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청소년 사이서 외국산 게임 성행…”USB 하나면 쫙 퍼져”

북한의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세계의 유명 게임이 널리 인기를 끌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북한 양강도 혜산에 거주하다 지난해 말 탈북한 정현민(14‧가명) 군은 최근 데일리NK와 만나 “한국에서 유명한 게임은 북한에서도 거의 다 해봤다”면서 “또래 친구들 중 외국 게임을 안 해본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게임의 종류도 다양했다. 주로 어떤 게임을 했냐는 질문에 정 군은 “다 세기도 힘들다”고 전제한 뒤, “(북한에서)GTA5, 피파온라인, 프로젝트 IGI2 등을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GTA5는 자동차 절도 범죄를 일컫는 숙어인 ‘grand theft auto’에서 따온 것으로, 유저는 대도시의 범죄자가 되어 각종 미션을 수행한다. 피파온라인의 경우는 단순한 축구 경기를 넘어 선수단을 꾸릴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유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또한 프로젝트 IGI2는 1인칭 가상 전투 게임으로, 국내에서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군은 이어 “(게임이 삽입된) USB 하나만 있으면 혜산 아이들에게 쫙 퍼진다”면서 “USB의 최초 유포자가 누군지는 다들 별로 궁금해 하지 않고, ‘중국에서 들여왔다’고만 입소문이 돌았었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게임을 하더라도 북한은 인터넷 연결이 되지 않기에 세계의 유저들과 즐길 수는 없다. 정 군 역시 이를 한국과의 결정적인 차이점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혼자 컴퓨터를 상대로 외로운 플레이를 펼치는 것만은 아니었다.

정 군은 “집 안에서는 빛선(LAN선)을 연결하면 가까운 친구들과 함께 게임을 할 수 있다”고 회고했다.

이에 대해 평양에 거주하다 2006년 탈북한 신지석(37‧가명) 씨는 8일 “빛선을 연결해서 게임을 한다는 건 컴퓨터에 대해 상당한 지식이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 당국이 외국산 게임에는 특별한 제재를 가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국 영화나 드라마의 반입을 금지하고 적발될 경우 강력한 처벌을 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신 씨는 “(당국이) 게임은 잡지도 않고, 그저 확장자명을 바꿔서 숨겨놓으면 그만”이라며 “적발한다면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잡기 때문에 게임을 하는 것엔 큰 두려움이 없는 편이다”고 말했다.