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완 칼럼] 이 와중에… ‘쌀로써 당을 받들자’는 북한 당국

북중 접경지역에 내걸린 ‘쌀로써 당을 받들자’ 구호판. 강동완 동아대 교수에 따르면 정론이 발표되기 전에 이미 곳곳에서 포착됐다. /사진=강 교수 제공

최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은 ‘현재 북한이 지난 10년 동안 최악의 식량난’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우리 정부도 국제기구를 통한 우회적 방법과 직접지원 등 대북지원의 적절한 시기와 방법을 찾는 중이라 한다. 지금 이 시기에 대북지원은 과연 북한주민들의 생명을 살리는 선한 행위일까?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달 29일 “쌀로써 당(黨)을 받들자”라는 제목의 정론을 발표했다. “모든 힘을 농사에 총집중, 총동원 하는 것은 우리 당의 숭고한 뜻”이라며 “쌀이 금보다 귀하다”고 했다. 이어서 “적대세력들의 제재압살책동을 무자비하게 짓부셔버리는 승리의 포성은 농업전선에서부터 우렁차게 울려 퍼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쌀이 금보다 귀하다”할 만큼 식량사정이 절박한 상황에서 정작 북한주민이 아닌 당을 위해 쌀을 바치라는 북한 정권의 위선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지금의 식량난과 대북제재는 북한 당국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 무력도발에 따른 결과다. 대북제재로 인해 마치 주민들이 생활고에 시달리며 이를 극복해 나가자는 논리는 앞뒤가 바뀐 것이다.

북한 당국을 비롯해 우리 사회 일각에서 주장하는 대북제재 철회는 북한이 비핵화를 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일이다. 그럼에도 비핵화를 해결책으로 제시하는 게 아니라 자력갱생을 강조하며 인민들의 허리띠를 조르라한다. 식량이 부족하다면서도 지난 4일에는 대규모 군사훈련을 진행했고, 9일에는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발사했다.

북중 접경지역에서 ‘자력갱생’ 구호판이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사진=강동안 동아대 교수 제공

지원물자의 전용 우려에 따라 대북지원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남남갈등의 주요한 이슈가 되었다. 북한의 비핵화와 인권 상황이 조금도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지원은 인도적 지원의 목적에 결코 부합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대북 인도적 지원을 하지 말자는 게 아니다. 생명을 살리는 일에 정치적 목적이라는 불순한 의도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이 진정 그들의 생명을 살리는 것인지 냉철한 판단이 필요하다. 대북지원이 또 다시 정치적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라면 인도적이라 명명해서는 안 된다.

지원은 모니터링이 수반되어야 하는데, 지금의 대북 저자세를 감안 할 때 과연 대북지원 이후 모니터링이 제대로 이루어질지도 의문이다. 대북지원을 통해 남북교류의 물꼬를 튼다는 발상은 오히려 생명을 담보로 생명을 빼앗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대북제재는 악이고, 대북지원은 과연 선인가? 대북제재가 악한 것이 아니라 인민을 굶주림과 기아에 허덕이게 하면서도 끊임없이 도발을 자행하는 북한 당국에게 오히려 더 책임이 있는 게 아닐까. ‘적대세력의 제재압살책동’을 벗어나는 방법은 오히려 북한 당국이 비핵화와 인권개선을 과감히 선택하는 것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