는 것이 헌법적으로도 입증된다.

김정은 백두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올랐다고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가 16일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새 헌법을 통해 김일성보다 더 높아진 김정은의 위상

북한은 2019년 4월 헌법을 개정하더니, 2019년 8월 말, 그 헌법을 다시 수정·보충하여 새헌법을 내놓았다. 북한 새헌법을 보면, 국무위원장의 지위 및 권위가 한층 강화된 것을 볼 수 있다.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는 현재까지 주석(김일성)에게만 주어졌던 최고인민회의 법령을 공포하는 권한이다(제104조). 이것은 국무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보다 상위기관(구)임을 방증해주는 것이다. 여기에 머물지 않고 김정은은 김일성도 하지 못했던 두 가지를 과감하게 시도한다. 하나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직을 맡지 않는 것이고 이것을 제도화시킨 것이다. 제101조에 “국무위원회 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으로 선거하지 않는다”라고 명시해놓았다. 또 하나는, ‘국무위원장 명령’을 ‘헌법’ 바로 다음에 배치시켜 놓았다. ‘최고인민회의 법령’보다 더 앞에 놓았다. 1972년 헌법에서 ‘주석 명령’은 ‘최고인민회의 법령’ 다음에 배치되어있다.

2019년 개정헌법이나, 새헌법에서 최고인민회의는 국방에 대해서 어떠한 지위나 권한을 행사할 수가 없다. 그런데, 1972년 헌법에서는 최고인민회의가 국방에 관여할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전쟁과 평화에 대한 문제를 결정(제76조)하는 권한이 있었다. 현재는 오직 국무위원장인 김정은만 국방에 대해서 만큼은 권한을 독점하고 있다. 2019년부터는 참모기관인 국무위원회조차 국방문제에는 직접 관여할 수 없다. 이러한 점들에서 주석보다 국무위원장의 권위가 더 우위라고도 평가할 수 있겠다. 즉, 북한 헌법상으로는 김일성보다 김정은의 권위가 더 높은 수준으로 보장받고 있다.

최근, 김정은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 정상을 등정한 것과 금강산 가서 아버지 김정일에 대한 도전적 언사에는 그만한 이유가 다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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