舊동유럽에 3억장 살포…삐라의 미래는 밝다

I.

북한에 풍선을 통해 삐라를 뿌리는 한국의 민간단체를 북한 정권과 일부 야당, 무슨 실천연대들이 집단 협박과 회유 등 ‘왕따’를 놓고 있다. 이런 비열한 행동 뒤에 일말의 정당성도 있을 수 없음은 분명하다.

우선 김정일정권은 삐라와는 무관한 개성공단을 인질로 삼고, 또 한국의 국내법에 의해 보호되고 있는 민간단체의 삐라 살포행위를 이유로 “한국을 핵무기 보다 더 강한 무기로 선제공격하여 초토화한 후, 통일된 독립국가를 세우겠다”는, ‘新남북경협+新통일론’을 내세우고 있다.

물론 일고의 가치도 없는 협박이지만, 북한정권이 지난 수개월간 줄기차게 주장해온 “6.15와 10.4정신”을 돌이켜 볼 때, 김정일만이 아니라 이제는 북한 당국 전체가 중증 뇌질환을 앓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왜냐하면 ‘6.15연방제’가 순식간에 ‘남한 초토화 통일론’으로 바뀌고, 개성공단과는 그 규모에서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방대한 남북경제협조를 내용으로 하는 10.4합의의 준수를 “이명박 패당”에게 요구하면서, 동시에 현재의 남북경협을 날려버리겠다고 주장하니 말이다.

여기에 한국정부의 태도도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통일부는 북한에 삐라를 살포하는 행위가 “군사분계선에서 남북 간의 상호비방, 중상을 중지하자”는 남북합의정신에 어긋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들 민간단체의 삐라살포 행위로 인해 개성공단이 폐쇄되면, 남북관계 전부가 끊어진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우선 한국의 민간단체의 삐라살포행위가 합법적이라는 점을 북한에 설명하기 이전에, 한국정부는 북한의 개성공단 협박행위는 인질납치와도 다름없는 행위라는 점을 분명히 했어야 했다. 또한 남한을 초토화하여 통일하겠다는 ‘핵보유국’ 북한의 주장은 힘없는 민간단체의 삐라살포 행위와는 차원이 다른 적대행위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했다. (그래도 예전에는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북한의 주장에 회담장을 박차고 나올 수 있는 “영혼이 있는” 통일부가 있었다.)

남북합의정신 운운하는 것을 보니 유감스럽게도 통일부는 북한의 부당한 협박을 수용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공화국에 대한 모욕”이라고 주장하면서, 바로 10월 31일 유엔에 제출된 “북한인권결의안”에 “이명박 패당”이 찬성하는 경우 개성공단을 폐쇄하겠다고 나오면 “남북합의정신”에 맞추어 지난 10년처럼 반대나 기권을 하겠다는 것인가?

II.
1951년부터 1956년까지 서방진영은 35만 개의 풍선에 3억장 이상의 삐라, 책, 포스터 등을 폴란드, 체코슬로바키아 그리고 헝가리에 살포했다.

이들은 느슨하게 묶은 삐라를 담은 상자에 드라이아이스를 매달아, 드라이아이스가 기화되어 없어지면 상자가 뒤집히도록 시한장치를 만들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드라이아이스의 양과 바람의 속도에 따라 삐라 살포지역을 어림잡을 수 있는 노하우가 개발되었다.

기상관측 풍선을 이용한 삐라는 “자유유럽출판사(Free Europe Press)”에서 살포하였고, 역시 對동구권 라디오방송인 “자유유럽방송(Radio Free Europe)”과 협조를 하였다. 이들은 주로 동구권에서 서방으로 망명온 사람들에 의해 운영되었다.

1953년 “PROSPERO”라는 암호명 아래 대규모 풍선 날리기 작전이 체코슬로바키아 국경지대에서 시작되었다. 여기에 체코정부는 군용 비행기와 대공무기를 동원하여 풍선격추작전에 나섰다. 프라하에서는 경찰차들이 돌아다니면서 삐라를 주우면 곧바로 당국에 신고하도록 방송하였다.

삐라에 대한 동구권의 격렬한 반응을 보고 처음으로 FEP와 RFE는 삐라와 라디오 방송을 연계시키는 것이 매우 유효한 정보유입 수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이후 대규모 삐라살포 작전을 기획하게 된 것이다.

지난 정권에서도 북한은 민간단체의 삐라 살포를 문제 삼아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훨씬 더 구체적이고 강도 높은 위협을 하고 있다. 이유는 병든 김정일에게 더 큰 충성심을 보이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이명박 정부의 기를 꺾기 위한 술수인지 분명하지 않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삐라와 같은 아날로그 시대의 정보전달 방법은 북한처럼 물리적으로 폐쇄된 사회에는 진실과 자유의 바람을 불어넣는 매우 좋은 수단이라는 점, 그리고 한국에서 민간단체의 대북한 삐라살포를 막을 수 있는 법적 근거도 없고 현실적으로 막을 방법도 없다는 것이다. 아마도 한 단체의 삐라 살포를 강제로 제약할 경우, 제2, 제3의 단체들이 뒤를 이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