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찰기 노골적 金동향 파악 활동에도 반응없는 북한…왜?

전문가 "北, 한미공중훈련도 비난없어…김정은 통치 공백 의구심"

200412_노동신문_항공 및 반항공 김정은 시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부지구 항공 및 반항공사단 관하 추격습격기연대를 시찰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2일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한미 군 당국이 정찰기 6대를 한꺼번에 띄우는 등 최근 한미가 노골적으로 대북 감시 활동을 강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한미연합훈련에도 북한이 국가기관 간부 명의의 성명이나 담화를 발표하지 않자 일각에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국정 공백을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27일 한미 군 당국은 정찰기 최소 6대를 한반도 상공에 띄웠다. 이날 작전에 나온 미군 정찰기는 RC-12 3대, E-8C 조인트스타트(J-STARS) 1대, EO-5C 크레이지 호크 1대이며 우리 군의 백두 계열 정찰기 1대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EO-5C 크레이지 호크는 감청을 주 임무로 한다는 점에서 이날 한미 군 당국이 김 위원장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작전에 참여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보도가 나간 20일 이후 수시로 한반도 상공에 정찰기를 띄우고 있다. 그러나 12일 김 위원장의 마지막 공개행보인 당 중앙위 정치국회의 이후부터 현재까지 북한 당국은 미국의 정찰기나 한미연합군사 훈련에 대해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과거 북한이 보였던 행보와 비교하면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최고인민회의가 열릴 것으로 예상됐던 지난 10일 미군은 북한군의 동향을 살피기 위해 한반도 상공에 정찰기를 띄웠다. 항공기 비행 궤적을 추적하는 ‘에어크래프트 스폿’에 따르면 이날 미 공군 리벳조인트(RC-135W)가 수도권과 강원도를 일대를 오가며 대북 정찰 활동을 벌였다.

북한은 이를 의식한 듯 하루 뒤인 11일 김 위원장이 직접 서부지구 항공 및 반항공 사단의 공군 공중목표 격추 훈련을 지휘했다. 북한 전투기들은 이날 김 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중 목표를 추격 및 포착하며 소멸시키는 공중전투훈련을 실시했다. 이는 지난해 12월부터 휴전선 인근에서 정찰 활동을 강화하고 있는 미군 정찰기에 대한 반발로도 분석됐다.

더욱이 20일부터 우리 공군의  F-15K와 KF-16 전투기 및 미 공군의 F-16 등이 참가한 한미연합공중훈련이 시행됐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예년처럼 국가기관 명의의 비난 성명을 발표하지 않았다.

북한 대외매체 통일신보가 25일 ‘날로 무모해지는 반공화국대결망동’이라는 기사를 통해 “남조선(한국) 군부 호전세력이 동족대결의 화약내를 짙게 풍기고 있다”며 뒤늦게 비난했지만 그 수위가 국가기관를 통한 비난 성명보다 수위가 훨씬 낮아 이또한 이례적으로 평가됐다.

지난해 11월 북한은 한미가 연합공중훈련 실시 계획을 발표하자 권정근 외무성 순회대사 명의로 담화를 발표하고 “우리는 결코 미국의 무모한 군사적 움직임을 가만히 앉아 지켜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며 맹비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28일 데일리NK에 “공군 훈련은 북한이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군사훈련”이라며 “한미연합공중훈련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아무런 반응이 없다는 것은 김정은의 통치 공백으로 밖에 설명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 교수는 “최근 미일 연합훈련에서는 북한이 가장 비판하는 B-1B 전략폭격기까지 참가했다”며 “수십년간 미군 전략폭격기에 대해 반발했던 북한이 아무런 비난없이 이번 훈련을 보고만 있었다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6대 정찰기가 비행을 마친 후 돌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나는 그(김 위원장)가 어떻게 지내는지 잘 알고 있다”며 “하지만 지금 이야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는 모른다”며 “그가 잘 있기를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의 건강상태에 대한 트럼트 대통령의 답변이 달라진 것이다.

김 위원장 건강이상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답변에 미묘한 변화가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지난 21일부터 현재까지 줄곧 “특이 동향이 없다”며 김 위원장 건강 이상 여부를 묻는 질문을 일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