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완 칼럼] 검문소를 지나는 북한 택시와 이동의 자유

택시 검문검색
북중 국경지역 초소에서 검문검색을 받고 있는 택시 승객들. /사진=강동완 전 동아대 교수

필자는 지난 구정 연휴 때 북중접경 지역을 다녀왔다. 최근 들어 거의 매달 한 번 꼴로 이 지역을 오간다. 그만큼 간절히 북녘 땅과 주민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북한에 직접 가서 현지를 살피면 좋겠지만 지금 상황으로는 녹록지 않다.

일부 사람들이 평양을 방문하기 시작하면서 변화된 평양 모습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다. 북한에서는 ‘평양시민 vs 북한인민’이라 표현할 만큼 평양과 지방의 차이가 뚜렷하다. 최근 북한 변화의 대표적인 상징이 된 려명거리, 대형쇼핑몰, 핸드폰 사용자의 급증은 북한 전체의 모습이라기보다 특권층인 평양시민의 일부다. 그렇다고 고난의 행군 시 기아와 굶주림으로 인해 북한하면 떠올리던 ‘꽃제비’가 북한 전체의 상징도 아니다. 우리는 정치적 입장에 따라 어느 한쪽의 북한만을 과장하거나 왜곡해서는 안 된다. 북한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모두가 바로 현재 북한의 실상이다.

평양 방문은 잘 짜인 일정을 따라 북한 당국이 보여주고 싶은 장소만 봐야하는 선전코스다. 정작 사람들의 살아가는 현장과 그 이면을 직접 보기란 쉽지 않다. 북중접경 역시 압록강과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멀리서 바라봐야 하는 정도다. 기계의 힘을 빌어 망원렌즈로 겨우 당겨 볼 수 있다. 그럼에도 평양방문과 다른 건 공식안내원의 통제나 안내가 아닌 실상을 담을 수 있다는 점이다. 어쩌면 강 건너 그들에게 안부를 묻는 심정으로 북중접경지역 5,000리길을 걷고 또 달리는 건지도 모르겠다. 같은 지역이라 해도 매번 전혀 다른 모습이 안겨온다.

북중 국경지역 택시
북중 국경지역에서 종종 택시가 눈에 띄고 있다. /사진=강동완 전 동아대 교수

이번 답사에서 의미 있게 본 건 시골마을을 달리는 택시다. 최근 언론보도에 자주 등장하는 평양택시는 북한사회 변화의 대표적인 상징이 된 것 같다. 개인이나 회사가 운영하는 자본주의 방식의 택시가 평양 시내를 누비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일각에서는 평양택시의 증가를 북한식 개혁개방의 단초로 평가한다. 실제로 평양뿐만 아니라 북중접경 지역 대도시는 물론 한적한 시골마을에도 택시로 분주하다. 장마당 한가운데를 달리며 손님을 태우는가 하면, 10인승 승합용 형태의 택시(롱구방)도 눈에 띈다. 평안북도 신의주와 양강도 혜산을 비롯한 국경지역 대도시에는 다양한 색깔과 디자인을 갖춘 택시를 수시로 볼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택시 그 자체가 북한 변화의 대표적 상징으로 과장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북한인권을 말할 때 늘 제기되는 문제는 이동의 자유가 제한된다는 점이었다.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을 벗어나거나 이동할 때에는 반드시 통행증과 신분증이 있어야 한다. 마을마다 수십 개의 검문소를 통과해야만 겨우 목적지에 이를 수 있다. 북한에서의 택시 등장이 이슈가 되는 건 국가통제를 벗어나 자유로운 이동과 소비가 가능해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말 돈만 주면 승객이 원하는 어디든 갈 수 있는 택시운행이 가능할까? 북한주민들은 택시를 타고 마음대로 이동의 자유를 누릴까?

이 질문의 해답은 북중접경지역 어느 검문소에서 실마리를 엿볼 수 있었다. 하루에 버스 한두 대 겨우 다닌다는 한적한 시골마을에 승합용 택시 두 대가 비포장도로를 내달리는 것이 보였다. 영문으로 “TAXI”라 쓴 표지판을 달고 한껏 속력을 높였다. 한참을 달리다 멈춰선 곳은 다름 아닌 갈림길의 검문소였다. 사람들은 택시에서 모두 내려 일일이 검문을 받았다. 한 사람씩 통과 후 택시 안 물건까지 검열을 마친 후에야 사람들은 다시 택시에 오를 수 있었다. 탈북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버스도 검문소를 통과할 때 이와 같은 절차를 몇 번이나 거친다고 말한다.

국경지역이니 그럴 수 있을 거라 한다면 인권을 너무 소홀히 다루는 건 아닐까? 개인이 대가를 지불하고 자신이 원하는 목적지까지 이용하는 택시도 당국의 감시와 통제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어디에 왜 가는지, 금지된 물건을 소지한 건 아닌지 샅샅이 검열을 받은 후에야 겨우 한걸음 내딛을 수 있다. 그러니 택시 운행 그 자체가 북한정권의 변화, 특히 김정은의 개혁개방에 따른 조치라 평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여전히 감시와 통제 속에 인민들은 자유를 구속당하고 있다. 그나마 택시를 이용할 수 있는 소수의 사람에게조차 그러하다.

북중 국경지역에서 시장을 가로지르는 택시 모습. /사진=강동완 동아대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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