黨규약 개정…선대 적극 활용 김정은式 독재 체제 강화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제8차 당 대회 5일 차 회의가 전날 열렸다고 전했다. 신문은 “위대한 김일성-김정일주의 당으로서의 당의 사명, 투쟁강령을 뚜렷이 명시하고 당 조직과 당원들이 준수하여야 할 행동준칙과 활동 방식, 규범들을 수정 보충한 당규약 개정안의 내용들을 연구하였다”라며 “‘당규약 개정에 대하여’를 전원일치로 채택하였다”라고 밝혔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당국이 5년 만에 노동당 규약을 개정했다. 새로운 당 규약은 최고지도자를 중심으로한 유일영도체제를 공고히 하고, 당의 권위를 높임으로써 당중심 지도 체계를 강화하는 데 방점이 찍힌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10일 ‘“조선노동당 규약 개정에 대하여’를 전원일치로 채택했다”면서 “김일성-김정일주의가 더욱 부각”되고 “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를 사회주의 기본 정치 방식으로 정식화했다”고 밝혔다.  

이어 통신은 “김일성-김정일주의는 주체사상에 기초하여 전일적으로 체계화된 혁명과 건설의 백과전서이며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실현하기 위한 실천투쟁속에서 그 진리성과 생활력이 검증된 혁명적이며 과학적인 사상이라는 데 대하여 정식화했다”고 전했다. 

북한 당국은 김정일이 사망한 후인 2012년 4월 11일 제4차 당대표자회에서 이뤄진 당규약 개정을 통해 “조선로동당은 위대한 김일성 동지와 김정일 동지의 당”이라고 규정하며 “김일성-김정일주의를 당의 유일 지도사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집권 초 체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최고지도자로서의 정통성을 드러내기 위해 제시했던 통치이념을 당규약에서 또다시 강조한 것이다. 

다만 북한은 개정된 당규약에서 김정일 시대의 ‘선군정치’ 대신 ‘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를 내세워 김정은식 애민정치를 부각시켰다. 

통신은 이어 “전 행정에서 인민의 요구와 이익을 첫자리에 놓고 인민생활을 끊임없이 높이기 위해 투쟁해온 당의 본태와 의지”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데일리NK에 “김정은 집권 초기부터 강조돼 온 인민중심의 정치 기조가 규약 개정을 통해 정식화됐다”며 “당의 존립 목적이 인민에게 있다고 밝힘으로써 주민들의 자발적인 동원과 충성심을 고취하기 위한 의도가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같은 당규약의 서문 내용을 바탕으로 세부 개정 사항을 살펴보면 전체적으로 정치 조직으로서 당의 권위를 높이고, 당 조직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평가된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지난 2016년 5월 제7차 당 대회에서 신설됐던 정무국이 다시 비서국 체제로 전환된 것이다. 

통신은 “최고형태의 정치조직으로서의 당의 권위를 철저히 보장할 수 있게 각급 당위원회 위원장, 부위원장 직제를 책임비서, 비서, 부비서로 하고 정무국을 비서국으로, 정무처를 비서처로 고치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당 기관을 포함해 근로단체 등의 직제도 위원장이 아닌 비서로 변경될 것으로 보인다. 

5년 전에 변경된 정무국 체제를 다시 비서국으로 회귀시키는 구체적인 이유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통신은 “최고 형태의 정치 조직으로서의 당의 권위를 철저히 보장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개정에 맞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직책 또한 ‘총비서’로 변경될지 김 위원장만 유일한 ‘위원장’ 직함을 갖게 될지는 명확하지 않다. 

또한 북한 당국은 제1장 <당원> 중 입당절차와 방법에 대한 규정을 담조 있는 3조에서 후보당원 생활기간을 2년으로 규정하고 8조에서는 “3년 이상 당원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당원은 제명한다”는 내용을 신설했다. 

당원들의 입당(入黨) 조건을 강화해 입당 자체가 돈 있는 자들의 출세 도구가 되거나 당원이라는 신분을 이용해 권력을 남용하는 폐단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본지는 지난해 9월 김여정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전국 당위원회와 당 세포조직의 입당 조건을 강화하기 위한 세부적인 지침을 하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黨 조직지도부, 김여정 지시에 “입당 문턱 높여라” 지침 내려)

당시 조직지도부는 전국의 당위원회와 당 세포조직에 입당 후보자들에 대한 사상과 당에 대한 충실성을 철저하게 검증하고 출당자가 5명이 넘는 입당 보증인에 대해서는 처벌을 강화하라는 세부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이번 당규약 개정에 입당 후보 당원 생활기간 및 당원 제명에 관한 규정이 구체적으로 적시된 것은 김 제1부부장의 지휘하에 진행된 입당 관련 실태 조사 및 지시가 바탕이 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개정된 당규약은 당 조직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측면으로 수정 및 보완된 것으로 분석된다. 당 정치국 상무위원회가 정치·경제·군사적으로 시급하고 중대한 문제를 결정할 수 있게 했으며 김 위원장이 직접 사회하지 않고 정치국 상무위원이 권한을 위임받아 회의를 사회할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변화는 현재 5인 체제의 상무위원회를 확대시키고 김여정 제1부부장을 포함시키기 위한 조치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지만 사실 여부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통신은 “당중앙위원회 검열위원회를 없애고 그 기능을 당중앙검사위원회에 넘길 데 대하여 명기”했다고 전했다. 기존에 당의 재정관리만 맡아보던 검사 위원회가 당의 규율 위반 행위를 감독하고 조사하는 심의와 신소청원 사업까지 맡게 됨으로써 그 권한이 확대된 것이다. 

이는 기능과 권한이 나뉘어 있던 조직을 통합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이는 측면으로 조직 개편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 

오 연구위원은 “가장 눈여겨 볼 점은 김정은 중심의 수령체제가 더욱 강화되고 당 중심의 지도체제 확립을 위해 당의 권위를 높이는 데에 규약 개정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라면서 “이에 맞춰 김여정을 비롯한 고위직 인사 체제에 변화가 있을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