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향한 北주민 비난 거세져… “중재자 기대했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9월 20일 오전 백두산 등정을 위해 삼지연 공항에 도착한 뒤 환영 나온 주민들에게 인사하며 이동하고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북한 대외매체 ‘우리민족끼리’가 최근 문재인 대통령을 ‘남조선(한국) 집권자’라고 지칭하며 비난의 강도를 높였다. 정부의 한일관계 개선 노력에 대해선 “어리석은 짓”이라고 힐난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북한 주민들의 우리 정부와 대통령에 대한 평가도 좋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 소식통은 2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남조선(한국)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주민들이 좋은 평가를 했었지만 요즘 주민들은 남조선(한국) 대통령을 ‘미국을 상전으로 모시면서 우리 령도자(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까지 굽실거리는 괴뢰’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이어 소식통은 “문 대통령이 중재자로 나서 조미(북미)간 회담을 할 때만 해도 평가가 나쁘지 않았지만 윁남(베트남) 회담이 잘 되지 않아 망신만 당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그 불똥이 문 대통령에게 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에 대한 주민들의 평가가 부정적으로 변한 데에는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결렬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의미다.

이 같은 주민들의 평가는 북한 당국의 선전 및 매체들의 대남 비난보도와 연관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지난해 하노이 노딜 직후 북한 매체들은 연일 대남 비난 수위를 높이면서 북미 정상회담 결렬의 책임을 우리 정부에 돌렸다.

지난해 3월 22일 대외 선전매체 ‘메아리’는 “현실적으로 지금 남조선 당국은 말로는 북남 선언들의 이행을 떠들면서도 실지로는 미국 상전의 눈치만 살피며 북남 관계의 근본적인 개선을 위한 아무런 실천적인 조치들도 취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매체는 또 그러면서 북미 협상의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는 외교부 업무계획을 언급하면서 “미국에 대고 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할 말은 하는 당사자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또 다른 대외 매체 ‘조선의 오늘’도 “북남 관계를 저들의 구미와 이익에 복종시키려고 하는 외부 세력의 간섭과 개입을 허용한다면 북남 사이에 관계 개선은 고사하고 또다시 불신과 대결의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결과 밖에 차례질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같은달 28일 ‘메아리’는 “남조선은 미국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며 “남조선이 미국 앞에만 서면 할 말도 못하고 도적질을 하다가 주인에게 들킨 죄인처럼 처신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북한 대외 매체에서 보여지는 이 같은 대남, 대미 기조는 주민들이 볼 수 있는 관영 매체에 직접 보도되지 않더라도 강연제강이나 간부들 사이의 소문을 통해 주민들에게 전달되고 그에 따른 분위기가 주민들의 대남 인식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조선(북한)에서는 인민들이 보고 들을 수 있는 것이 모두 당국에서 내려보낸 선전물이나 조선중앙TV, 노동신문 같은 보도물”이라며 “당국이 하는 말에 주민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일반 주민들과 간부들의 대남 인식은 다소 차이가 있다고 한다. 간부들은 당국의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대외 소식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기 때문에 당국의 선전과 달리 나름의 판단을 한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간부들은 북남 갈등 상황이 심화되고 전쟁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며 “체제가 불안정해지면 자신들은 잃을 것이 많아진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간부들은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문대인 대통령을 전쟁을 막아 줄 방패막이로 보고 있으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